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퍼스트 신

금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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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빙빙 돌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솔직하고 다부진 그녀는 지금 무비 스타를 꿈꾼다.

“<퍼스트 신(The First Scene)> 앨범의 메시지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어떤 것에 관한 거예요.” 그 유명한 서울의 ‘강남’에서 만난 유리는 통역사를 통해 이렇게 전해왔다. “심장은 항상 처음처럼 뛸 수 있지요.” 유리가 말하는 건 한국 영화가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데뷔 앨범 이야기다. 2009년 경이로운 히트를 기록한 싱글 ‘Gee’ 이후 케이팝을 지배해온 소녀시대로 활동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글로벌한 관심을 모은 <The First Scene> 은 발매 직후 전 세계 14개 지역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유리는 소녀시대 멤버 중 솔로 활동에 나선 다섯 번째 멤버(태연, 티파니, 서현, 제시카에 이어)가 되었다. 앨범에 수록된 6곡은 자신을 영화 속 스타로 상상하고 만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러한 의도는 ‘Chapter 2’, ‘Ending Credit’, ‘C’est La Vie’ 등 부제가 붙은 앨범 트랙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리는 소녀시대 멤버로 축적해온 경험을 영화적인 묘사로 풀어내고 싶었다(비록 가사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이런저런 굴곡, 그게 무엇이든지 부딪치고 경험해봐라, 그게 너의 길이다’라는 자기 생각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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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마랑의 도트 패턴 블랙 양털 드레스를 입은 유리가 일어나서 날 반겼다. <The First Scene>이 발매된 후 프로모션과 퍼포먼스로 정신 없이 분주한 날을 보냈을 그녀다.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멤버들 없이, 무대를 혼자 어떻게 채워야 할지 진짜 걱정스러웠거든요.” 그녀가 털어놓는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 동안 연습해온 걸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서울 북서쪽, 고양시에서 태어난 유리(권유리)는 17년 전 SM엔터테인먼트(엑소, 동방신기, 레드벨벳, 샤이니, 소녀시대 등 케이팝 스타들이 속해 있다)의 오디션을 봤다. 연습생이 된 유리는 6년간 엄격한 트레이닝을 거쳤다. 2007년 소녀시대가 데뷔했을 때 그들의 빛나는 미래는 누구나 예견할 정도였고, 2009년 ‘Gee’를 포함한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세계 무대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연기와 음악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써왔다고 말한다. “저는 늘 연기와 음악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영역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녀시대 멤버들은 최근 바람 속에 흩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재능은 솔로 뮤지션 활동이나 영화나 TV의 연기자 활동으로 분산됐다(2016년까지 잠정 중단됐다가 그 다음 해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에 오른 ‘Holiday Night’로 활동을 재개하긴 했지만 말이다). 유리는 지금까지 틈틈이 연기에 집중해왔다(2012년 <패션왕>, 2013년 스포츠 영화 <노브레싱> 등). 2018년 현재는 <대장금이 보고 있다>가 방영 중이고, 솔로 앨범과 더불어 넷플릭스 시리즈 <마음의 소리 리부트>가 지난 29일 공개됐다.

유리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그룹의 그늘을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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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전히 소녀시대의 유리예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물론 그룹의 일원으로 ‘두드러지는 것’이 힘겨울 때도 있었다. “그룹으로 살다 보면 우리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벌어지는 경쟁도 있어요.” 하지만 그 경험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도전할 만했으며, 그녀를 지금의 아티스트로 만들었다. 20대 초반에 겪은 무수한 경험은 그녀의 세계를 더 강력하고 미래적으로 이끌었다. “예전엔 풋풋한 첫사랑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면, 이제 저는 30대 초반 여성의 매혹적이고 성숙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솔로 경험이 있는 소녀시대 멤버들은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절 많이 응원하고, 노래도 모니터 해줬어요. 음악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지요.” 효연은 앨범 재킷과 사진에 대해 조언을 해줬고, 수영과 티파니는 노래와 앨범 제목을 고르는 일을 도왔다. 태연은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을 통해 1,300만 팔로워에게 유리의 미니 앨범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멤버들이 칭찬을 많이 해줘서 자신감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저랑 잘 맞는다고 말해줬거든요.” 소녀시대 멤버들은 그녀의 새 음악이 ‘맞춤옷’처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유리는 멤버끼리 단톡방을 통해 뷰티와 스타일뿐 아니라 진지한 얘기도 나눈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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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의 ‘가요광장’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The First Scene> 앨범을 응원한다고 문자를 보내온 일도 밝혔다. 유노윤호와는 17년 전 SM 오디션에서 만났고, 함께 연습생이 되었다. 그때부터 서로 격려해온 사이라고 말한 그녀는 특히 보아가 선배로서 정식 데뷔 무대 전에 따로 무대에 대해 조언을 해준 일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소녀시대, 동방신기, 보아, 트와이스에 이어, 케이팝의 새로운 세대가 국제 무대에서 눈부신 성취를 거두고 있다. 그 중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200 차트 1위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한 최초의 케이팝 밴드로 지금 가장 핫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블랙핑크는 두아 리파와 함께 곡을 녹음했고, 레드벨벳의 웬디는 최근 존 레전드와 듀엣곡을 발표했다. “정말이지 놀랍고 뿌듯한 일이에요.” 케이팝의 성장과 영향력에 대한 유리의 감회다.

소녀시대의 재결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유리는 개별적이든지 그룹이든지 언제든 컬래버레이션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지금 당장은 <The First Scene>  프로모션과 2편의 TV 시리즈 때문에 너무 분주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꿈꾸는 듀엣 파트너는? 찰리 푸스다. 작년에 발표된 ‘찰리 푸스의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라는 BTS의 트윗에 몇 개월 후 이 뮤지션은 “BTS, DM 확인 좀…”이라 트윗하기도 했다. 곧 서울에서 그의 내한 공연이 있다. 어떤 근사한 일이 벌어질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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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디터
금다미
Katherine Cusumano
사진
이영모
영상
소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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