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마틴의 새로운 다짐, 새로운 태도

이예지, 권은경

생 로랑의 절제되고 정교한 실루엣을 입은 코르티스 마틴의 새로운 다짐, 새로운 태도.

MARTIN

2008년 3월 20일생

코르티스의 ‘다름’은 이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하나의 궤로 통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멤버 전원이 공동 창작 체제로, 또 다방면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것, 누군가 무언가와 달라지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스스로에게 솔직하고자 집중하는 것, 그런 면에서 배어나는 날것의 느낌이 청각적 · 시각적 결과물과 일치한다는 것 등이 코르티스의 인상을 만든다. 리더인 마틴은 곧고 길게 뻗은 그의 키만큼, 코르티스의 단단한 중심축이 되어주는 인상을 가졌다.

플란넬 소재 더블브레스트 재킷, 울 소재 스트레이트 핏 팬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양가죽 소재 벨트 코트, 줄무늬 셔츠, 실크 타이, 실크 라발리에르 스카프, 울 소재 팬츠, 선글라스, 더비 레이스업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W Korea> ‘REDRED’로 막 활동을 시작해서 한창 바쁘실 때죠?
마틴
바쁜 만큼 되게 또렷해진 기분이에요. 해야 할 것들이 명확해서 오히려 마음은 차분하고,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선다는 설렘이 가득한 시기입니다.

이 책이 나올 때쯤엔 저도 앨범의 모든 곡을 확인한 상태겠죠. 우선 선공개곡 ‘REDRED’부터 느낌이 좋아서 기대 중입니다. 혹시 코르티스 미니 2집 <GREENGREEN>의 특성을 감각이나 질감으로 비유해볼 수 있나요?
<GREENGREEN>에는 약간 펑크(Punk)한 면이 있어요. 장르적 구성보다도, 드럼의 거친 질감이나 솔직한 가사에서 나오는 저희만의 펑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새롭고 자유로운 코르티스의 개성이 담긴 앨범이라고 봐요.

울 소재 라운드 니트, 코튼 소재 셔츠, 슬림 핏 팬츠, 실크 타이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울 소재 싱글브레스트 재킷, 코튼 소재 셔츠, 스트레이트 핏 팬츠, 실크 타이, 더비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저는 코르티스를 보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모로, 비로소 다른 세대를 만난 듯한 기분입니다. 그 다름이 태어나기까지의 한 장면을 엿보고 싶네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우리는 다른 이들이 했을 선택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규칙대로 하지 않았다’ 싶은 결정이 있었다면 뭘까요?
‘틀을 깨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저희 스스로 더 솔직하고 ‘오리지널’한 선택을 하려고 했어요. 앨범 작업에 처음 들어갈 때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몰랐다가, 하루 동안 긴 대화 시간을 가졌거든요. 그때 요즘 기분 상태라든지 자주 듣는 음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멤버들, 프로듀서님들과 나눴어요. 그러면서 장르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타이틀곡 ‘REDRED’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작사나 곡의 구성에 저희의 의견을 정말 많이 반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코르티스다운 방향을 택한 것 같아요.

앨범의 많은 것이 송 캠프를 통해 자리 잡곤 하잖아요. 이번에는 대체로 어땠어요? 데뷔 앨범 때와 비교하면 스스로 좀 달라진 걸 느꼈나요?
방향을 잡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처음부터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전보다는 비교적 선명했거든요. ‘ACAI’ 가사는 일본에서 썼는데, 하루 만에 버전 1을 완성했고 한국에 돌아와 벌스 2를 쓰면서 곡을 바로바로 완성했어요. 멤버들 각자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깊어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팀으로서 저희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가 확실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블브레스트 오버핏 코트, 줄무늬 셔츠, 쇼츠, 실크 타이, 페이턴트 가죽 소재 오버 더 니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울 소재 코트, 더블브레스트 재킷, 줄무늬 셔츠, 울 소재 버뮤다 팬츠, 벨트, 실크 소재 마이크로 패턴 타이, 꽃무늬 스카프, 페이턴트 가죽 오버 더 니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송 캠프나 녹음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공유해 주실래요? 사소한 에피소드도 좋아요.
녹음 부스에 각자 헤드폰을 끼고 다 같이 들어갔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프리스타일을 하는데 헤드폰 줄이 다 엉킬 때까지 했던 기억이 나요. 저희가 말하는 프리스타일이 뭐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실험적으로 접근했고, 무엇보다 정말 즐기면서 했거든요. 작업이라는 게 원래 재미있기도 하고요(웃음). 수록곡 ‘YOUNGCREATORCREW’에는 저희끼리 했던 또 다른 프리스타일이 최종 곡의 코러스로 담겨 있는데요. 데뷔 날 미디어 쇼케이스를 끝내고 멤버들과 회사 작업실에 모여 그날 보도된 기사들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나온 거예요. 별 생각 없이, 장난치며 놀듯이 녹음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둘러싼 모든 작업 중 제일 즐거웠던 과정, 반대로 제일 골치 아프고 고민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들려주시겠어요?
멤버들끼리 아이디어가 딱 맞아떨어질 때 제일 즐거웠어요. 최종 믹싱까지 마친 곡들을 들었을 때 ‘이 앨범 제대로다’, ‘더 욕심이 난다’며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죠. 반대로 고민됐던 건 서로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이었어요. ‘REDRED’의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기획할 때 특히 많은 조율을 거쳤는데요. 제한된 일정 속에서 스톱 모션 영상을 찍을지 말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치열하게 생각을 나눈 그 모든 과정이 앨범의 완성도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앨범 여섯 번째 트랙인 ‘Blue Lips’가 마틴 군의 예전 자작곡에서 출발했다고 들었어요. ‘온 마음을 쏟은 것들이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 아이러니’라는 곡 소개글이 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지!
‘Blue Lips’는 2022년경 연습생 시절에 써둔 곡에서 시작됐어요. 제가 오래 붙잡고 있던 감정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곡입니다. 그때는 혼자만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팀의 색으로 확장된 느낌이에요.

더블브레스트 오버 핏 코트, 포플린 소재 셔츠, 팬츠, 실크 타이, 페이턴트 가죽 소재 오버 더 니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울 소재 싱글브레스트 재킷, 팬츠, 클래식 핏 셔츠, 실크 소재 타이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작년 <더블유> 인터뷰 때 스스로를 설명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낭만파’를 꼽았더라고요. 말리부 해변을 달리는 차 안에서 ‘JoyRide’ 가사를 썼다는 일화도 들려주면서요. 이번 앨범에서도 조금이나마 마틴의 낭만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을까요?
이번 앨범에도 분명 있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가사에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묻어났을 거예요. 타이틀곡 ‘REDRED’ 중 “길거리로 나가서 다섯이 고개를 빙빙”이라는 구절은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웃음) 저희에게 낭만이란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잊게 되는 작은 행복, 그리고 그것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네요.

멤버 중 ‘이건 인정한다’ 싶은 한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주훈이를 꼽고 싶어요. 주훈이는 순간 집중력이 정말 대단해요. 제가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편이라면, 주훈이는 디테일을 끝까지 잡아내는 타입이라 많이 배우게 돼요. 뭘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을 보는 타입인 것 같아요. 그런 점도 같은 팀 멤버로서 많이 배웁니다.

울 소재 싱글브레스트 재킷, 코튼 소재 셔츠, 울 소재 테일러드 팬츠, 줄무늬 커프, 실크 소재 라발리에르 스카프, 줄무늬 타이, 더비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코튼 소재 셔츠, 팬츠, 실크 라발리에르 스카프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데뷔 후 8개월 정도 흘렀나요. 연습생을 지나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살아보니 어떤가요? 느끼는 바가 있을 듯해요.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과 책임이 따른다는 거요. 동시에 무대 위의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더 크게 체감하게 됐고요.

리더여서 좀 외롭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모든 인간은 고독할 때가 있는 법이지만….
사실 저희 팀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편이라 크게 외로움을 느낄 때는 없는데요. 리더로서 팀이 가져가야 할 태도같은 것에 대해 혼자 고민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결국에는 멤버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풀어갑니다. 방탄소년단 RM 선배님께서 ‘고민이 있으면 좀 털어놓고 나누는 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이 자주 말하는 ‘자유로움’ 말인데요. 사람은 자유를 빼앗기거나 통제당하기 전까지는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경험이 있나요?
바쁘기는 해도 작업하다가 잠깐 밖에 나가서 걷는다든지, 영화 보러 극장에 간다든지… 그렇게 잠깐이라도 쉬는 순간이 오히려 크게 다가와요. 그런 리프레시가 다시 돌아와서 작업할 때 생각을 더 자유롭게 해주더라고요.

양가죽 벨트 코트, 셔츠, 실크 타이, 라발리에르 스카프, 선글라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울 소재 코트, 더블브레스트 재킷, 줄무늬 셔츠, 버뮤다 팬츠, 마이크로 패턴 타이, 꽃무늬 스카프, 페이턴트 가죽 소재 오버 더 니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데뷔 이후 ‘참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장면은 뭔가요? 그때에 관한 마틴의 묘사를 들어보고 싶어요.
데뷔 전 멤버들과 정말 음악에 미쳐 살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그때는 끝내고 싶은 작업물이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작업에 빠져들었거든요. 제가 주도해서 연습생들끼리 믹스테이프를 만든 적도 있어요. 하나로 뭉쳐 창작 활동을 했던 경험이 지금 돌이켜봐도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코르티스로서 공동 창작을 하는 새로운 챕터를 열었으니, 시간이 흘러 이 순간을 떠올리면 똑같이 ‘행복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여름에 롤라팔루자 시카고에 가죠? 축하합니다. 어떤 각오와 마음가짐인가요?
새로운 환경에서도 코르티스다운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잖아요. 그런 만큼 정말 재미는 무대가 될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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