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머그샷
베를린 기반의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 베르나르도 마틴스(Bernardo Martins)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초상화를 제작하는 @figa.link라는 계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독창적인 ‘포스트 레이브(Post-Rave) 머그샷’ 스타일을 통해 아름다움과 불안함, 그로테스크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어둠의 미학을 보여준다. 최근 릭 오웬스와 협업해 2026 F/W 시즌 남녀 컬렉션의 뷰티 레퍼런스를 담당했다.
<W Korea> 릭 오웬스 쇼에서 당신의 크리에이티브가 공개된 후 엄청난 바이럴이 있었다. 기분이 어땠나?
Bernardo Martins 작업이 바이럴이 되든 아니든, 사람들이 내 결과물에 공감해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수년간 발전시켜온 이미지들처럼 내 마음과 가까운 무언가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는 건 매우 특별하고 귀한 경험이다.
브라질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했다고 들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브라질 남부 출신으로, 사진으로 전향하기 전에 디자인을 공부했다. 2019년에 졸업 후 베를린으로 이주했고, 여기서 사진, 영상, 그리고 최근에는 생성형 이미지(Generative Imagery)를 아우르는 이미지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다.
릭 오웬스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 협업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협업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
처음부터 그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덕분에 두려움 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특별한 대화 없이 그는 내 작업 밑바닥에 깔린 무수한 감정들을 깊이 이해하는 듯 보였는데, 그 점이 놀라우면서도 아주 겸허해지는 지점이었다.
헤어 아티스트 더피(Duffy)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니엘 셀스트룀(Daniel Shallstrom)과는 어땠나?
더피와 다니엘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는 수준 높은 창의적 전문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장인 정신과 업무 윤리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당신은 작품에서 미적인 측면보다 서사적 측면을 더욱 신경 쓴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서사에 관한 것인가?
서사는 늘 변한다. 나는 내 감정과 내가 처한 창조적 순간에 솔직해지는 것을 우선시한다. 스스로를 특정 아이디어에 가두는 것은 작업에 유통기한을 부여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제작된 것들을 소화하는 과정도 결실이 있겠지만, 나는 작업이 다의적(plural) 상태로 머물 수 있도록 꾸준히 연마하는 중이다.
당신의 초반 작업을 보며 느낀 것은 분노, 불안감, 파괴 같은 감정이었다. 후로는 좀 더 미묘한 지점으로 변화했다. 어떤 것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내 작업은 매우 개인적이며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관객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퀴어성, 이주, 노동 등의 뉘앙스를 통해 성인기 초기의 단계들을 반영한다.
이후 당신의 작업은 훨씬 사실적으로 진화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또, 어떤 AI 툴을 활용하나?
주로 이미지 투 이미지(image-to-image)와 텍스트 투 이미지(text-to-image) 시스템을 활용한 생성형 툴로 작업한다. 최근 구현한 하이퍼리얼리즘의 수준은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주름이 많은 나이 든 캐릭터를 작업하는 것 역시 이러한 변화를 탐구하고 보여줄 기회가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루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매우 충만한 과정이다. 내가 사진과 멀어져 있던 시기에 생성형 이미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제 사람들의 미적기준에 맞춰 작업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지만,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로 실험하고 경계를 넓히는 과정 또한 의미 있는 작업으로 귀결되었다.
시각적 언어와 지적 구조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그는 베를린 예술 도서관을 자주 들른다). 요즘 세상은 그런 생각을 할 틈조차 없으니까. 최근 도서관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인 영감은 무엇인가?
책 <세이브 페이스(Save Face)>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물리적인 조사를 시작점으로 삼았다. 브라질에서 공부할 때는 동경하는 아티스트들의 출판물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2019년 졸업 후 갖게 된 이 경험은 매우 신선했다. 특히 네덜란드 사진가 아리 페르슬라위스(Arie Versluis)와 프로파일러 엘리 아위텐브룩(Ellie Uyttenbroek)의 저서 < 이그잭티튜드(Exactitudes)>의 마지막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미 디지털화된 파편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듀오가 촬영한 집단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이름 붙인 것을 발견하고는 ‘프롬프팅(prompting)’과 ‘편견’ 사이의 유사점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릭 오웬스 쇼를 통해 경험하고 느낀 바가 많을 것 같다. 그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분명히 내게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로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 주변의 문화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릭의 품위와 예의는 그를 둘러싼 팀 전체에서 느껴진다. 나 또한 미래의 동료 및 협업자들과 그런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독특한 이미지의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많은 화제가 된 릭 오웬스 2026 F/W 시즌. 베르나르도 마틴스가 생성형 툴을 사용해 뷰티 레퍼런스를 제작하고, 헤어 아티스트 더피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니엘 셀스트룀이 합을 맞춰 독창적인 뷰티 룩을 완성했다.
- 사진
- COURTESY OF BERNARDO MARTINS, RICK OW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