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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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레이블 Aomg 소속의 엘로(Elo)는 랩이 아닌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이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같은 회사의 그레이와 로꼬, 자이언티, 크러쉬가 속해 있는 비비드 크루의 멤버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움츠리고 있던 그가 발칙한 첫 번째 EP 앨범 <8 Femme>을 발표하며 날개를 폈다. 이제는 엘로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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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첫 EP 앨범을 축하한다. <8 Femme>은 어떤 앨범인지?
엘로 총 8개 트랙으로 구성됐는데 1번부터 8번까지 각각의 다른 여성을 상징한다. 모두 내가 겪은 여자들 이야기다. 8명 다 사귄 것은 아니고, 사귄 사람도 있고 스쳐 지나간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겪은 감정을 각각의 노래에 담아 앨범을 만들었다.

개인적인 경험담이라니 놀랍다. 8명인 이유가 있나?
‘8명의 여자들’이라는 영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앨범 아트워크를 보면 가사집마다 편지봉투 느낌으로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도 8명의 여자들에게 편지를 하나씩 건네는 신이 있어서 아트워크에도 적용해봤다. 앨범, 아트워크, 뮤직비디오까지 따로 놀지 않고 전체적으로 내가 생각한 그림이랑 잘 맞아떨어져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8곡이면 정규 앨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 수 있었는데 사실 정규가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8곡인데 정규면 너무 깡패 아닌가 싶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타이틀곡 ‘Rose’는 기존의 엘로가 들려주던 음악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
나는 원래 가사를 표현할 때 은유적이고 돌려서 하는 편이다. 로제를 만들 때는 내가 시도하지 못한 표현이나 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서 좀 더 직설적으로 작업했다. 촌스러울 수도 있는 레트로 사운드인데 오히려 더 레트로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장미라는 키워드도 잡았다. 노래도 평소 나답지 않게 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내 음악을 들었던 분들은 아마 이런 스타일은 생각도 못했을 거다.

쇼케이스가 굉장히 화려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AOMG 멤버들이 모두 함께 해줬고, 오랜만에 비비드 크루도 한자리에 모였다. 분위기가 일단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기획할 때만 해도 게스트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 막상 무대 올라가서 느끼니까 ‘이 사람들이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여러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주는 느낌이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엘로의 음악을 들어보면 사운드가 섹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곡을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 섹시함이다. 노골적이기보다는 살짝 야릇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작업할 때 내가 느끼기엔 과하다고 생각이 들 만큼 더하는 부분이 많은데 나는 덜어내는 걸 좋아한다. 음악뿐 아니라 내 옷차림도 그렇고, 하나라도 더 빼고 최대한 기름기 없이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 것들이 확실히 스타일에서도 배어 나오는 것 같다. AOMG에서 유일하게 힙합 스타일로 입지 않는 멤버인데, 본인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
내가 사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았다. 주변에 다 힙합 하는 사람들이니까 아무도 내 패션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거다. 재범이 형은 내가 살짝 붙는 바지나 구두만 신어도 ‘어? 게이 바지다!’라고 놀린다. 그 스타일이라는 것이 나한텐 꽤 힘들었다. 회사에서 형들이 하도 그러니까 내 라이프스타일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도 힙합 느낌의 옷을 하나 사야 하나 했다. 근데 그게 옷만 그러면 좋은데 음악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주더라. ‘아, 나도 이런 이런 알앤비를 해야 하는 건가’ 싶고. 사실 그런 생각 때문에 헤매느라 앨범이 늦게 나온 것도 있다. 여러 가지로 헤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출발이 옷이었던 것 같다. 스타일에 대해 지적을 많이 당하다 보니까.

제일 많이 지적하는 사람은 누구였나?
박재범.

섹시한 음악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노래는 섹시하다고 생각하는데, 외모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그날 ‘자본주의 맛이 괜찮네?’라고 느꼈다(웃음).

힙합 베이스의 알앤비 음악은 본인의 음악과는 좀 다른가?
뭔가 나도 의무적으로 크리스 브라운이나 지금 유행하는 브라이슨 튈러 같은 걸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내가 많이 참조하고 연구하는 아티스트들은 위켄드나 미겔 같은 아티스트다.

비비드 크루 멤버들은 모두 잘됐다. 물론 엘로도 잘되고 있지만 가장 후발 주자라고 볼 수 있는데 부담감은 없는지.
사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예전에는 그게 열등감으로 작용해서 괜히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앨범을 내고 나니까 지금은 부담감도 완전히 사라지고 굉장히 행복하다. 내가 아직 많이 바쁜 건 아니지만, 내 노력을 인정받은 기분이다.

비비드 크루 출신들이 노래뿐 아니라 랩도 굉장히 잘한다고 들었다. 엘로도 랩에 일가견이 있나?
자이언티 형은 랩도 정말 잘한다. 크러쉬는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자이언티 형은 랩을 래퍼처럼 하는 건 아닌데 되게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자기 노래 하듯이 자기 스타일이 딱 있어서 멋있다. 요즘 노래랑 랩이 경계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은데, 그런 시도를 많이 한다. 비비드 크루가 원래 랩, 노래, 작사, 작곡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모인 거다 보니 시도하는 데 있어 거부감은 없다. 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랩보다는 노래를 하고 싶다.

인스타그램 사진이 모두 흑백이다. 흑백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모노(Mono)’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가 왼쪽 귀가 안 들린다. 원래는 밸런스가 안 맞는다 정도였다가 군대에서 아예 청력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그걸 또 굳이 노래로 만들고 싶어지더라. 뭔가 키워드가 없을까 하다가 모노하고 스테레오가 떠올랐다. 모노가 소리와 색감을 뜻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사진을 모노톤으로만 올리고 있다. 이것도 나중에 콘셉트로 앨범으로 만들 생각이다. 원래 꽂히면 하나만 파는 성격이다. 근데 회사 홍보 이런 건 컬러로 올리기도 한다. 사실 올렸다가 하루면 다 지우는 거다.

갑자기 엄청난 답변을 들은 것 같은데. 귀가 안 들리면 음악 하는 데 문제는 없나?
불편하긴 한데 근데 또 하다 보니까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다. 믹스나 다른 부분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전문가들에게 맡기니까, 그런 스트레스 빼고는 없는 것 같다. 크게 불편하진 않다.

이거 혹시 공개된 사실인가?
주변 사람들 말고는 잘 모른다. 딱히 어디서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바쁘지 않았으니까(웃음). 군대에서 이등병 말에 의가사제대 신청을 했는데, 상병 말에 통과돼서 전역하라고 나오더라. 그럼 뭐하러 내가 의가사제대를 하겠나, 이제 병장을 즐겨야 하는데. 그래서 결국 병장 전역했다.

2016년도 얼마 안 남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일단은 싱글을 더 내고 싶다. 공연도 많이 하고 일적으로 바빠졌으면 좋겠다. 여기저기서 내 이름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고. 연애는 별로 생각 없고… 돈 벌고 싶다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PARK J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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