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데뷔 쇼

김신

셀린느가 돌아왔다. 조용하고 단단하게,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감싸안으며.

파리 비비엔 거리 16번지. 셀린느의 뿌리가 자리한 그 장소에서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의 셀린느 데뷔 쇼가 열렸다.인비테이션에 동봉된 아이보리색과 검은색 실크 스카프는 이번 쇼의 성격을 단번에 암시했다. 유연한 실크 스카프 속에 담긴 은밀한 단서, 그리고 단단히 묶인 매듭으로 말이다. 마이클 라이더는 브랜드의 유산을 말없이 꺼내 보이며, 이제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듯했다. “이번 컬렉션이 무언가를 지우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셀린느의 긴 그림자를 지워내는 대신, 그 위에 자신의 언어를 덧대고, 결을 새롭게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미 훌륭한 기반이 있었기에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현대적으로 느껴졌고, 옳다고 생각되었으며, 또한 매우 강력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셀린느의 2026 S/S 남녀 통합 컬렉션은 특정한 시그니처를 내세우기보다는 다양한 조각들이 한데 놓인 풍경에 가까웠다. 프레피적인 울 블레이저, 박시한 오버코트, 실크 스카프와 셔츠 드레스, 80년대식 실루엣의 모더니티. 그 무엇도 새롭지 않았지만, 모든 것들이 ‘지금, 여기’를 향하고 있었다. 차갑지 않은 미니멀리즘, 과장 없는 담백한 태도로 말이다. 수십 벌의 룩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었고, 그 다양성 자체가 가장 신선한 변화라고 느껴졌다. 기존의 유산을 부정하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질서를 쌓는 방식으로.

하지만 진짜 변화는 옷의 구조나 스타일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쇼는 소란스럽지 않았고, 음악은 공간을 채우기보다 비워두었으며, 모델들의 걸음은 수직적인 긴장감 대신 낮고 편안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셀린느는 여전히 도회적이었지만, 도시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자신의 보폭으로 걷는 사람을 닮은 것 같다. “셀린느는 퀄리티와 시대를 초월하는 그 무엇, 스타일 그리고 범접하기 어렵고 붙잡기 더 힘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완벽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옷 입는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그 애티튜드, 또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해주는 사고방식을 담았습니다.” 마이클 라이더의 말이다.

그에게 옷이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다. “저는 항상 옷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옷은 입는 사람의 삶에서 하나의 부분이 되고, 순간을 담아내면서도 세월 속에서 어떤 행동, 사건, 변화를 말해주죠. 옷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아내고 기억과 유용성, 환상, 삶 그 자체라는 걸 늘 믿어왔습니다.” 그런 믿음이 형태를 입고 드러난 순간을 선사한 셀린느의 새 지휘자, 마이클 라이더. 그는 한 벌의 코트, 하나의 실루엣, 하나의 자세로 새로운 서사를 썼고, 셀린느는 다시 사람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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