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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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버티고, 외면했던 내 몸의 불편한 진실. 한의사 최혜미가 말하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 여기 있다.

11년 전, 마르지엘라를 입은 한의사를 꿈꾸던 더블유 패션 에디터 출신 최혜미. 그녀가 독특한 이력을 안은 채 2019년, 작가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의사가 되어 여자의 몸을 들여다보는 책을 낸 것이다. 원하는 꿈을 차근차근 이뤄가는, 그녀다운 모습에 반가움과 부러움으로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를 꺼내 들었다. 내가 내 몸을 방치한 채 일 년 열두 달 열두 번의 마감을 하며 달려오는 동안, 그녀는 내 몸의 적신호로 고통받는 여성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진료해 왔다. 그리고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여성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향한 의지로 ‘한의사 최혜미의 내 몸 돌봄 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책을 집필했다. 얼마 전, 더블유 유방암 캠페인을 치르며 소리 높여 ‘유방암 인식 향상’에 대해 외쳤지만 정작 나는 여자로서 내 몸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자문해보았다. 하는 거라곤 기껏 매달 월경 주기를 기입하는 앱 정도를 활용할 뿐. 또다시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자, 그녀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더구나 팬이 있을 정도로 정겨운 그녀만의 그림체를 곁들여 한층 친근한 이해를 높이는 책이라니. 목차를 훑어보자 ‘열심히 사느라 늦었습니다만’, ‘내 몸을 진단하는 네 가지 키워드: 난소, 자궁, 유방, 갑상선’, ‘하루 한 번, 체온을 1도 이상 올리는 습관을 갖자’,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와 같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참고 문헌만도 50 여 권이 넘는 알찬 정보와 공감 가는 경험담으로 정성스레 엮은 책을 읽다 보니 자꾸 누군가가 떠올랐다. 바로 주변의 똑똑하고 감각적이지만, 자기 몸 관리에 소홀한 이 시대의 여성들. 서문에 등장한 스물네 살 연주 씨, 스물일곱 살 정민 씨, 스물한 살 혜진 씨가 모두 비슷한 월경통으로 고통받았듯이 남이 아닌 나와 내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모든 여성의 삶과 고민이 이 책 한 권에 든든하게 담겨 있었다. “여자가 자기 몸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글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연말. 그동안 외면했던 내 몸의 목소리와 심신의 불편함을 껴안아보면 어떨까.

피처 에디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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