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서재페’는 못 참지

우영현

볼 것도, 들을 것도 풍요로운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고른 알짜배기 소식.

마침내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패’)이 돌아왔다. 감히 ‘돌아왔다’고 공언할 수 있는 건 오는 5월 26일부터 사흘에 걸쳐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15번째 서재패는 팬데믹 이전의 규모로 재단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 2021년은 건너뛰고 3년 만에 재개된 작년 서재패는 한정된 무대에서만 치렀다. 올해는 못다 한 회포를 풀 듯 4개의 스테이지에서 국내외 아티스트 60여 개 팀이 공연한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헤드 라이너급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곳저곳에 펼쳐져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가 숙제일 정도다.

서재페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뮤지션

15회째를 맞은 서재페의 최다 내한 뮤지션은? 서재페 사상 최고의 집객을 기록하며 ‘떼창’ 레전드 영상을 남긴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미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 주인공은 네덜란드의 팝 재즈 뮤지션 바우터 하멜이다. 올해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여덟 번째 등판 도장을 찍었다. 예전의 위용을 되찾은 서재페에 ‘서재페 공무원’이라 불리는 바우터 하멜이 빠지면 좀 허전하다 싶었을 거다. 최근 신곡 ‘Rosy Day with SJF’를 발표했는데, 이번 서재페의 테마곡이기도 하다. 이로써 서재페와 바우터 하멜의 인연은 더욱 각별해졌다.

틱톡에서 서재페로

서재페의 시작은 2007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서재페 라인업을 근거로 음악계의 흐름을 유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서재페에선 틱톡이 낳은 뮤지션들이 눈에 띈다. 틱톡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Stuck In The Middle’로 직장인에서 인기 뮤지션으로 거듭난 타이 베르데스의 이름은 모를 수 있겠지만 ‘how deep?’, ‘sheluvme’, ‘A-O-K’는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틱톡, 우쿨렐레, 신비주의로 설명할 수 있는 보이위드우크도 서재페의 러브콜을 받았다. 후드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Toxic’, ‘Understand’, ‘Rockstar’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SNS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차라리 잘된 일

이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는 2020년 서재페 공연 소식을 알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불발됐다. 다음을 기약했던 그가 이번 서재페에 합류했다. 그사이 저스틴 허위츠는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가 출연한 <바빌론>의 음악을 맡아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자신의 트로피 진열장에 추가했다. 영화는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지만 1920년대의 재즈, 댄스, 다국적 사운드를 총망라한 OST에는 이견 없이 찬사가 쏟아졌다. 마땅히 이번 서재페의 셋리스트에 <바빌론>의 곡들도 합세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서재페 데뷔 등판

‘BANG!’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 밴드 에이제이알, ‘As the World Caves In’, ‘Less and Less’으로 낭만적 쓸쓸함을 전파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맷 말티스, 매력적인 음색의 ‘Tango’로 알려진 모로코 출신의 아비어 등을 비롯해 서재페를 통해 한국을 처음 찾는 뮤지션들이 상당하다. 그중에서 큰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뮤지션을 한 명 꼽자면 시그리드가 아닐까 싶다.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로 2019년 데뷔 앨범 <Sucker Punch>를 발표해 특급 신예로 낙점된 시그리드는 청량하면서 힘찬 보이스가 혼을 쏙 빼 놓는다. ‘Sucker Punch’, ‘Strangers’, ‘Don`t Kill My Vibe’, ‘High Five’가 대표적이다. 라인업에 포함됐던 2020 서재페가 취소되면서 시그리드의 서재페 데뷔는 마침내 올해 성사됐다.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시간 동안 국내 리스너들이 목놓아 부르던 시그리드의 첫 내한 공연이라는 의미도 있다.

마음껏 서재페를 즐길 이유

공개된 라이업만 보더라도 제15회 서재페는 성대하고 화려한 음악의 향연이 긴 코스 메뉴처럼 3일간 서울의 낮과 밤을 수놓을 것이다. 분위기를 깨려는 건 아니지만 그만한 축제가 막을 내린 뒤에는 일요일 밤에 젖어드는 월요병처럼 피로와 불안이 겹쳐진다. 하지만 이번 서재페의 결말은 예외다. 금토일 3일간의 음악 축제 뒤 맞이할 5월 29일 월요일은 대체공휴일로 지정됐다. 어떤 명곡보다도 기분이 맑아지고 붕 뜨는 소리다.

블랙핑크 제니처럼 입고 페스티벌 갈까?

페스티벌 인싸로 만들어줄 뷰티 룩

페스티벌 스타일 가이드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seouljazzfestival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