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ells Like Teen Spirit (옹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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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코롱의 맑은 향기가 가득했던 옹성우와의 싱그러운 시간.

열여덟 소년과 스물다섯 청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얼굴로 옹성우가 가만가만 준우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촬영하면서 뿌려두었던 아틀리에 코롱의 맑은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했고, 그는 잘 몰랐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싱그러운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처음 시작하고 사랑하게 되는 그런 순간.

어제 옹성우의 첫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첫 회가 방영됐어요. 아, 보는 내내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봐서 그런 지, 끝나고 나니까 긴장이 확 풀리면서 몸이 힘들더라고요.

기분이 어땠어요? 걱정이 많았어요, 겁도 났고. 처음으로 세상에 제 연기를 보이고, 감사하게도 첫 작품에 첫 주연까지 맡게 됐잖아요. 그런 부담감과 함께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이 다 합해지면서… 아, 내 연기를 처음 TV로 보니 정말 너무 긴장되더라고요.

연기는 만족스러웠나요? 하하하. 만족스럽지 않아요. 너무 많이 아쉬워요.

‘옹성우가 연기도 잘한다’는 평이 대부분인데도요? 그런 반응이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저는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저 부분에서 왜 저렇게 했지?’ 하면서 봤거든요. 그래도 칭찬해주시는 글을 보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웃음). 안도라기보단 뭐랄까, 사실은 마음 편하게 연기하는 게 제일 좋은데 부담감 때문에 연기에 방해를 받았던 것 같아요. 잘해야 된다, 연기를 잘해 보이고 싶다 그런 생각. 그래도 이제 조금씩 덜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본인에 대한 평가가 냉정한 편인가요? 저는 웬만해서는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맙소사,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은 좀 건조하다’, ‘오늘은 좀 촉촉하네?’, ‘오늘은 부기가 좀 가라앉았네? 다행이다’, ‘오늘은 부기가 좀 있네? 큰일이다. 나 어제 뭐 먹었지?’ 뭐, 이런 생각? 어제는 이 촬영을 위해서 수면팩도 했답니다!

하하,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시는군요. 원래 안 했어요. 얼굴에 뭔가 얹는 게 신경을 건드린다고 해야 하나? 드라마 촬영하면 클로즈업 컷이 많아지니까 어느 순간 걱정이 되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팩이 습관이 다 됐어요.

최준우랑 옹성우는 닮은 점이 많나요, 다른 점이 더 많나요? 처음에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준우는 쉽게 쉽게 말하지 않는 아이거든요. 말이 없는 아이가 그러잖아요. 괜한 말 안 하고, 한 마디 던질 때 꼭 해야 할 말만 하죠. 그게 처음에 좀 어려웠어요. 저는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면서 수다스러운 편인데.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 집에 있고 혼자 자전거 타러 나가고 그런 준비를 했어요. 연기도 어두운 톤으로 하고요. 근데 감독님과 캐릭터 분석을 하다 보니 사실 준우가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지금 마음의 문이 닫혀 있을 뿐이지.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게도 그런 외로움이 있더라고요. 집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있게 될 때, 누군가와 부대끼며 있다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혼자 잠들 때. 그런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 준우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준우처럼 불을 켜두고 자지는 않지만, 저도 무드등 같은 조명을 켜놓고 자거든요. 내가 나를 잘 관찰해야겠구나 싶어요.

옹성우의 열여덟 살은 어땠나요? ‘즐겁고 찬란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자!’가 저의 모토였어요. 예고 다니면서 준우처럼 외로움을 겪은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다행히 친구들을 만났죠. 그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연습하고, 추억을 쌓으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아 정말 행복했지’ 그래요.

열여덟 살 하면 첫사랑 아닌가요? 우와, 활동하면서 인터뷰 많이 했는데, 이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데요(웃음)? 첫사랑은 초등학교 때 했답니다.

너무 용감하게 질문했나 봐요. 이상형은요? 이상형요? 저는 정말 신기하게도 이상형이 없어요. 물어보면 늘 당황스러운데. 자신만의 분위기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뭐 단발이었으면 좋겠다, 귀여웠으면 좋겠다, 그런 거 없이 ‘아, 이 사람한테 이게 되게 어울린다’ 그런 게 느껴질 때가 좋더라고요.

Atelier Cologne 클레망틴 캘리포니아 상큼한 캘리포니아 귤과 만다린, 스타아니스에 세련된 베티베르, 샌들우드가 더해졌다. 반짝이는 햇살 같은 느낌을 주는 다정하고 프레시한 향. 휴대하기 좋은 크기의 트래블 보틀은 레더 패키지에 원하는 문구를 인그레이빙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선물로도 제격이다. 30ml, 8만4천원대.

요즘엔 뭐 할 때 가장 즐거워요? 소확행이랄까? 요즘엔 같이 일하는 배우 친구들이랑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워요.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를 하나요? 배우 친구들이랑 계속 붙어 있으니까 자연스레 연기 얘기를 많이 해요. 우리끼리는 그 단어를 써요. ‘오글거린다’는 거부감이 더 큰 것 같아서 ‘느끼하다’고. ‘우리 오늘 느끼해보자’ 하는 거예요! 막 얘기하다가도 ‘나 지금 느끼해지는 것 같은데, 느끼, 괜찮지?’ 그럼 애들이 ‘느끼, 괜찮지!’ 그래요. 그러면 맘껏 느끼해지는 거죠! 얘기하면서도 자기가 ‘어우 느끼해, 느끼해’ 이러긴 하지만. 근데 그게 우리만의 단어가 됐어요. 다들 친하게 지내고 쉬는 날 만나서 연기 얘기도 하고 그런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별로 없나 보군요. 고민을 나눌 사람들이 있으니까. 심지어 어느 날 촬영장에서 쉬는 시간에 애들이랑 즉흥 연기를 하면서 놀았다니까요. 학교 다닐 때 그런 수업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노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와, 우리 이렇게도 노는구나 싶고.

촬영이 끝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요? 울 거 같아요. 우는 건 기본일 걸요.

원래 눈물이 많나요? 그렇지는 않은데, 끝나면 정말 아쉬울 거 같아요. 현장에 정이 들어서.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에게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고.

오늘 향수 화보를 찍었어요. 평소 어떤 향을 좋아해요? 시원하면서 약간 달콤한 향기를 좋아해요. 향수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닌데,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향에 관심이 생겼어요. ‘집에 들어왔을 때 향이 나면 좋구나!’ 그러다 이제 취미가 돼서, 향수도 뿌리고 디퓨저도 갈아주고 그래요. 내 공간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면서 스스로 변하는 느낌? 그게 공간마다 또 어울리는 향이 다르거든요. 거실에서는 깔끔한, 갓 빨래하고 난 뒤의 깨끗한 향이 좋고, 방에서는 조금 부드럽고 살짝 달콤한 향이 편안하고. 욕실에서는 청량하고 맑은 향이 어울리는 것 같고, 현관에서는 잔잔하고 부드럽게 맞아주는 향이 기분 좋고요. 향에 대한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오늘 사용한 ‘클레망틴 캘리포니아’는 어땠어요? 이 향기를 맡고 연상되는 게 있었나요? 상큼하면서 달콤한, 딱 제가 좋아하는 향기예요. 근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아까부터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Clemetine: 작은 귤)이 불어로 클레망틴(Clémentine)이라 연상됐나 보군요. 진짜 오늘 촬영하는 내내 불렀다니까요!

아까 아틀리에 코롱의 ‘엑스트라 오디너리 박스’를 선물 받았는데, 30개 향수에 각인된 서로 다른 문구 중에서 팬클럽 이름인 ‘WELO’, 지금 연기하고 있는 ‘JUNU’, 그리고 ‘Eternally’를 골랐어요. Eternally는 왜 골랐나요? 음, 그건 요즘 팬들과 함께하면서 관심 갖게 된 주제예요. 팬들이 그 단어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해주면서 제게 의미가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옹성우 널 평생 사랑해’라는 ‘옹널평사’라는 단어가 생기고 나서 ‘너를 평생 사랑하겠다, 너와 평생 함께하겠다’ 이런 얘기를 듣는데, ‘영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요.

그러고 보니까 다 팬에 관련된 걸 골랐네요? 팬들에 대한 애정이 커 보여요. 그렇겠죠? 이제까지 제가 받아온 게 너무 크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제일 실감했던 건 <프로듀스101> 때였죠. 그때 매주 투표 받으면서 사랑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더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거 같아요.

Atelier Cologne 클레망틴 캘리포니아 100ml, 17만원대.

좋아하는 사람에게선 어떤 향기를 맡고 싶나요? 이상형에 대한 대답처럼,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향이 나면 좋을 거 같아요. 가끔 ‘우와!’ 그러는 순간이 있거든요. 무심코 지나가다가, 아니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향이 나는데 ‘이 향기는 이 사람과 꼭 어울린다’ 싶을 때. 그럴 때 이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자기 매력을 표현할 줄 아는구나, 그러면서 좋아 보이더라고요.

본인한테는 어떤 향기가 났으면 좋겠어요? 저한테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이렇게 보이고 싶고, 거기에 어울리는 향기는 이거다, 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시원한 향이 좋아서 그런 향수를 좀 뿌려보기도 했는데 이게 진짜 나한테 어울릴까 싶어요. 누가 맡았을 때 내게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거죠. 정말 나한테 어울리는 향은 뭘까?

이번에 선물 받은 30개의 향수를 하나씩 맡아보면서 성우 씨에게 딱 어울리는 향기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섬세하고 깨끗한 향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오늘 촬영한 컷들을 보니 청순한 사람 같거든요. 30개 중에 잘 찾아보도록 할게요(웃음). 향수 브랜드 모델도 됐는데, 좋은 향이 나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열여덟 살로 살고 있는데, 곧 다가올 스물여덟, 서른여덟의 옹성우는 뭘 하고 있을까요? 아, 음, 모르겠어요(웃음).

하하. 당연해요. 사실 열여덟 살에 스물다섯의 옹성우가 이런 스타가 되어 있을 줄도 몰랐죠? 전혀 몰랐죠. 맞아요. 일단 스물여덟 살에는 그냥 별다른 거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 마음이 건강해야 긴 호흡을 가지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행복한 삶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그러려면 건강해야 해요. 힘든 일도 겪고, 어려운 일도 겪고, 화도 나고, 그러다 또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겨서 즐거웠다가. 이런 장면들이 모여서 한 편의 드라마가 되는 것 같거든요. 행복했던 시절만이 행복한 게 아니라. 이 모든 순간을 좋은 생각으로 잘 헤쳐나가야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Atelier Cologne 울랑 앙피니 화사한 시칠리아 베르가모트가 부드럽고 쌉쌀한 우롱티를 만나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깨끗한 살 내음처럼 맑고 순수하면서도 감각적인 향. 100ml, 21만원대.

뷰티 에디터
이현정
포토그래퍼
박종하
모델
옹성우
스타일리스트
최진영, 최서희, 변주영
헤어 & 메이크업
임해경
세트
한송이(큐더썬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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