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의 성수동 투어

김현지

스니커즈 ‘블레이키(Blakey)’의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의 압축적인 대화록

스니커즈 ‘블레이키(Blakey)’로 국내외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ison Mihara Yasuhiro). 이제 노장 디자이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미하라 야스히로가 10년 만에 방한한다는 소식에 <더블유>가 기쁜 마음으로 일일 투어를 제안했다. 그에게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 물었고, 성수동 올드 슈즈 팩토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디터가 안내한 동선에 따라 신식 건물과 오래된 공장이 뒤섞인 성수동 일대를 걸었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짜와 진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소 시니컬했지만 디자이너란 비전을 제시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그와의 압축적인 대화록을 공개한다.

<W Korea> 한국 방문은 얼마 만인가.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른가?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 약 10년 전의 일이다. 서울의 에너제틱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울을 방문한 이유가 궁금하다.

편집숍 무이에서 진행하는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의(Maison Mihara Yasuhiro)의 팝업 때문이다. 실버 월, 드럼 스테이지, 실버 컨페티 등 2023 F/W 시즌 파리에서 치른 패션쇼 런웨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인터뷰를 작성하는 지금, 당신의 팝업 프리뷰 이벤트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무이 팝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은 무엇일까?

감정의 움직임과 조용함. 이번 2023 F/W 컬렉션으로 표현하려는 바다. 우리의 물리적 행동이나 감정은 전달되는 과정에서 기호화되어, 그것이 진실한 것인지 모방인지 모호해지곤 한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정말 이야기하고 싶지만, 밝힐 수 없다.

SB 트레이딩
성수동 투어 중 팬을 만나 시그너처 스니커즈 블레이키에 흔쾌히 사인하는 미하라 야스히로. 신발의 내피와 외피에 사용되는 가죽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SB 트레이딩
성수동 투어 중 팬을 만나 시그너처 스니커즈 블레이키에 흔쾌히 사인하는 미하라 야스히로. 신발의 내피와 외피에 사용되는 가죽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봉래피혁
부자재를 보며 80년대 추억을 떠올리는 미하라 야스히로. 대림창고 건물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았다.

봉래피혁
부자재를 보며 80년대 추억을 떠올리는 미하라 야스히로. 대림창고 건물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았다.

봉래피혁
부자재를 보며 80년대 추억을 떠올리는 미하라 야스히로. 대림창고 건물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았다.

봉래피혁
부자재를 보며 80년대 추억을 떠올리는 미하라 야스히로. 대림창고 건물을 신기해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았다.

오늘은 <더블유>와 성수동을 거닐었다. 올드 슈즈 팩토리가 어떤 인상을 남겼을지 궁금하다.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었다면 공유해줄 수 있나?

영감보다는 회상에 가깝겠다. 슈즈 디자이너로 막 일을 시작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신발 장식, 굽, 가죽 소재, 마네킹 등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을 낯선 성수동 풍경에서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에디터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발 한 켤레를 완성하는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의 손과 공정이 필요하다니 새삼 놀라웠다. 옷을 만들 때와는 또 다를 것 같은데, 좋은 신발과 좋은 옷의 기준은 어떻게 다른가?

지적 생산품인가, 그렇지 않은가? 나는 세상의 모든 좋은 것에서 지성을 느낀다. 비단 생산자뿐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2023 F/W 컬렉션을 설명하며 “I’m still tired. Everything I see looks fake”라고 말했다. 어떤 감정인가?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단지 이렇게 설명하는 편이 나에게 더 쉬운 방식일 뿐이다. 요지는 무엇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패션은 이 시대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체감할 수 있는 놀랍고도 특별한 수단이 아닌가.

2023 F/W COLLECTION

2023 F/W COLLECTION

2023 F/W COLLECTION

컬렉션의 테마 ‘Imitation Complex’를 통해 어떤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나?

진짜와 가짜 사이의 모호한 경계, 그 자체를 즐기라는 메시지.

모순은 당신에게 중요한 키워드 같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혹은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진짜인가? 모방인가? 완성인가? 미완성인가? 누가 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모방처럼 느껴진다.

옷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텍스처가 환상적이다. 페이크 레더, 성근 짜임의 니트, 총천연색 벨벳, 데님, 울, 나일론까지 정말이지 다채롭다. 컬렉션 자체로 너무 매혹적이었다.

감사하다.

스프레이로 염색한 듯한 빈티지한 아우터와 청키한 니트 사이에 불쑥 매끈한 질감의 글러브가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 점도 좋았다. 이번 시즌 당신의 유머 감각이 돋보인 것 같은데,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즌 테마에 관해 말할 수는 있지만, 크리에이션 콘셉트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너무 현실적이라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때로 심오해야 한다.

특히 오리 모양 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웃음). 이 유쾌한 신발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우연히 내 책상 위에 오리 장난감이 있었다. 그뿐이다.

성신
각종 끈과 메탈 장식 등 신발 장식을 살피는 미하라 야스히로. 분주하게 매장 곳곳을 살피면서도 성신의 마스코트이자 터줏대감 고양이 예캉이와의 교감도 놓치지 않았다.

성신
각종 끈과 메탈 장식 등 신발 장식을 살피는 미하라 야스히로. 분주하게 매장 곳곳을 살피면서도 성신의 마스코트이자 터줏대감 고양이 예캉이와의 교감도 놓치지 않았다.

성신
각종 끈과 메탈 장식 등 신발 장식을 살피는 미하라 야스히로. 분주하게 매장 곳곳을 살피면서도 성신의 마스코트이자 터줏대감 고양이 예캉이와의 교감도 놓치지 않았다.

다인 라스트
신발의 마네킹을 만드는 라스트 공장을 방문해 다양한 신발 모양을 확인하는 모습. 앞코가 버선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미하라 야스히로.

다인 라스트
신발의 마네킹을 만드는 라스트 공장을 방문해 다양한 신발 모양을 확인하는 모습. 앞코가 버선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미하라 야스히로.

피날레에서 컨페티를 뿌리며 해맑게 웃는 당신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쇼가 끝나고 퇴장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이 어딘지 우스꽝스러워 웃게 된다. 나에게 피날레는 어떤 의미에서는 담력 테스트다.

쇼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마리유스 알렉사(Marijus Aleksa)의 광적인 드럼 연주도 기억에 남는다. 음악에 조예가 깊어 보이는데 이번 서울 방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아직 서울에서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다음 만남을 위해 답변을 아껴두고 싶다.

환성CO
다양한 형태의 굽이 쌓여 있는
공장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자유를 충분히 즐길 만큼 큰 그릇의 사람이 아니다(웃음). 뜻밖의 답변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자유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 가깝다. 나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강형록, 박종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