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o, 시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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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소재와 건축적인 실루엣에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중국계 디자이너 시아오 리. 디젤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을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녀를 만났다.

반갑다. 서울에 언제 왔나?

시아오 리 2시간 전에 인천에 도착했다. 어제 10 꼬르소 꼬모 베이징에서도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 전날은 상하이였고. 9월 말 밀라노에서 첫선을 보인 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패션 디자인을 런던에서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7년 전 패션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다.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가 내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고향은 중국 청도다. 어릴 적 삶이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는가?

아무래도 그렇다. 청도는 다문화 도시다. 내가 살던 곳엔 한국인, 독일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외국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이 모여 있는 동네도 있다. 그런 것들을 가까이서 자주 접하다 보니 아트와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런던에 가기 전엔 순수 예술을 공부했다.

실리콘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졸업 작품으로 ‘니트’ 를 메인으로 한 동시대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니트로 구조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하던 중, 원하는 모양으로 거푸집 제작이 가능한 장비가 눈에 띄었다. 첫 시도는 주얼 장식 목걸이를 본뜬 거푸집을 만들고, 실리콘을 부어 찍어낸 것이었다. 이질적인 느낌이 좋았고,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성글게 짠 니트를 본뜬 거푸집을 제작해보았다. 그리고 실리콘으로 찍어냈더니 니트 형태의 실리콘 소재가 완성됐다. 니트 같지만 니트가 아닌 재미에 푹 빠졌다. 나의 시그너처 소재로 발전시키고 싶다.

디젤과의 캡슐 컬렉션도 같은 맥락인가?

맞다. 디젤 측에서 나와의 협업을 앞두고 ‘혁신적이고 동시대적인’ 아이템을 원한다고 말했다. 고민하던 중, 실리콘 작업을 접목해보면 어떨까싶어 제안했고, 데님의 짜임을 찍어낼 수 있는 거푸집을 만들었다. 사실 컬러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취향대로 밀고 나갔다. 난 인디고 데님보다 밝은 컬러의 데님을 좋아한다. 그래서 밝게 워싱된 데님의 톤을 차용했다.

디젤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된다.

디젤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된다.

본인의 컬렉션과 이번 캡슐 컬렉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데님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보니 실용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데님은 캐주얼하고, 사람들이 매일 입는 아이템이니까. 나의 컬렉션은 훨씬 쇼피스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캡슐 컬렉션은 디자인을 간결하게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면 소재 티셔츠에 데님 모티프 실리콘 소재 포켓이 달린 티셔츠처럼, 디테일로 포인트를 더하는 정도로 부담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했다.

세탁이 가능한가?

당연하다! 손빨래가 좋긴 하지만, 세탁기에 넣어도 상관없다. 이미 소재 시험을 다 마쳤다. 어떤 이들은 고무 소재라 몸에 해롭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이 실리콘은 치과에서도 사용하는 원료다.

모든 아이템을 실리콘으로 제작할 순 없을 텐데.

컬렉션을 대표하는 또 다른 소재는 ‘스페이서’다. 자동차를 제작할 때 충격 흡수제로 많이 쓰이는 소재로 만지면 스펀지 같은 느낌을 준다. 네오프렌보다 더 형태감을 표현하기 좋아 자주 사용한다.

디자인할 때 어떤 여성을 떠올리나?

‘Confident & Independent’! 자신감 있고 독립적인 여성. 나를 지배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또 영감을 받기 위해서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을 자주 보는데,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한다. ‘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 좋다.

2015 S/S 컬렉션에선 슈즈와 백을 비롯해 다양한 실리콘 액세서리도 선보였다.

실리콘으로 슈즈와 백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을 생각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액세서리의 경우 실리콘 소재 아이템과 가죽 소재 아이템을 적절하게 분배한다.

매장은 어디 있나?

아직은 소량만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와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판매하고 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도 지난 9월부터 판매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신인 디자이너가 그렇겠지만 나의 레이블을 확장시키고 싶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데, 그러려면 실용성 면에서 훨씬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또 언젠가는 남성복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싶다.

시아오 리는 2014 S/S 시즌 RCA 졸업 작품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인 뒤 바로 디젤 어워드를 수상해 협업을 진행했고, 카를라 소차니의 눈에 띄어 10 꼬르소 꼬모 밀라노에서 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위는 그녀를 대표하는 요소인 실리콘 소재를 쉽고 경쾌하게 풀어낸 2015 S/S 컬렉션.

시아오 리는 2014 S/S 시즌 RCA 졸업 작품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인 뒤 바로 디젤 어워드를 수상해 협업을 진행했고, 카를라 소차니의 눈에 띄어 10 꼬르소 꼬모 밀라노에서 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위는 그녀를 대표하는 요소인 실리콘 소재를 쉽고 경쾌하게 풀어낸 2015 S/S 컬렉션.

에디터
이경은
포토그래퍼
박종원
PHOTO
COURTESY OF XIAO 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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