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속편? 봉준호와 조여정의 더블유 코리아 화보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YeoJeong Cho Starring in Domestic Bliss (조여정)

2020-02-29T21:38:24+00:002020.02.27|FASHION, 화보|

밝고 신선한 세상을 꿈꾸는 부유한 여자, 하이패션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그녀의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 깨끗이 청소한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 무엇. 감독 봉준호, 배우 조여정의 은밀하고 특별한 화보가 이제 막을 올린다.

조여정이 입은 점프슈트와 선글라스, 부츠, 벨트는 모두 Celine by Hedi Slimane 제품.

벌룬 슬리브 드레스는 Louis Vuitton, 꽃 모양 귀고리는 Bvlgari, 진주 목걸이는 Tiffany & Co., PVC 샌들은 The Row 제품.

봉준호는 이 화보를 <기생충>의 속편처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유리상자에 갇혀 있어요. 어린 아들에게 집착하지만, 결코 아들을 안아주지는 않죠. 그녀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건, 그 모자 사이에는 물리적인 친밀감이 없어요. 저는 그 긴장과 공포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더 나아가 이 화보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봉준호는 계획이 다 있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봉준호는 한쪽은 부유하고 한쪽은 가난한, 두 무리의 4인 가족이 서로의 삶에 침투하면서 만드는 평행 우주를 묘사한다. 가난한 집의 아들은 부유한 집의 어린 딸을 가르치는 자리에 고용되고, 그는 그 기회를 잡아 부유한 가족의 아들을 도울 미술 치료사로 자신의 여동생을 소개한다. 이어 그의 아버지는 부유한 가족의 운전사가 되고, 어머니는 사랑받던 가정부를 대신하게 된다. 김 씨 가족은 폭우로 홍수가 나면 잠기고 마는 반지하 셋방에서 언덕 위에 있는 박 씨 가족의 매끈한 저택으로 올라간다.

웨딩드레스가 떠오르는 순백색 롱 드레스는 Loewe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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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열풍의 시작은 작년 5월에 열린 칸 영화제다. SNS에서 ‘#bonghive’라는 해시 태그를 확인하면,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봉준호의 작품을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팬들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 <기생충>이 수상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Palme dOr)을 팬들은 ‘황금봉려상(Bong dO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열리기 전까지 <기생충>은 전 세계적으로 15천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아카데미에서는 외국어 영화로서 드물게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그러고는 국제 장편영화상(작년까지는 ‘외국어 영화상’)뿐만 아니라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작품 중의 작품’에 해당하는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상을 모두 차지했다. 참고로 ‘시네마’를 향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할 때, 최우수 작품상을 가져간 건 영화 <그린 북>이다.

봉준호를 만난 곳은 LA 포시즌스 호텔의 한 식당이다. <기생충>이 미국영화연구소 (AFI)의 특별상을 수상한 후 기념 점심식사가 열린 자리였다. 브래드 피트가 봉준호의 테이블에 들렀다. “우리 배우들이 브래드 피트와 사진을 찍었어요! 제이미 리 커티스와도!” 봉준호가 말했다. 그는 검은색 정장, 검은색 셔츠, 검은색 넥타이 등 온통 검은색 차림이었다. 언제나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사람이지만, 기후 변화, 소득 양극화, 혐오 문제 등 세계의 복잡한 걱정거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매일 울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는 말은 그가 한 여러 멋진 말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다. “유머 역시 제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려 하잖아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한 이후, 봉준호는 관객의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 이 영화와 더불어 유명세를 치르는 중인 통역가 샤론 최를 통해 당시 봉준호는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칠 때,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좀 복잡한 문제였어요. 그 순간에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우리에게 뭔가 이야기하길 원했거든요. <기생충>이 제가 전에 만든 영화들과는 다른 임팩트가 있다는 것을 바로 그때 알았어요. 물론 행복했죠. 하지만 배도 고팠어요. 그래서 배우들에게 말했죠. ‘우리 나가서 저녁 먹자.’”

화이트 재킷과 스커트는 The Row 제품.

오버사이즈 코트와 헤드피스, 벨트, 키링은 모두 Maison Margiela, 빨간 장갑은 Vex Clothing, PVC 샌들은 The Row 제품.

봉준호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재학 시절인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의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법을 알았다. 앨프리드 히치콕이 그랬듯이, 모든 쇼트를 조심스럽게 스토리보드로 그렸다. <기생충>이 개봉할 즈음 <더블유 코리아>와 인터뷰한 배우 박소담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신기해한 경험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봉준호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 앞에서 ‘어떻게 촬영 할지, 카메라는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 배우는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면 배우들은 뒤에서 제각기 ‘그게 가능할까?’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든 게 실제로 가능했다고.

그는 히치콕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기생충>을 만들기 전에 <사이코>를 아주 여러 번 봤다고 했다. <사이코>에서처럼, <기생충>에 비밀로 가득 찬 저택에 이르는 긴 계단 이 자꾸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많은 열성적인 팬들이 봉준호의 영화에 등장한 이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물을 찾아내려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세트였다. 봉준호는 ‘영화에는 부유하고 젊은 고객을 둔 유명한 한국 건축가의 사진이 등장하지만, 그 집은 그 건축가가 디자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농담을 던진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들은 <기생충>의 집을 사고 싶어 해요(웃음).”

<더블유>에서 특별한 화보 연출을 부탁했을 때, 봉준호는 이 화보를 <기생충>의 속편처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영화 속 집과 아주 비슷한 실제 집을 찾길 원했다. 그의 계획은 <기생충>의 순진한 젊은 엄마, 박 씨 가족의 부유한 여주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부자 엄마는 밝고 아주 신선한 세상을 꿈꾼다’고 봉준호가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유리상자에 갇혀 있어요. 어린 아들에게 집착하지만, 결코 아들을 안아주지는 않죠.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건, 그 모자 사이에는 물리적인 친밀감이 없어요. 저는 그 긴장과 공포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더 나아가 이 화보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봉준호는 계획이 다 있었다.

봉준호는 아이패드를 꺼내 <더블유> 화보 촬영 때 참고할 이미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저는 이게 참 좋아요.” 그가 보여준 건 영화 <마더>의 스틸컷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봉준호의 ‘최고 걸작’으로 꼽던 <마더>는 정신지체아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한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파고들지만,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활기와 유머도 담고 있다. 봉준호가 보여준 사진에서 엄마(김혜자)의 얼굴은 두꺼운 유리로 가려져 있다. “앞에 있는 작은 물방울이 보이세요?” 아이패드 화면을 가로질러 부드럽게 손을 저으며 그가 물었다. 그는 이런 장면의 관찰자가 보게 될 것뿐만 아니라 두꺼운 유리를 통해 내포할 수 있는 주제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저는 이런 것을 포착하고 싶어요.” 그리고 내 팔찌를 잠깐 봐도 되겠냐고 부탁했다. 반투명 아쿠아마린 색과 시트린 색 비즈를 번갈아 끼운 것이었다. 그는 푸른 보석을 눈에 갖다 댔다. “이런 색깔을 통해서라면 세상은 매우 아름다워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란색에 가까운 비즈를 눈 가까이 대본 후에는 ‘이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우리 화보는 푸른 색감으로 만들게 될 거예요.”

턱시도는 Giorgio Armani, 마스크는 Vex Clothing, 진주 목걸이는 Tiffany & Co. 제품.

화이트 재킷과 스커트, PVC 샌들은 The Row 제품.

검정 재킷과 보디슈트, 스커트는 Dolce & Gabbana, 헤드피스는 Maison Margiela, 빨간 장갑은 Vex Clothing 제품.

화보 촬영 당일, 화창하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봉준호는 조여정에게 빠른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조여정은 하얀 루이 비통 드레스를 입고 할리우드에 많은 모더니즘 스타일의 저택 옆 좁은 골목에 서 있었다. 봉준호가 말을 할 때, 그녀는 손가락으로 아치를 그리며 얼굴 가까이에 손을 둔 포즈를 미세하게 수정하는 중이었다. 봉준호는 ‘접촉, 연결에 대한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세상에 의해 자신의 공간이 오염될까봐 두려워해요. 집은 아주 깨끗한데, 어떤 식으로든 더러워질까봐 두려워하는 거죠.” 언제나 그렇듯이 봉준호는 뜻밖의 반전을 활용하여 미지의 공포를 드러냈다. 하이패션으로 꾸민 자신의 여주인공이 두꺼운 주방장갑을 낀 채, 이미 티끌 하나 없는 바닥을 문질러 닦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복잡하게 만들면 좋겠는데.” 봉준호가 집 안을 거닐다가 사진가 이재혁에게 손짓했다. 이재혁은 <기생충>의 포스터를 촬영한 인물이다. 포스터 구석에 의문스러운 다리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그 사진은 두 가족의 관습적인 초상(김 씨 가족은 맨발을 한)이다. 봉준호는 조여정을 가리키면서 ‘영화에서는 눈이 작은 사람들이 눈이 큰 사람들을 속인다’고 말했다. “부잣집 아내는 눈이 크고 표정이 아주 좋아요.” 그는 조여정에 대해 말하며 미소 지었다.

봉준호는 다시 아이패드를 꺼내 사진가에게 물었다. “이런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기생충>을 둘러싼 관계자들은 봉준호를 ‘봉 감독’으로, 이재혁을 ‘이 포토’로 부른다. 그런 호칭은 화보 현장에서도 여전했다. 봉 감독이 이 포토에게 보여준 이미지는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턴. 거대한 틀니, 거대한 안경, 무시무시한 가발을 뽐내고 있는데 그녀의 머리에 쓰레기 같은 운동화가 올려져 있다. 봉준호가 소리쳤다. “부잣집 엄마의 얼굴 옆에 더러운 것이 있으면 좋겠어! 청소한다고 해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것.”

그는 이 화보 촬영장에서 조여정이 연기했으면 하는 캐릭터의 윤곽을 다음과 같이 세심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매우 외롭지만 개인적인 접촉을 갈망한다’, ‘그녀는 물을 두려워 하지만, 물을 닦기 위해 걸레를 사용해야 한다’, ‘그녀는 강아지를 안고 싶어 하지만, 장갑을 끼고 있어서 털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기생충>의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 ‘소주 한 잔’이 흘렀던 것처럼, 봉준호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희망을 건다. “결국 그녀는 더 용감해질 겁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요. 다들 용감해지고 싶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