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F/W 컬렉션 다이어리 – 런던

김신, 이예진, 이예지, 김민지, 김현지, 장진영, 신지연

2026 F/W 컬렉션이 열린 뉴욕에서 파리까지, 장장 28일간의 미행(美行).

LONDON

2026.2.19 ~ 2.23

왕과 사는 사라

 런던 패션위크 첫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영국 국왕 찰스 3세. 그가 착석하기 직전 모두가 일어나 맞이했고, 쇼가 끝난 뒤에는 박수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 영국인에게도 흔치 않은 순간을 이렇게 마주하다니, 이방인인 에디터로서는 더욱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런던, 런던

BURBERRY
BURBERRY

 레진으로 하나하나 만든 물웅덩이, 거대한 타워 브리지 구조물, 재킷에 새겨진 런던 도심의 지도. 지극히 런던적인 요소들이다. 비 내리고 추운 도시에서 무엇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다니엘 리가 펼쳐낸 런던스러움. 버버리의 2026 F/W는, 런던의, 런던에 의한, 런던을 위한 컬렉션이었다.

패션 일을 한다는 것

애그로 스튜디오는 쇼를 앞두고 더블유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방황하는 이들’이라는 서사를 중심에 두고 세계관을 확장하며 무드보드를 구축하고, 하나의 룩에도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해 최적의 아웃핏을 찾아가는 일. 이 모든 과정은, ‘무엇이 가장 힘든가’라는 질문에 소통 방식을 매일 새롭게 배워간다는 답과 맞물려, 패션 안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디자이너의 사회생활

MAXIMILIAN RAYNOR

막시밀리언 레이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뒤 조나단 앤더슨과 션 맥기르 아래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해온, 주목받는 라이징 디자이너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서사를 런웨이에 풀어낸 그는,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자신을 후원하는 회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창의성에 사회성까지 갖춘 디자이너라니, 될성부른 떡잎이다.

뭉쳐야 산다

“정말 훌륭한 아시아인들이 많은데, 힘을 못 쓰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쳇 로가 말했다. 홍콩의 야시장을 연상시키는 쇼장에서, 아시아계 창작자 8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를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피가 섞였든 아니든,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듯 좌충우돌하는 나타샤 진코의 ‘패밀리 비즈니스’ 집단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이민자와 흑인 커뮤니티의 에너지가 느껴진 톨루 코커와 라브룸의 쇼에서도 마찬가지.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뭉치면 강해진다는 것.

좋았어

 그 쇼 참 좋았어’라고 오래 기억되는 패션쇼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쇼장의 힘이다. 시몬 로샤의 쇼가 열린 알렉산드라 팰리스 극장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웅장함이 살아 있어 단번에 기분을 환기시켰다. 캄캄한 어둠 속, 빛나는 타워 브리지를 배경으로 한 버버리의 쇼장 역시 수시로 떠올랐다. 얼마나 좋았냐고? 다음 날 생긴 자유 시간에, 예정에도 없던 타워 브리지를 다시 찾아 산책했을 정도다.

영국패션협회의 힘

 런던 패션위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는 곳은 영국패션협회다. 네 개의 패션 수도 중에서도 런던은 체감상 협회의 지원이 가장 탄탄하다. 막 성장하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업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발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자와 바이어에게도 비용과 이동을 지원해 취재를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올해는 자동차 브랜드 오모다의 후원으로 이동까지 한결 편안했다. 수줍고도 젠틀한 드라이버 릭의 센스 있는 어시스트 덕분이다. 기자들의 편의를 세심하게 챙겨준 패션협회의 보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프라이빗 존

BURBERRY

 직업상 연예인을 접하는 일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에디터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로 보아온 셀럽을 눈앞에서 마주하거나 그들의 사적인 순간을 목격하는 일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버버리 쇼에서 ‘지각생’ 케이트 모스가 딸 릴라 모스 옆자리에 급히 앉자마자, 무언가 엄청난 가십을 나누는 듯한 장면이 그랬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서로의 과장된 리액션과 카메라가 스치자 아무 일도 없던 듯 도도하게 자세를 고쳐 앉는 모습까지, 프라이빗 존을 훔쳐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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