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욜로(YOLO)’라고 외친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건 하늘이 파랗다거나 물이 축축하다는 것처럼 명백한 사실인데, 왜 새삼스럽게 욜로 타령일까?

YOLO

‘욜로(YOLO)’가 언제부터 이렇게 보편적으로 쓰인 걸까. 주로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하는 등 국산 맥주 광고의 해맑은 청춘 모델들에게 어울릴 법한 그림에 가서 붙는 단어였는데 말이다.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캠핑카로 혼자 아프리카 여행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외국인 여성이 던진 말이었다. “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금을 즐기자는 것이다. 멋지게 들리지만, 영미권에서는 이 말을 쓰는 사람을 중2병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배우이자 뮤지션인 잭 블랙은 자신의 SNS에 “YOLO는 라틴어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카르페 디엠’ 대신 쓰는 말임에 분명하다”라고 올린 적이 있다. 영어권 사용자들이 신조어나 속어의 뜻풀이를 올리는 일종의 소셜 영어 사전인 ‘어번 딕셔너리’에서도 YOLO 항목을 찾아보면 대개 ‘미숙한 이들이 무모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핑계처럼 대는 말’이라는 식으로 조롱하는 태도가 많다.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사고를 치는 등, 치기 어린 행동을 꾸미는 포장이라는 것이다.

현지에서 한물간, 혹은 철없는 미숙함으로 취급받는 욜로 콘셉트가 한국에서 붐을 일으킨 이유는 뭘까? 우선 마케팅적으로 활용하기가 무척 용이하다. ‘인생 한 번, 후회 없이!’라니 물건을 팔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권장하고 싶은 태도겠나. ‘지르자!’의 대구로 차지게 갖다 붙이기 딱이다. 9월 초 부산에서는 ‘욜로 라이프 페어’가 열린다고 한다. 무엇을 모아서 보여주고 판매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 갖고 싶은 건 갖자’라며 면봉부터 자동차까지 다 갖다 놔도 어쩐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욜로는 활용하기 좋은 소재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등 나영석 PD의 예능 시리즈가 ‘한 번뿐인 인생, 일상에서 한발 벗어나 이런 여유도 즐겨보아요’ 하는 식으로 욜로를 보여주며 유행시켰다면, 후발 예능들은 ‘원 없이 돈 한 번 써볼까’ 하며 거침없이 소비하는 시도로 접근했다. MBC <무한도전>의 욜로 특집에서는 멤버들의 손에 신용카드를 쥐여주고 한 명씩 돌아가며 돈을 쓰는 과정을 보여줬다. 백 몇십만원짜리 스쿠터부터 50만원짜리 드레드 헤어스타일, 한 끼에 20만원짜리 호텔 식사, 그 밖에 자전거, 드론, 부모님을 위한 꽃배달 같은 항목을 (남의 돈으로) 마음껏 지르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콘셉트로 올리브 채널의 <어느 날 갑자기 100만원>은 출연자에게 100만원씩 주고 각자 취향껏 어떻게 쓰는지를 따라갔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이유는 욜로를 외치면서도 그 속에 진짜 누구의 삶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 대다수는 평소에 훨씬 더 비싼 품목에 돈을 지출할 만한 경제력을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번뿐인 인생’ 설정이 참 덧없기도 하다. 시청자에게는 분명 ‘어떻게 탕진할까’ 상상하면서 즐거워지는 규모의 예산이겠지만 말이다.

TV 속의 사람들이 일종의 ‘버킷 리스트’를 지우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지만 그건 가짜고 허상이다. <무한도전>에서 쓰는 돈은 방송국 법인카드에서 나오는 진행비고, <꽃보다 청춘>에서의 좌충우돌 여행은 제작진의 보호와 진행 안에서 안전하며, <윤식당>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사업 실패에 대해 어떤 리스크도 걸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거기 가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다. 물론 평범한 시청자들이 외국에서 식당을 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접하고 가능성을 꿈꾸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프로그램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현실로 벌어졌을 때는 손님 몇 팀 받고 나면 오후에 가게 문을 닫고 자유 시간을 가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슨한 낭만은 없을 테고, 실패한다 치면 그야말로 ‘한 번뿐인 인생’에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겠지만. 미디어에서 전시하는,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는 욜로는 그래서, ‘욜로 좇다 골로 간다’며 일침을 놓는 결론마저도 기만적이고 허무하다.

매년 발행되는 소비 트렌드 분석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혼밥 혼술 같은 1인 경제, 적게 소유하며 가진 것을 버리는 미니멀리즘, 각자도생 등과 더불어 ‘욜로 라이프’를 현재 지향적 사고가 반영된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하지만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욜로는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이라기보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가깝다. 새마을운동 시대를 거친 기성세대가 아끼고 절약하며 살 수 있었던 건 미래를 꿈꿀 수 있어서다. 70년대, 80년대에는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낮았지만 정기예금 이자가 25~30%에 달했던 시기도 있다. 그쯤 되면 외식 한 번, 옷 한 벌 참는 보람이 넘치지 않았을까? 은행에 넣어두면 돈이 차근 차근 불어나고,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고, 또 부동산을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식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2010년대의 젊은이들은 금리가 그 10분의 1도 되지 않으면서 취업률은 최하인 장기 불황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경제 팟캐스트로 인기를 얻으며, 공중파 TV에도 편성된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는 청취자들의 지출 내역을 받아 조목조목 살피며 개인 재무 구조를 개선해준다. 먹고 마시고 자신을 위해 쓰는 비용은 대부분 ‘스투피드!’하다고 야단을 듣는다. 경제 관념을 정립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의아한 기분도 든다. ‘커피 몇 잔 덜 마시면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다’ 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욜로를 외치며 즐기며 놀아보자고 주장하는 쪽도, ‘욜로 찾다 골로 간다’며 근엄한 일침을 놓는 것도 대체로 기성세대의 아저씨라는 점이다. 정말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구호가 필요하지 않다.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이야기만큼이나 마땅하고도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자기 인생을 산다는 거다. 걱정 없이 지금만 즐기는 듯 보이거나 앞날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듯 보이거나, 결국 하나뿐인 자기 삶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과 결정이다. 그걸 평가하거나 간섭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책임은 스스로 지는 거니까. 디플레이션 시대의 젊은 세대가 맛집, 예쁜 카페, 여행 같은 현재의 행복을 보류하고 악착같아진다고 해서 미래의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하자는 가치관은 치기 어린 충동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런 건 욜로라기보다 다른 이름을 붙여야 정확할지 모르겠다. ‘We Don’t Have Future’, 혹은 ‘I Only Live Today’는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