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뭐 보지? 영화와 책 신작

권은경

커밍순

개봉을 앞둔 영화 신작들보다 먼저 도착한 굿즈.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예고편이 여기 모였다.

1.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우주 방사능에 노출돼 엉겁결에 초능력을 얻게 된 네 명의 우주 비행사, ‘판타스틱 4’. 무결점 히어로보다는 동네 보안관처럼 친근한 이들이 다섯 번째 실사 영화로 돌아온다. 앞선 네 편의 영화와 달리, 원작 만화의 주인인 마블 스튜디오가 판권을 회수해 직접 진두지휘를 맡았다. 브랜드 ‘썬러브’와 협업한 티셔츠와 헤드웨어 굿즈는 소장 욕구에 불을 지핀다. 7월 24일 개봉.

2. <스머프>

1959년생 스머프의 인기는 현재진행형. 식지 않는 인기의 비결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덕분일까?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인플루언서 스머프나 이메일을 쓰는 가가멜이 등장한다. 게다가 여성 스머프 ‘스머페트’의 목소리는 리한나가, ‘이름 없는 스머프’는 제임스 코든이 책임진다고 하니, 뉴 스머프의 탄생이 기대될 수밖에. 브랜드 ‘위캔더스’와 협업해 스머프로 가득한 아이템들을 선보였는데, 키링은 꼭 손에 넣고 싶다. 8월 6일 개봉.

3. <엣 더 벤치>

산책길에 있는 낡은 벤치, 그 자리에는 머물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았다. 감독 오쿠야마 요시유키는 파편처럼 흩어진 다섯 에피소드를 하나의 영화로 매듭지었다. 영화사 스푼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책에는 현장 사진과 스태프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전에 사진가로 활동한 감독의 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가 끝나면 흩어지는 여운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7월 30일 개봉.

4. <발레리나>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발레리나>는 3편에 등장한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비롯된다. 발레리나를 키우는 듯 보이지만
킬러 육성 집단인 이곳에서 ‘이브’는 아버지의 복수만을 꿈꾸며 자랐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짙은 인상을 남긴 배우 아나 데 아르마스와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 합을 볼 기회. 존 윅 세계관에서 만능 열쇠로 통하는 코인은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 공식 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8월 6일 개봉.

5. <머터리얼리스트>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 로맨틱 코미디. 다코타 존슨과 크리스 에반스, 페드로 파스칼이 아찔한 삼각관계로 등장한다는 플롯 자체만으로도 혹한다. 이번 사운드트랙의 작곡은 다니엘 팸버튼이 맡고, 참여 아티스트로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싱어송라이터 베이비 로즈가 이름을 올렸는데, 이미 A24 공식 숍에서 LP로 만나볼 수 있다. 8월 8일 개봉.

6. <베이비걸>

니콜 키드먼과 해리스 디킨슨의 에로틱 스릴러 영화라니, 언제 오나 틈틈이 개봉일을 들여다보게 했던 <베이비걸>. 니콜 키드먼이 이 영화로 2024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기대감은 부풀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뒀으나 아쉽게도 그 시기가 뒤로 밀렸다. 영화는 아직이지만, 굿즈는 A24 숍에서 미리 만날 수 있다. 국내 개봉 미정.

프리랜스 에디터 | 홍수정

당신의 리코더는 무엇인가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멋있으면 다 언니> 등을 쓴 작가 황선우의 즐거운 취미 생활기. 신간 <아무튼, 리코더>는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의 ‘리코더’는 무엇인가요?”

황선우 작가가 리코더에 빠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웃음 짓고 말았다. 순간 여러 가지 이미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스쳐 갔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쥐고 있어야 할법한 귀여운 악기, 그러나 손가락 한 번 잘못 놀렸다가는 무시무시한 삑사리가 나는 악기. 추억을 소환하는 그것과 30여 년 만에 해후한 뒤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서 매진하는 한 여자…. 그녀가 입술을 오므린 채 집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되었다. <아무튼, 리코더>(코난북스)를 읽는 동안 과거 <더블유> 피처 디렉터 시절의 황선우가 오버랩되었다. 그녀는 차분한데도 왠지 모르게 바쁜 인상을 주곤 했다.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핵심을 잘못 짚는 느낌이고, ‘넓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라고 결론짓기에는 뭔가 핵심을 빠뜨린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옛부터 황선우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었던 듯하다. 그녀는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마음이 곧잘 피어나는 사람이다. 스스로 피우고 기르고 가꿀 줄 아는 것. 그 자가 동력이야말로 세상이 무료할 일 없는 황선우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황선우는 리코더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제 발로 문화센터를 찾아가는 성인이다. 좋아하니까 즐길 수 있고, 즐거우니까 몰두하게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에게선 자연히 이야깃거리가 자꾸 생겨난다. ‘서울사이버음악대’라는 이름으로 동료인 김하나 작가와 함께 수백 명의 관객 앞에서 리코더와 우쿨렐레 공연을 하기까지, 또 프로필에 ‘아마추어 리코디스트’라고 적으며 본인만이 아는 은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되기까지,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유쾌한 필력과 만나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아무튼, 리코더>가 태어나는 것이다. 책에서 황선우는 이렇게 썼다. “살면서 점점 확신하게 된다. 뭔가를 남들보다 좋아하는 마음만큼 대단한 재능이나 소질도 없음을. 거기서 열심과 꾸준함, 자발성과 연결의 힘이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반전은 챕터에 따라 의외의 재미를 자아내는 데 있다. ‘리코더 실종 사건’ 챕터는 장르적 쾌감 혹은 긴장감마저 안겨준다. ‘악기 연주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비법’에서는 황선우가 마감 미루는 습관에서 얻은 통찰로 나름의 논리를 펼치는데,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수긍 간다. 사느라 바쁜 삶 속에서 하나 둘 쌓이는 ‘어른의 취미 생활’이야말로, 즐거워서 건강한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줄 무기다. 삑사리 하나쯤 내도 뭐라 하는 상사가 없고, 손가락 잘못 짚어도 죄책감 느낄 일 없는 그런 무기 말이다.

에디터 | 권은경

사진
이창민(당신의 리코더는 무엇인가요?), COURTESY OF 판씨네마, A24(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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