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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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어느 주말. 맹렬히 야근 중인 더블유 편집실의 회의 탁자 위에 스와로브스키의 룩북이 발견되었고, 누군가 ‘딱 한 가지 제품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 라는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DIVA COLLIER
불규칙적인 크리스털의 배열로 볼드한 부피감을 주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즐겨입는튜브톱이나 튜브톱드레스에 매치하면 보이시한 스타일의 나도 왠지 숙녀처럼 보일 것 같다.

DECEMBER EARMUFFS
룩북과함께던져진질문은‘무엇을살것인가?’ 가 아니라 ‘무엇을 갖고싶은가?’ 였다. 쇼핑리스트 작성을 위한 복잡한 계산이 배제된 선택이라는 뜻이다. 매년 겨울 언저리면 어김없이 관심을 갖지만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던 아이템이기도하다. 솔직히 30대여성이 하고 다녀도 봐 줄만한(?) 디자인을 찾기가 썩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검은색 퍼와 크리스털의 결합이 적당히 시크하고 적당히 여성스러우면서 꽤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이 귀마개를 보고 있자니 충동적이었던 선택이 쇼핑욕구를 슬금슬금 자극한다.

LITTLE STARORNAMENT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가 좋다. 내 키만한 단신트리를 세우고, 남자친구에게는 알록달록한 루돌프스웨터를 입히고(<브리짓존스의일기>에서콜린퍼스가 입은 것 같은)빙크로스비를 듣는12월이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브리짓존스가 몸소 증명하지 않았던가. 담백하고 정갈한 이 크리스털오나먼트를 창가에 매달아 놓는 정도로 품위있게 기념하고 싶다. “에모토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읽어 봤어요? ‘메리크리스마스’ 라는 말을 들려 준 다음 물을 얼리면 이 크리스털 모양으로 결정이 맺힌데요. ”이런 거짓말을하며 선물 해 주는 남자가 있다면, 콜린퍼스를 닮지 않아도 좋겠지만.

DATE KEYRING
이 키링은 6개월 간은 비우지않은 데스크톱 컴퓨터의 휴지통만큼이나 복잡한 내 가방 속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일주일도 채 견뎌내지 못하고 뻐끔뻐끔 곰보가 되고 말테지. 난 이 키링이 그래서 좋다.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의 호사랄까. 어쨌거나 키링에 실용성 따윈 필요없다. 실용성이 중요하다면 열쇠를 만들때 부속품처럼 따라오는 가느다란 철사링 쓰면되잖아.

DELUXE CHOKER
이제 곧 슬금슬금 파티가 많아지는 시즌이 돌아 오고 있다. 워낙 담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취향이라 파티룩이라고 해도 요란스럽게 치장하고 가는 건 딱 질색. 그래서 언제나 선택은 검은색 칵테일드레스, 혹은 턱시도 수트로 귀결되는데, 거기에 딱 좋은 크리스털 리본장식의 검은색 벨벳 초커를 발견했다.

KIOSQUE BAG
반전,혹은 비밀. 화이트 크리스털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순진한 매력을 지녔다면 검은색 크리스털은 좀 더 성숙하고 깊이를 알수 없는 느낌이다.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직각 박스형태의 검정 크리스털 백은 크기는 작아도 힘이 센 액세서리다. 모즈풍의 모던한 리틀 블랙 드레스에라면 긴 어깨 끈을 늘어뜨려 무심하게 걸쳐도, 체인을 숨겨서 가볍게 쥐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CRYSTALLINE TOASTING FLUTES
고수머리에 넉넉한 배둘레, 웃을때 단춧구멍이 되어 버리는 눈매가 매력포인트인 제 남자친구는 세상에서 최고로 완벽한 남자이지만 단 하나, 그다지 로맨틱한 성격이 못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와로브스키하면 드레시한 목걸이나 완벽하게 각잡힌 클러치도 갖고 싶지만, 올해는 ‘로맨틱의 정수’ 인 이 샴페인 글라스를 택하렵니다. 톡톡 튀는 스파클, 향 좋은 샴페인, 오가는 러브샷 속에 그의 내면에 잠재된 사자자리로서의 맹수본능이 눈뜨길 기대해봅니다.

SHELL VASE
꽃 사다 집안 꾸미는 일따위에는 관심을 둬 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굳이 시도하지 않고 살아갈 생각이지만, 저 조가비 모양 크리스털 꽃병이라면 좀 욕심이 난다. 비어 있는 채로 탁자 위에 턱 올려 두기만해도 꽤 근사해 보이지 않을까.

SUN PENDANT
내 화장대 서랍 두 번째 칸에는 1년 365일 중 300일 쯤은 밤낮으로 붙어사는 동료들조차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목걸이들이 커다란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가끔 상자를 꺼내 목걸이를 걸어 보면서, 그때는 이걸 왜 그렇게 격렬하게 갖고 싶었을까, 한숨을 쉰다. 잘 있거라,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이젠 후회해도 너무 늦었지. 이 목걸이를 처음 본 순간 모파상의 단편<목걸이>를 떠올렸다. 갖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에디터
최서연, 김희은, 황선우, 심정희, 황진영(Allure 편집장), 최혜미,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신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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