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컬렉션이 열린 뉴욕에서 파리까지, 장장 28일간의 미행(美行).
NEWYORK
2026.02.11 ~ 02.16
랄프 없인 못 살아
이번 시즌 뉴욕 패션위크가 유독 풍성하게 느껴진 데에는 오프 캘린더 쇼를 예고한 랄프 로렌의 공이 컸다. 밀란 맨즈 패션위크에 이어 뉴욕 여성 컬렉션을 준비한 노장의 근면함에 놀라는 것도 잠시, 모델 지지 하디드의 런웨이 복귀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가 하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와 안나 윈투어의 투 샷으로 패션위크가 시작되기 전부터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다. 패션쇼가 끝난 뒤,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이동해 도착한 폴로 바(Polo Bar)에서의 만찬도 더없이 완벽했다.
디스이즈아메리카
독수리를 수놓은 청키한 니트, 줄무늬 럭비 티셔츠, 구멍이 송송 뚫린 테리 소재 양말까지. 뉴욕의 현재를 가장 명민하게 표현하는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가 빚은 미국식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났다.
사랑꾼이야
맥주를 든 로맨티스트, 뮤지션 포스트 말론이 여자친구 크리스티 리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쇼를 콕 집어 뉴욕 패션위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라면 그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사랑스러운 샌디 리앙과 밸런타인데이 저녁에 열린 케이트 패션쇼가 그 주인공!
미우미우 상영회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 시리즈의 31번째 필름, 〈Discipline〉이 뉴욕 패션위크 기간 공개됐다. 프리미어 현장에는 2011년부터 지속된 미우미우의 단편영화 프로젝트의 아카이브 영상 자료와 감독 모나 파스트볼과의 토크 세션, 미우미우를 닮은 달콤한 슈가 스낵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스코트 독
콜리나 스트라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자마자 에디터를 가장 먼저 반긴 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힐러리 테이무어의 애완견 파우이였다. 뜨거운 조명과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튜디오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신의 귀여움을 뽐내는 파우이의 재능이 온 세상으로 퍼지길 바라며 인스타그램 계정(@superpowie)을 공유한다.
데뷔전
컬러, 정교함, 장인 정신. 프로엔자 스쿨러의 하우스 코드 아래 디자이너 레이철 스콧의 데뷔전이 막을 올렸다. 평을 서두르자면,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절제력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보기 드문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레이철 스콧은 수요일에는 뉴욕 여성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그리는 한편, 일요일 오후에는 디오티마 쇼로 한층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한 도시에서 두 번의 패션쇼를 치르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을 그녀의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큐멘터리 시청자
1,500평 규모의 공간에 설치된 거대한 LED 월과 여백의 미를 살린 황동색 스툴의 배치.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번쩍이는 문자들이 연출한 극적인 배경 속에서, 이번 시즌 케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홀스타인의 영감이 무척 궁금해졌다. ‘단어의 짓눌리는 무게(The crushing weight of words)’와 같은 문구들이 쏟아지는 런웨이는 곧장 레터박스 앱을 켜 오손 웰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거짓의 F(F for Fake)>를 워치 리스트에 추가하게 만들었다.
도서관 파자마 파티
마침내, 뉴욕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급하게 잡아탄 택시에 몸을 싣고 샌디 리앙 쇼로 향하던 중 창밖의 낯선 풍경을 마주했다. 순간의 당혹도 잠시, 장소 선정에 대한 디자이너의 자신감을 느끼며 쇼 베뉴는 어떨지 기대감을 키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고층 건물에는 고전적 분위기의 책들로 가득 찬 서가가 게스트를 맞이했고, 쇼가 시작되자 이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침대 위에서의 티타임, 애니메이션 속 따스한 기억들이 겹겹이 포개지며 뉴욕 의학 아카데미 도서관을 파자마 파티가 열리는 소녀들의 궁전으로 탈바꿈시켰다.
뉴욕의 맛
맵고, 또 달다! 길가에 무섭게 쌓여 있는 눈더미와 매서운 바람,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키세스 초콜릿을 준비한 알투자라의 친절함이 공존하는 뉴욕식 ‘맵단’을 누리며 이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