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만 먹고 가지요 Part. 1

W

싱싱한 채소를 듬뿍 담아 만든 음식엔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 번 쪄낸 찹쌀에 밤, 대추 등의 고명을 얹 은 후 연잎에 싸서 한 번 더 쪄낸 연잎쌈밥 과 절집만두, 곰치쌈밥, 두부 숙회로 구성된 계정혜삼밥은먼저 향을 음미 하고 그 다음 천천히 여러 번 씹어야 한다.

한 번 쪄낸 찹쌀에 밤, 대추 등의 고명을 얹 은 후 연잎에 싸서 한 번 더 쪄낸 연잎쌈밥 과 절집만두, 곰치쌈밥, 두부 숙회로 구성된 계정혜삼밥은
먼저 향을 음미 하고 그 다음 천천히 여러 번 씹어야 한다.

발우공양(鉢盂供養)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점 ‘바루’ 가 얼마 전 발우공양으로 이름을 바꿨다. 밥을 먹을 때는 음식이 자신의 몸으로 가는 길을 살피는 데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원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이곳의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산삼과 마구이를 각각 토종꿀과 유자청에 찍어 먹는 산삼과 마구이는 쌉쌀함과 달콤함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3가지 나물과 조림 그리고 장아찌로 구성된 기본 찬 역시 보이는 것만큼이나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깃든 맛이다. 그 동안 갖은 양념을 넣어 요리한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에는 슴슴할 수 있지만, 덕분에 씹을수록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이 우러나온다. 더불어 템플스테이 1층에서부터 발우공양이 자리 잡은 5층까지는 총 108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자신있다면 밥을 먹기 전 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셈치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5층
영업시간: 오후12시~ 3시, 6시~ 9시(예약필수)
문의: 02-2031-2081

생부추를 참기름과 고춧가루에 버무려 담은 후 밥 위에 새싹, 연두부, 달래장만 올려 완성한 연두부 골동반. 부드러운 식감과 순한 맛 덕분에 입안이 까칠하거나 속이 불편할 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생부추를 참기름과 고춧가루에 버무려 담은 후 밥 위에 새싹, 연두부, 달래장만 올려 완성한 연두부 골동반. 부드러운 식감과 순한 맛 덕분에 입안이 까칠하거나 속이 불편할 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미소(井米所)

정미소의 상차림은 과하지 않다. 골동반(비빔밥의 옛말) 한 그릇에, 매일 바뀌는 국 한 그릇과 세 가지 반찬이 전부다. 그렇다고 정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정갈한 상차림을 위해 매일 아침 북어머리, 표고버섯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내고, 그날 가장 신선한 채소로 겉절이를 무치고 장아찌를 담근다. 음식 맛 역시 꼭 필요한 재료만 적당하게 들어가 단정하다. 볶은 버섯과 어린 채소를 넣고 다른 소스 없이 오직 명란젓에 비벼 먹는 명란 골동반은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밥 위에 함경도식 닭무침과 콩나물을 얹은 후 표고버섯 우린 물로 만든 약고추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 함경도 닭무침 골동반 역시 매콤하게 입맛을 당기지만 자극적이진 않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모두 눈에 보이는 재료보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이 더욱 풍성해, 충분히 배부르면서도 버겁지 않은 한 끼 식사가 될 것이다.

위치: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와 뚜레쥬르와 정안약국 사이 골목으로 50미터 직진해서 왼쪽
영업시간: 오전11시30분~ 오후10시(일요일휴무)
문의: 02-337-3276

왼쪽부터 차례대로 멸치조림을 넣은 김치말이밥, 마늘 볶음밥이 들어간 케일쌈밥, 다시마 조림은 넣은 다시마말이밥. 맛도 멋도 서로 달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멸치조림을 넣은 김치말이밥, 마늘 볶음밥이 들어간 케일쌈밥, 다시마 조림은 넣은 다시마말이밥. 맛도 멋도 서로 달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품(POOM SEOUL)

남산 소월길 중턱에 자리 잡은 은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만큼이나 단아한 반가음식(조선시대 양반들이 먹던 음식)을 코스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신선한 제철 재료와 천연 양념덕분에 입안이 호사스럽지만, 늦봄과 초여름이 만나는 6월에는 초선탕과 감자새알심 서리태콩국이 제격이다. 잣가루를 곁들인 소고기 육수에 관자, 새우, 배, 오이 등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초선탕은 입안을 청량하게 만들고, 쫄깃한 감자새알심이 들어간 부드러운 서리태콩국은 뱃속을 평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최상급의 한우를 숯불에 굽고 그 위에 채 썬 마늘을 튀겨서 올린 채끝등심구이 역시 계절과 상관없이 품에서 꼭 맛봐야 할 대표 메뉴다. 다만 매일 예약 받은 분량의 재료만 구입해 요리하기 때문에, 품에서 맛과 경치를 즐기기 위해선 적어도 하루 전 메뉴까지 선택해 예약하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위치: 용산구 후암동 358-17 대원정사 빌딩별관 3층
영업시간: 오후12시~ 3시, 6시~ 10시(일요일 휴무, 하루 전날 까지 예약 필수)
문의: 02-777-9007

에디터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