여자, 그리고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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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여성 영웅

올봄 극장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여성 영웅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여성 슈퍼히어로 단독 주연 영화 <캡틴 마블>부터 <엑스맨>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캐릭터인 진 그레이를 중심에 놓는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관객을 만나기 때문. 내친김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진화해온 최종 병기 여성들을 시대별로 엄선했다.

캣우먼 in 1992 <배트맨2>

그동안 앤 해서웨이, 할 베리 등 당대의 가장 핫한 여자 스타 들이 캣우먼을 연기했다. 하지만 대다수 관객은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2>의 미셸 파이퍼를 가장 완벽한 캣우먼의 모습으로 기억할 것이다. 부드러운 말투에 상대방이 방심할 때쯤 그의 몸에 사정없이 발톱을 박아넣을 준비가 되어 있 는 <배트맨2>의 캣우먼은 위험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 력의 쇼유자. 게다가 미셸 파이퍼만큼이나 고양이를 닮은 배 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캐릭터와 배우의 100%의 싱크로율 매치를 성공시킨 팀 버튼의 안목이 놀라울 따름.

#목숨이 아홉개 #방심하면 다쳐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100%

버피 서머즈 in 1997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버피 서머즈는 영미권에서 여전히 심슨 가족, 해리 포터와 더불어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손꼽힌다. 틴에이저 문화 에 뱀파이어 장르를 결합하고 조스 웨던(<어벤져스>) 감독 특유의 위트를 버무려 탄생한 미드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 이어>가 없었더라면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영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수많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액션 영 화가 과연 등장할 수 있었을까? 운명에 의해 뱀파이어 헌 터로 선택받았지만, 실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롭게 사는 게 소원인 10대 소녀 버피의 인간다움이 이 작품의 공감 포인트다. 늘 비극적으로 끝나고 마는 그녀의 로맨스도 캐릭터에 낭만성과 비장함을 더한다. 2019년 리 부트 시리즈가 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

#10대+뱀파이어+로맨스 조합의 원조

#평범한 게 더 어려운 소녀

진 그레이 in 2006 <엑스맨 : 최후의 전쟁>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이 실사화된 <엑스맨> 영화 중 최악 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 진 그레이의 활약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진 그레이는 최강 의 적이자 엑스맨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모든 것을 초월하 는 다크 피닉스로서의 파괴력과 선한 의지 사이에서 방황 하는 진 그레이의 모습은 그녀를 슈퍼히어로물에 부재하던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로 거듭나게 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사고 치고 수습도 직접 하는 결자해지 유형

힛걸 in 2010 <킥애스 : 영웅의 탄생>

엄밀히 말하면 힛걸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는 아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여성 히어로의 범주에 빠지면 섭섭할 인물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복수에 눈이 먼 아버지의 조기 교육으로 10대 초반에 이미 F워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인간 병기가 되어버린 힛걸은 우리가 10대 소녀에 가지는 모든 기대와 환상을 철저하게 짓뭉개버리는 캐릭터다. 연약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서 가는 곳마다 피칠갑을 만들어버리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영화의 아우라를 캐릭터의 매력이 압도해버리는 부작용을 유발한 영화.

#조기교육의 중요성

#10대와 미소녀와 킬러를 버무리면

#진정한 안티 슈퍼히어로의 탄생

레이 in 2015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그래서 레이가 뉘집 자식인가’는 지난 201510년 만에 리부트된 <스타워즈> 시리즈 최대의 논쟁거리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소녀는 기존 시리즈의 영웅들을 뛰어넘는 전무후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솔로에 버금가는 우주선 조종 실력은 물론이고, 어떤 수련도 받지 않은 채 제다이와 다크사이드를 모두 경험한 무사 카일로 렌조차 거뜬히 제압할 만큼 강력한 포스의 소유자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힘이 중요한 스타워즈의 세계에서 아나킨, 루크 스카이워커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여성 슈퍼히어로의 등장은 팬들을 전율하게 했다. 아직 선과 악 중 어떤 쪽을 확실히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레이의 모호한 매력을 부각시킨다.

#아버님이 누구니 #탁월한 유전자 #미완성 히어로

원더우먼 in 2017 <원더우먼>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 이후 등장한 모든 여성 슈퍼히어로 솔로 영화는 이 작품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원더우먼>의 전 세계적인 흥행이야말로 그간 스크린에서 간과된 여성 영웅의 저력을 영화 관계자에게 단단히 각인시킨 ‘사건’이었기 때문.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취는 구시대 영웅의 특성이기도 한 원더우먼의 고전적이고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21세기 블록버스터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데 있다. 풍성한 머리를 휘날리며 진실의 올가미를 던지고, 비정한 이 시대에 인류애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원더우먼의 진정성은 요즘 슈퍼히어로들의 진부한 쿨함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미덕이다.

#Classic is new sexy

캡틴 마블 in 2019 <캡틴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인피니티 스톤을 다 모은 타노스일까? 2018년까지만 해도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마블 스튜디오의 사장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2019년 현재의 정답은 바로 ‘캡틴 마블’이다. 슈퍼맨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이 여성 슈퍼히어로는 이후에 개봉하거나 등장할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파워 밸런스를 완전히 바꿔놓을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인의 마음과 외계 종족의 초월적인 힘을 두루 겸비한 캡틴 마블이 남성 슈퍼히어로로 가득한 마블의 우주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타노스 위에 캡틴 마블 #마블의 슈퍼걸 등장

피처 에디터
권은경
장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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