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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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여성의 시간과 현대 여성의 시간은 어떻게 달라졌나. 그 물음에 답하는 오메가의 전시 <Her Time>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

전시가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르모르 궁에서 포즈를 취한 니콜 키드먼.

전시가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르모르 궁에서 포즈를 취한 니콜 키드먼.

여성의 권익과 평등은 20세기 내내 화두였다. 여성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경제적으로 성취를 거두면서 오메가의 여성용 타임피스의 눈부신 혁신이 시작됐다. 과거, 여성이 시계를 보는 행위를 지루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한 데서 착안해 만든 ‘시크릿 주얼리 워치’를 시작으로, 1937년 간호사를 위해 디자인된 메디쿠스, 여성의 개성과 스타일 감각을 보여준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의 광고 캠페인 등 오메가는 전시 <Her Time>을 통해 시대적 변화 속 여성과 함께 진화해온 브랜드의 역사와 세계관을 전달한다.

역사적 하이라이트 피스가 전시된 전시장 내부.

역사적 하이라이트 피스가 전시된 전시장 내부.

역사적 하이라이트 피스가 전시된 전시장 내부.

바로크 양식이 접목된 마르모르 궁의 외부.

호화로운 궁 안에서 열린 오프닝 파티.

전 세계에서 초청된 유명 인사와 프레스를 환영하는 파티의 전경.

전시는 초기 레핀 펜던트부터 현대적인 아이코닉 레이디 매틱까지, 여성의 애티튜드와 취향에 맞춰 거듭 발전해온 오메가의 흔적을 탐색한다. 2015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부터 시작한 이 전시는 전 세계를 돌아 올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르모르 궁에 당도했다. 오메가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브랜드의 중요한 일원인 니콜 키드먼을 맞이하며 그녀를 가리켜 “100년 전 오메가의 워치메이커들이 여성을 위한 타임피스를 처음 제작하던 당시 머릿속에 그리던 여성 그 자체”라며 치켜세웠다. 이에 니콜 키드먼은 “오메가는 단지 우아한 장식품이 아닌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여성용 정밀 시계를 만들었죠. 이런 사실이 제가 이 시계를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라고 화답했다. 다음은 니콜 키드먼과 나눈 대화.

2005년부터 오메가 홍보대사에 합류한 니콜 키드먼.

2005년부터 오메가 홍보대사에 합류한 니콜 키드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인상은 어땠나? 정말 아름답다. 러시아 방문은 처음이다. 어제 선셋 보트 투어로 도시를 구경했는데, 정말 완벽했다. 가족을 데려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로. 난 러시아 문학을 읽으면서 자랐는데, 처음으로 열정을 가진 분야다. 보트 투어를 통해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에 참고한 장소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내면에 깊이 스며든소설 속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

영화 <보이 이레이즈드(Boy Erased)>가 아카데미상 후보로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이 영화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작가나 감독이 가끔 나를 위해 썼다며 대본을 보내주는데 그런 고마운 기회 중 하나였다. 감독 조엘 에저턴은 좋은 친구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인데, 영화제 경쟁 부문의 또 다른 영화 <디스트로이어>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보이 이레이즈드>는 조연이지만 두 배역의 매력은 아주 다르다. 배역의 크기보다, 이전까지 해본 적 없는 의미 있는 역할에 이끌렸다.

다양성과 미투(MeToo)의 시대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글쎄, 중요한 질문이다. 시간 그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자격이 있지 않나. 난 지난 25년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노력,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고, 법 개정에 앞장섰으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약 계층의 여성, 특히 전쟁의 희생자인 여성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여성을 위한 또는 대변
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다. 지난 20년간의 변화는 너무 느리지 않았나.

1992년 작 오메가 컨스털레이션 스타.

1906년 작 오메가 최초의 손목시계 중 하나.

니콜 키드먼과 오메가의 DNA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거의 20년간 오메가와 함께해왔다. 오메가는 많은 이들이 존경하는 기업이지 않나. 시계 애호가로 시계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더 잘 알게 되었는데, 정교함이 아주 탁월하다. 또, 오메가와 함께 세계를 여행해왔는데,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러시아를 오메가 덕분에 오게 되어 무척 기쁘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세계는 점점 더 작아지고 그만큼 서로가 더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싶다. 세계 시민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 자신을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통해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 일의 일부와도 같다. 여행은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 덕분에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존재로, 또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특정한 정치적 시선에 갇히지 않고 배우로서 편견 없이 느낄 수 있었다.

오메가에 대한 가장 생생한 추억은 무엇인가? 굉장히 많다! 한국에 갔던 일도 생각난다. 꽃들로 가득한 잔디밭에서 이벤트가 열렸는데, 설치 미술 작품과 함께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연출됐다. 예술에 대한 사랑과 그를 이벤트로 표현한 그 방식이 매혹적이었다. 문화적으로 상징적인 도시에서 많은 것을 보고 즐기게 되었달까.

과거 광고 캠페인 시리즈.

과거 광고 캠페인 시리즈.

시계 애호가로서 가보로 물려주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역사가 오래된 빈티지 시계를 다수 갖고 있는데, 아카데미나 골든 글로브, 칸 영화제 같은 큰 행사에서 즐겨 착용한다. 그런 장소에서 시계를 착용하면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016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서 착용한 이 시계의 역사가 1953년 또는 19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할 때의, 어떤 여정의 일부가 되는 그 느낌은 정말 남다르다.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시계를 착용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시계를 착용하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시계는 훌륭한 주얼리인 동시에 시간도 알려주고, 의미 있는 경계도 제공한다. 시각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시계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말이다.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버리는 일은 피하고 싶다.

1995년 성공한 여성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가 홍보대사에 합류했다.

1959년 작 광고 캠페인.

시간이 더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그저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손주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지금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인간은 그 어떤 것도 컨트롤할 수 없지만 말이다.

시간은 영속적이지 않다. 세월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월의 흐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흥미롭지 않나. 일전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 한 해가 정말 빨리 지나갔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잘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고,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적이면서 느긋한 성격이다. 현
재에 만족하고, 예상한 일 그 이상까지 해내고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우린 서로 균형이 잘 맞는다.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되돌아보면 어릴 때와 20, 30대일 때 매우 내성적이었다. 수줍음 많은 성격 탓에 많은 것을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내성적인 성격 덕분에 예술적 감각을 받아들이고 배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몽상을 즐기고, 감각과 감수성이 풍부한 점을 통해 세상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메가의 2018 최신 모델 레이디매틱.

오메가의 2018 최신 모델 트레저.

오메가의 2018 최신 모델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여전히 수줍음을 느끼나? 어느 순간부터 어딜 가나 모두가 나를 주목하고 있음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나 각자의 삶이 있고 나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세트장은 낯설다. 연기를 할 때는 낯선 사람과 카메라가 가득 있는 방 안에서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수줍은 성격을 최대한 버려야 한다. 어떤 배우는 그저 지시에 따르는 편이 쉬울지도 모르지만, 난 심호흡을 하고 적극적으로 감독과의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니까.

러시아 문학을 매우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만약 좋아하는 작가나 감독이 러시아 연극 또는 소설 원작의 작품 배역을 제시한다면 가 장 하고 싶은 역할은 누구인가? 항상 러시아에서 안톤 체호프 연극을 하고 싶었다. 체호프의 작품이 러시아어로 공연되는 것은 강렬한 페이소스와 깊이를 선사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가 55세에 이르러 러시아어를 배웠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영감이 되었다. 체호프 연극은 꼭 해보고 싶다. <벚꽃 동산>이라도. 그런데
지금 공부하고 있는 러시아어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렵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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