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곧 장르가 된 아이유

우영현

이름은 하나, 음악은 한계 없음

팔레트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들이 국내외 차트를 장악하며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진 듯한데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에 발표한 아이유의 ‘팔레트’도 이지 리스닝 감성에 가깝습니다. 아이유가 처음 시도한 신스팝 R&B 트랙으로 직접 작사, 작곡을 했는데요. ‘이상하게도 요즘엔 그냥 쉬운 게 좋아’라는 식의 가볍지만 솔직한 가사와 지금 들어도 트렌디한 멜로디 그리고 살랑이는 목소리. 아이유의 무궁무진한 음악적 팔레트 중에서 여름쿨톤 같은 곡이랄까요.

이런 엔딩

이별의 순간을 절절히 묘사한 곡으로 아이유의 목소리가 불러 일으키는 서정성에 그날의 정서가 무한 증폭됩니다. 최근 아이유가 신곡 ‘Love Wins’ 공개를 앞두고 BTS의 뷔와 마주한 포스터를 공개해 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환기됐는데요. 포스터 분위기도 그렇고, 뷔의 감미롭고 허스키한 보이스를 떠올리면 두 보컬리스트가 짙은 감성과 공명하는 이런 듀엣송을 언젠가 들려주길 상상합니다. 앞서 아이유와 뷔는 ‘이런 엔딩’을 함께 부르기도 했죠. 들어 보면 이거구나, 하게 됩니다.

Love Poem

‘그렇게 차례대로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깊고 성숙한 내면이 느껴지는 아이유의 소개글로 화제가 된 곡입니다. 서서히 고조되는 분위기와 점점 짙어지는 밴드 사운드 위로 아이유는 시적인 가사를 아주 선명하게 전달하죠. 노래에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쓰듯. 누군가의 자기 고백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유의 목소리에 이르러 더욱 명징해지는데요.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는 ‘Love Poem’과 비슷한 결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죠.

라일락

지난 20대를 회고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LILAC>에서 동명의 타이틀곡 ‘라일락’은 한 시절의 피날레를 비로소 축제처럼 장식합니다. 화려하고 경쾌하고 아름답게, 마냥 쓸쓸하지 않게. 펑키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만개해 청각적인 풍성함을 책임지고요. 말하자면 봄웜톤 같은 음악. 이렇게 아이유는 결말의 순간을 클라이맥스로 바꿔, 앞으로 맞이하고 보여 줄 다음 챕터의 생동을 전했습니다.

strawberry moon

내내 흐르는 청량한 피아노 선율, 몽환적으로 울려 퍼지는 코러스, 그 위를 ‘세로지르며’ 섬세함과 다이내믹함의 밸런스가 환상적인 보컬. 어떤 장르의 중력에서도 자유로운 아이유의 노래를 한 스쿱 맛보는 동안 하품투성이 같던 마음이 쫙 기지개를 켜는 듯합니다. 도입부 아이유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날아오르는 기분’. 이 노래의 가사 그대로, 이보다 꿈같은 순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사진
@dlwlrma, @edam.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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