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하는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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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주책이라 했고, 누군가는 늦바람이라고도, 누군가는 돈 낭비라고도 했다. 아무렴 어떠랴. 수술 후 족히 다섯 살은 어려 보이는 나를 보면, 다들 아픈 배를 움켜잡고 부러워할 텐데. 나잇대별로 알아본 다양한 안티에이징 성형.

20’s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은 20대 딸이나 40대 부모나 매한가지. 그 기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름 제거나 볼륨 수술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20대를 위한 동안(차라리 ‘아기 얼굴’이라고 해두자) 시술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눈 밑 애교시술과 보조개 성형. 눈 밑에 도톰하게 자리한 애굣살을 만드는 방법은 알로덤, 필러, 자가 지방 이식이 대표적인데, 다크서클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20대의 애교 시술은 자연스럽고 봉긋하게 자리 잡지만 , 30~40대만 되어도 눈 밑에 무언가를 넣으면 피부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해지기 쉽죠.” 그래서 모델로 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20대가 부작용이 가장 적은 눈 밑 애교 시술의 적기라고 설명한다. 보조개도 마찬가지다. 웃을 때 뺨에 나타나는 보조개는 귀여운 인상을 주어 20대가 가장 많이 선호하는 성형 중 하나이지만, 30~40대가 되면 오히려 원래 있던 보조개도 수술로 없애기에 바쁘다. 일명 ‘사과머리’를 돋보이게 하는 헤어라인 성형(제모&모발이식)도 인기. 최근에는 애교 구레나룻 시술도 부상하는 추세다. 김태희, 신민아, 송혜교, 이민정 등 소위 미녀 연예인을 보면 하나같이 구레나룻이 있다는 데에서 착안, 이 부분에 모발을 이식해 얼굴을 보다 작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아직까지 젖살이 남아 있는 시기라, 다이어트의 의미로 지방 흡입술이나 종아리 수축술, 사각턱 보톡스 등도 많이 찾으며, 20대 후반쯤에는 치아 교정을 결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소아기 교정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가 다시 틀어졌거나 잘못된 교정으로 인해 입이 너무 들어간 얼굴, 그리고 연애나 취업을 앞두고 덧니 교정이나 가지런한 치아 배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

30’s

의외로 성형외과를 가장 많이 찾는 연령대가 30대라고 한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부모님 몰래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까. 수술을 결심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비단 이목구비의 크기와 모양뿐 아니라 이마, 눈썹, 가슴, 치아, 심지어 인중과 귀의 모양까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유방 확대나 힙업 성형은 30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S라인’, ‘청순글래머’, ‘베이글녀’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보디라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결혼이라도 계획되어 있다면 더하다. 튜브톱 드레스를 꿈꿔왔는데 막상 입 으니 어깨의 승모근이 걸리고, 밋밋한 클레비지와 두꺼운 팔뚝도 문제고, 올백을 하려면 헤어 라인도 교정이 필요할 거 같다 등등. 다행히 이런 취약점들은 간단한 시술로도 변화를 줄 수 있다. “팔뚝이나 어깨의 근육은 보톡스로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보통 1~2병 정도가 필요해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지 요.” 모델로 피부과의 서구일 원장은 보톡스로 종아리의 ‘알’ 제거는 물론, 굵은 팔뚝, 넓은 이마의 축소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턴 서서히 노화의 증상도 눈에 띈다. 몸은 여기저기 군살이 쌓이는데, 얼굴살은 나날이 빠져 나이 들어 보인다. 자가지방이식술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결혼을 앞두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식장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신부가 어려 보인다’는 거잖아요. 1주일 정도면 부기나 멍도 거의 빠지고, 사진발도 잘 받으니까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BK성형외과 홍보 담당자인 김현지 대리의 설명이다. 직장 때문에 휴가를 낼 수 없는 경우에는, 다운타임 (시술 후 회복되는 기간)이 필요 없는 필러 시술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팔자 주름이나 코, 입술 등의 국소 부위뿐 아니라, 이마와 움푹 파인 볼처럼 넓은 부위에 볼륨감을 주는 필러 성형도 인기다. 지속기간은 필러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평균 1년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써마지나 울쎄라 같은 탄력 레이저 역시 30대가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시술. 노화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30대 성형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40’s

40대 이상의 성형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무조건 ‘젊어 보이는 수술’을 추구한다는 점. V라인을 예를 들어보자. 나이가 들면 턱 라인이 둔탁해지고 점점 삼각형(아래가 넓은) 얼굴이 된다. 그러니 턱 라인이 뾰족하다는 것은 일종의 젊음을 상징한다. 갸름하고 작은 얼굴이 아니라 ‘젊은 얼굴’이라는 의미에서 V라인을 찾는다. 이 시기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술이 실이나 레이저로 얼굴 전체를 당기고 탄력을 주는 페이스 리프팅 수술이나 안면 거상술, 지방이 뭉친 곳(두 턱, 입 옆)은 빼고, 꺼진 부위(눈 밑, 두 뺨)는 채우는 일명 지방 재배치술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뼈를 깎거나 입원이 필요한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회복력이 딸리는 중년의 피부라도 무리가 없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자기 만족을 들 수 있다. 출산 후 늘어진 뱃살을 회복하는 복부 성형이나, 수유로 처진 가슴을 교정하는 유방 축소술, 그리고 평생의 한이라 할 수 있는 유방 확대술 등이 대표적. 특히 가슴 성형은 여성성의 상징이라는 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평생의 한이었던 거죠. 60대 여성이 수술한 경우도 있습니다. 남들은 미쳤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큰 도전이고 행복이죠.” 압구정 에비뉴 성형외과 이백권 원장의 말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지 오래. 나이 60에 결심해도 최소 20년은 소원성취하고 살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루에 치과의 이한나 원장도 동의한다. 실제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는 라미네이트나 미용을 위한 임플란트를 원하는 40~50대 환자가 적지 않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강조하는 건 하나예요. 씹는 기능이 줄어들어도 좋으니, 볼살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중년 이후의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인상의 변화’거든요. 다른 연령대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죠.”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 단점이 눈에 띄어 용기는 냈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확 바꾸고 싶은 건 아니다. 남의 이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피부에 탄력을 주어 주글주글 밀리는 피부를 펴주는 하이드로 리프팅이나 입가나 목의 세로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 시술, 길게 늘어난 모공을 조여주는 프락셀 레방등은 노화 증상들을 완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는 대표적인 시술들이다.

성형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후회 없는 성형 10 ways

▶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일단 평생의 콤플렉스를 고치고 나면, 다른 부위가 또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 그리고 꼭 필요한 수술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후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 성형 중독으로 가지 않는 방법이다.

▶ 가능하면 전문의를 찾는다. 전공 여부가 만족스러운 수술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간 전문적인 트레이닝(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법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을 거친 의사임은 증명할 수 있다. 병원명에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같은 수식어 대신 ‘클리닉’, ‘의원’, ‘센터’ 등이 붙어 있다면 일단 의심. 의사가 아닌 불법 시술의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성형도 수술이다. 심지어 전신마취까지 이뤄진다면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100명 중 한두 명’ 부작용 혹은 실패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가 바로 내가 될 수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한다.

▶ 인터넷 등에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현재 의료계에는 적지 않은 브로커가 존재한다. 직접 발로 뛰어 조사하고, 상담 받고, 결정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확실하다.

▶ 최신 시술만을 고집하지 마라. 충분한 임상 실험을 거쳤다 하더라도, 10 ~20년 뒤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 궁금한 것은 언제든 물어보라. 의사는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과 시술 과정, 결과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뼈 삭제나 치아 성형 등은 수술 후 되돌릴 수 없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필요하다면 미리 샘플이나 유사 사례를 요청하거나, 치료 중 중간중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 미인상과 성형 트렌드는 계속해서, 심지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연 되돌릴 수 없는 영구&반영구 수술이 효과는 짧을지라도 언제든 수정이 가능한 프티 성형보다 나은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성형은 대표적인 심미 치료. 물론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미용을 위해 건강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미(美)는 한순간이지만 인생은 길다.

▶ 의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라. 물론 한 번의 수술로 최대의 효과를 보고 싶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지방흡입 등의 수술 시 무리한 감량을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 수술 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화와 단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사전에 이해한다. 이를테면, 유방의 보형물은 유방 촬영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유방암 검진을 위해 매번 값비싼 MRI를 찍어야 한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정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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