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의 클래식을 소개합니다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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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대로부터의 유물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이 될 미술, 영화, 문학, 음악 등을 한자리에 소집했다. 유통기한을 정한다면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이상이 될 현 문화계의 결정적 장면들.

Fine Art
(KDK) 김도균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사진작업으로 독일과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다.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는 지점, 즉 꼭짓점이 생기는 부분을 포착해 일루전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항구의 컨테이너 박스들을 촬영한 작품에서도 나타나듯, 실상의 공간을 즉물적으로 보여주되 과감하게 단순화한 형태를 취함으로써 마치 SF영화의 가상 공간처럼 기이한 분위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KDK)김도균의 작업은 실제 공간의 ‘재발견’이란 점에서 매력적이다. 모형 제작, 연출, 합성에 크게 기대는 요즘 사진의 경향 가운데선 도드라지는 존재감이다. 미래의 거장이 될 거라 꼽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름. 마침 10월 3일까지 갤러리2에서 그의 개인전이진행 중이다. -유현선(인터알리아 아트 컨설턴트)

Literature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인도계 영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줌파 라히리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담담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파고든다. 퓰리처 상 수상작인 <축복받은 집> 역시 대단히 빼어났지만 이 두 번째 소설집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섬세한 문장이나 세련된 스토리 텔링은 특히 압도적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일상을 우아하고도 서늘하게 묘사하는 필력 덕분에 굵직한 사건을 찾기 힘든 작은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깊게 몰입해 읽게 된다. 라히리는 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익숙한 감상주의는 좀처럼, 아니 아예 개입할 겨를이 없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낯선 존재를 향한 애증을 다소 암담하게 그려낸 이 단편들은 ‘이민자 문학’이란 하위 장르에 갇히지 않는 보편적인 호소력을 획득한다. -정준화 ( 피처 에디터)

Literature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2005년 광저우의 한 문예지에 발표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과 동시에 당국으로부터 판금조치를 당했다. 마오쩌둥이 내세운 혁명의 언어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가 젊은 남녀의 베갯머리 은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인민해방군의 취사병 우다왕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롄과 놀아난다, 정도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의 언어가 혁명의 언어에 맞장을 뜨고 희롱하는 장면들이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소설이다. 세월이 흘러도 이 작품이 두고두고 새롭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근거 또한 여기에 있다. -임태훈(문학평론가, 소설가)

Fashion Icon
휴 그랜트
휴 그랜트와 패션 아이콘이라, 얼핏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노팅힐>과 <러브 액츄얼리>의 그는 대충 걸치고 나온 듯한 셔츠와 재킷의 맵시가 남달랐다. 아무렇게나 걷어 올린 블루 셔츠를 입고 슬쩍 코에 걸친 안경을 쓴 서점 주인 역할의 <노팅힐>, 요즘 말하는 ‘클래식 트렌드’ 와 전연 상관없이 단추 한두 개 푼흰 셔츠에 검은색 수트를 입은 <러브 액츄얼리>의 젊은 총리까지. 무언가 꾸미지 않고도 멋진, 자연스러운 멋을 후대(?)가 인정하지 않을까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yourboyhood.com 사진가)

Literature
<멀리 가는 이야기>, <진화신화> 김보영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SF작가 중 하나인 김보영의 작품을 모두 모아놓은 두 권의 중단편선. 출판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한국 SF가 어떻게 되든, 20년 뒤에도 여전히 작품을 발표할 작가. 그의 작품은 작가 본인보다 훨씬 더 수명이 길 것이 분명하다. 그의 작품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건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공간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렇게 거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언제나 그 안에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작가에게 수십 년의 시간쯤은 그다지 큰 장벽이 못될 것이다. -배명훈(소설가)

Music
레이디 가가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레이디 가가라는 걸출한 아티스트를 세상에 알린 앨범이다. 이 음반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안에 정규작 수준의 EP를 두 장(와 )이나 발표했을 만큼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녀는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팝 아이콘으로 꼽힐 만하다. 두 차례 내한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준 그녀의 영향력은 음악, 패션등 대중문화 전반에 두루 미치고 있다. 독보적인 스타를 탄생시킨 이 데뷔 앨범이야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잊히지 않을 미래의 클래식이다. -김민성(유니버설 뮤직 팝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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