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ne Studios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아크네 스튜디오 2023 F/W 컬렉션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디지털 패션쇼로 패션은 미디어 세상에서 눈에 띄기 위해 점점 더욱 ‘매운맛’으로 변해왔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조니 요한슨은 이런 현재의 상황에 대한 거부하는 감정을 가지고 이번 시즌 컬렉션을 완성했다. “패션 역시 테크놀로지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죠. 저는 그래서 오히려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테크놀로지 같은 것에 살짝 지루함을 느껴요.”

컬렉션에는 수공예, 수작업에 대한 향수가 짙게 베어 있었다. 마른 가지에 크리스털과 크로셰를 장식한 조형물이 런웨이에 설치됐는데 이는 조니 요한슨이 어린 시절 살던 스웨덴 북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저명한 세트 디자이너 쇼나 히스(Shona Heath)의 작품이다. 태초의 이브처럼 나뭇잎을 일일이 이어 붙여 만든 듯 수공예적 느낌이 물씬 나는 모스 그린 컬러 드레스가 오프닝을 열었다. 이후에도 마른 나뭇잎이나 바위에 낀 이끼처럼 자연의 일부를 떼서 그대로 컬렉션으로 옮겨 놓은 듯한 ‘디톡스’ 패션이 이어졌다.

실루엣은 지난 몇 시즌 동안 아크네 스튜디오가 따라온 Y2K 시절의 법칙을 따랐다. 심플하고 미니멀한 라인에 바이커 재킷, 레이스업 팬츠 등으로 펑키한 분위기를 더한 것. 조니 요한슨의 소재에 대한 탐구도 이어졌다. 데님과 레더 소재는 대담한 워싱을 넣었고, 몸 전체에 보디 페인팅을 하고 데님 팬츠를 입은 남자 모델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레이스업 디테일을 프린트로 넣은 트롱푀이유(Trompel’oeil) 블랙 스커트 슈트, 남성용 톱과 레깅스가 컬렉션에 위트를 더했다. Y2K 무드와 해체적인 빈티지 스타일을 통해 청춘의 쿨함을 탐하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행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의 보는 이들의 쇼핑 욕구를 자극할 만한 것은 역시 아크네 스튜디오의 시그니처인 오버 핏 블레이저와 코트가 아니었을까.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Acne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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