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듀오 이네즈 & 비누드의 40년 연대기 ‘사랑도 사진이 될 수 있을까’

김신

미래전: 취향과 신뢰의 연대기

사진가 듀오 이네즈 & 비누드는 그들의 40년 여정을 집대성한 전시 〈Can Love Be a Photograph〉를 두고 역설적이게도 회고전(Retrospective)이라 불리길 거부한다. 그들은 이 방대한 연대기를 ‘미래전(Futurespective)’이라 명명하며, 과거의 영광을 나열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단서를 던진다. 전시된 수만 장의 기록은 지난 시간에 대한 마침표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 40년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가깝다. 성공적인 전시 오프닝 이후, 이네즈와 비누드가 오직 더블유 코리아만을 위해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 모든 창작자에게 전하는 가장 인간적인 해답. 굳건한 신뢰와 지독한 취향이 결합했을 때 탄생하는 사진의 힘에 대하여. 

이네즈 & 비누드, Think Love, 2025.
이네즈 & 비누드, Can Love be a Photograph, 2025.

<W Korea> 이번 전시의 제목이 ‘사랑도 사진이 될 수 있을까(Can Love Be a Photograph)’다. 인생과 일에서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온 두 분께, 사진은 사랑을 증명하는 결과물인가, 아니면 그 사랑을 이어가게 하는 과정인가?
이네즈 두 가지 모두다. 철학자 시몬 베유는 ‘관심은 가장 희귀하고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ʼ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바로 그 관심을 쏟는 일이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물론이고, 카메라 앞에 선 피사체와 현장의 모든 팀원을 향한 애정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뿜어져 나오는 마법 같은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가 렌즈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다시 사진이라는 결과물이 되어 관람객에게 닿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우리와 피사체, 그리고 관람객이 서로 연결되는 하나의 따뜻한 ‘삼각형’이라고 말한다.

1986년 작업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피사체를 해석하는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네즈 우리의 본질적인 접근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경험이 쌓였을 뿐이다. 커리어 초기에는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한 장의 사진 안에 40가지 생각을 모두 쏟아부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이디어들을 서두르지 않고 여러 작업에 고루 나누어 담으며, 각 주제를 더 깊게 파고드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를 믿고 과정을 신뢰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전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시선이다. 전시된 각각의 작업 안에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작업에 대한 실마리가 담겨 있다.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나 다른 작업에 영감을 주는 요소들이 들어 있다. 말하자면, 다음 40년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호흡을 가다듬는 자리인 셈이다.

이네즈 & 비누드, Belenciaga, 1998.
이네즈 & 비누드, Alexander McQueen, 2004.
이네즈 & 비누드, LG 3000, 2016.
이네즈 & 비누드, ME #05, 1998.

두 분은 촬영 현장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마치 한 사람이 찍은 듯 매끄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의견이 충돌할 때 그 갈등을 어떻게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하나?
이네즈
사실 우리는 그렇게 자주 충돌하지 않는다. 둘 다 카메라를 가지고 동시에 촬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돌이라기보다 ”지금 뭐하고 있어?”, “나는 이렇게 하고 있어”라고 서로 묻는 식이다. 이 방향으로 더 가보자 하며 서로를 놀라게 하는 과정이 결국 하나로 묶인다. 이미지를 고르는 편집 과정도 마찬가지다.
비누드 모든 작업물을 하나의 파일에 모으고 그 안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찾는다. 누가 찍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듬을 뿐이다.
이네즈 최종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결과 만큼이나 그 과정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치과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함께 있다. 점심 식탁의 접시를 다시 배치하는 것조차 우리에겐 창의적인 협업이다. “세상에, 이 접시 정말 멋진데!”라고 감탄하며 모든 일상이 작업으로 이어진다. 

서로에 대해 가장 존경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네즈
비누드는 굉장히 지적인 사람이다. 나는 그의 명석한 사유를 존경한다. 늘 다른 각도에서 사고해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다. 또한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관대한 사람이다.
비누드 이네즈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그녀의 사고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특히 타인에게서 최선의 모습을 끌어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피사체에게서 최선의 모습을 끌어내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네즈
그 과정은 매우 직관적이다. 우리는 말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단 몇 분 안에 상대방을 이해한다. ‘이 사람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필요로 할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빠르게 신뢰를 형성한다. 특히 유명 인사와 작업할 때는 다른 곳에 쏟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직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만드는 사진은 일종의 혼합체다. 피사체의 모습 일부와 우리의 시선 일부가 섞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초상은 어떤 면에서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기 초상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90년대 초 포토샵을 선구적으로 사용했다. AI 시대에 디지털로 이미지를 직접 만지는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이네즈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와 취향이다. 취향은 컴퓨터가 생성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우리는 화면 앞에 앉아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보다,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우연한 실수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는 모험을 훨씬 소중하게 생각한다.
비누드 단순히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삶은 우리의 방식이 아니다. 직접 부딪치며 얻는 실제 삶의 경험을 지켜내는 것이 미래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 그만큼 가치는 옅어진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현하기로 선택하느냐다.

이네즈 & 비누드, Pitcher Plant, 1 Purple Iris, 1 Lady Slipper, 2013.
이네즈 & 비누드, Painted Roses, 2013.
이네즈 & 비누드, Christy Turlington and Dick Page – Nova, 2000.
이네즈 & 비누드, Well Basically Basuco is Coke Mixed with Kerosine – The Face, 1994.
이네즈 & 비누드, Think Human, 2025.

당신들의 작업에는 아름다움과 불안함, 우아함과 거칢이 공존하는 불완전함의 미학이 느껴진다.
비누드
그것은 자연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은 예쁘고 평화로운 풍경이 아니라, 생태계의 적나라한 본질을 뜻한다.
이네즈 우리는 이중성에 끌린다. 아름다움과 불편함, 끌림과 거부감처럼 말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미지는 서로 반대되는 힘을 담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완벽함을 만들고 난 뒤, 의도적으로 그것을 깨뜨리기도 한다. 거칢이나 왜곡을 도입하면서 말이다. 그런 긴장이 살아 있는 무언가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

영상의 시대, 하나의 이미지가 갖는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네즈
하나의 이미지는 여전히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진이 필요하지 않다. 당신에게 남는 하나면 충분하다.
비누드 맞다. 대부분의 이미지는 사라지지만 아주 소수만이 남는다.
이네즈 우리는 현실 자체보다 그 너머를 구성하는 데 관심이 있다. 어떤 것이 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연출된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다른 무언가로 변형시킨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이네즈 & 비누드, Thank You Thighmaster – Joan, 1993.
이네즈 & 비누드, Björk – Volumen, with M_M (Paris) 1999.
이네즈 & 비누드, Prince, 2013.
이네즈 & 비누드, Kate, 1999.
이네즈 & 비누드, Think Nature, 2025.

수만 장의 아카이브를 복기하며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
이네즈
지난 40년의 에디토리얼 작업을 모두 훑어보는 과정은 마치 우리 인생 전체를 다시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지만, 우리가 여전히 같은 아이디어와 가치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우리가 잊고 지낸 특정 사진을 언급하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런 소통 과정조차 하나의 즐거운 협업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창작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비누드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치워라.
이네즈 요즘은 모두가 모니터 주위에 모여 소리를 지르느라 모델에게 가야 할 에너지를 낭비한다. 모니터 없이 피사체에게 직접 에너지를 보내고 그 흐름에 집중해라.

마지막으로,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이네즈
진짜는 사랑뿐이라는 것을요(Nothing is real except love).

이네즈 & 비누드의 전시는 네덜란드 헤이그 미술관에서 2026년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COUTESY OF
INEZ & VINOODH
뉴욕 통신원
SUNNY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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