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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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와 함께라면 휑한 벽을 갤러리로 변신시켜주는 훌륭한 오브제. 아트 포스터가 있는 숍 세 군데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추려봤다.

루마스 갤러리

1. 사진과 회화 작업을 혼용해 묘한 뉘앙스를 만드는 Erin Cone의 ‘Reminisce’. 이 밖에도 여인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작품들이 있다.

2. 생기 있는 색으로 완성한 독특한 일러스트. Alfredo Palmero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시녀들’ 시리즈 중 하나.

3. 쿠바 해변의 파도, 자동차, 그리고 하늘이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 Julia Christe의 사진.

예술이 말을 걸 때, 루마스 갤러리
예술 작품을 내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의 그림 한 점과 사진 한 장을 판매하는 갤러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한다는 ‘픽처리어(Picturior)’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독일에서 시작해 세계 각지로 체인을 늘려간 루마스 갤러리는 갤러리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자칫 고루한 이미지를 풍기는 갤러리에 관한 선입견을 깨준다. 사진 전문이었지만, 일러스트나 콜라주 등으로 작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작가 서명을 곁들인 75~150쇄의 리미티드 에디션, 좀 더 저렴하며 작은 사이즈로 가볍게 예술을 취할 수 있는 오픈 에디션, 선물용으로 탁월한 미니 사이즈의 아트 나우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가운데서도 ‘젊은 감각’이라는 공통분모만은 유지한다. 이곳의 여느 작품에 비해 고가지만, 데이미언 허스트나 무라카미 다카시 등 20~21세기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군의 마스터스 에디션도 있다. 갤러리에 들어섰을 때 예술의 낯선 엄숙함이 나를 밀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루마스에서는 처음 보는 작품이 반가울 정도로 어느 한 점을 골라서 나가고 싶다.

콜라주

1. DJ를 중심으로 한 크루, 데드엔드의 아트디렉터인 DHL의 'Lighter'. 늘어난 라이터 묘사에는 마약과 관련한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2.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의 'Nous'. 김참새의 그림 속 인물과 동물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심지어 식물까지도.

3. 콜라주를 운영하는 엘리펀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장, 김원선의 'Untitle #1'. 특수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입체적 작품.

선별된 비주얼 크리에이터들, 콜라주
문화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재능을 드러내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콜라주(collage)’는 일찍부터 그들의 작업을 포스터 영역으로 확장해 선보인 곳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 김가든, 옥근남, 사진가 목정욱과 하시시 박, 그리고 스티키 몬스터 랩과 빈지노의 아트 크루 IAB 스튜디오 등, 평소 잡지를 열심히 보거나 젊은 크리에이터의 이미지 작업에 관심 가졌다면 탐났을 작품이 수두룩하다. 80cm×100cm 사이즈의 포스터는 액자까지 함께 주문해도 10만원 미만으로 저렴하지만, 각각 100쇄의 리미티드 에디션에 일련번호까지 찍혀 있다. 포스터뿐 아니라 정제된 취향으로 골라놓은 아트북과 독립출판물, 소장 가치 충분한 외국 잡지를 구경하다가 꽤 시간이 흐르기도 한다. 지하 카페에도 감도 높은 외국 디자인 서적이 비치돼 있으니, 부담 없이 머물다가기 좋다.

1. 사진가 유창욱이 담은 꽃들. 가는 줄기 끝에 올려진 꽃의 평형 감각, 만개한 꽃잎 등을 향한 시선.

2. 사진가 유창욱이 담은 꽃들. 가는 줄기 끝에 올려진 꽃의 평형 감각, 만개한 꽃잎 등을 향한 시선.

3. 사진가 유창욱이 담은 꽃들. 가는 줄기 끝에 올려진 꽃의 평형 감각, 만개한 꽃잎 등을 향한 시선.

4. 사진가 유창욱이 담은 꽃들. 가는 줄기 끝에 올려진 꽃의 평형 감각, 만개한 꽃잎 등을 향한 시선.

5. 이택우의 사진. 언뜻 보면 색의 그러데이션 같지만, 실은 짙은 안개가 낀 숲이다.

꽃의 초상을 가까이, 더포스터랩
20년 동안 광고와 잡지 사진 일을 했던 사진가 유창욱과 비주얼 아티스트 이택우의 작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프린트 숍. 콘셉트가 간명하다. 바로 꽃과 자연. 꽃 사진을 포스터로 구하고 싶어 무작정 검색을 하다 보면 더포스터랩을 만날 확률이 크다. 인스타그램에서 곧잘 볼 수 있는 로맨틱한 꽃 사진 대신 꽃의 균형미와 성장을 관찰하며 담은 사진은 때로 적나라하다. 꽃이 피기까지, 그리고 피고 나서의 변화를 포착해낸 모습 중 무엇을 취하든 꽃의 초상을 가까이에 두고 싶다면.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PARK JONG WON, JOE YOUNG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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