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 혼술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조언

김소라

언제부턴가 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이 편하고 좋다. 어느 혼술예찬론자의 고백.

지난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질리지 않고 좋아해온 대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술이다. 20대 때는 주로 누군가와의 술자리,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술을 즐겨 마셨던 것 같다. 술을 앞두고서만 나눌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 취기가 슬슬 돌기 시작하면 나오는 진심 혹은 본심, 어느새 얼큰하게 취하면 튀어나오는 헛소리와 웃음 버튼. 그렇게 만들어진 흑역사는 지금 돌이켜보면 무척 소중하고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과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때로는 짠하기도 하다. 각자의 이유로 우리는 가끔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편해졌다. 처음엔 내 방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을 하며 텀블러 같은 병에 담아 홀짝홀짝 마시던 것이 이제는 바(Bar)라는 공간으로 제법 확장되었다. 늦은 퇴근 후 심야 시간에 바에 혼자 가는 일. 그것은 처음엔 꽤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타인의 시선, 혼자 앉아서 바텐더에게 주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를 바라보며 술을 마셔야 할지, 안주는 시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등 꽤 난이도가 높은 미션이었다. 하지만 뭐든 한 번이 어려울 뿐, 혼자 바에서 노는 재미를 알기 시작한 이래로 더 이상 움추려들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바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바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한 위로감이 그 무엇보다 다음날 쳇바퀴를 다시 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일단 혼자 바에 갈 결심을 했다면 바텐더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각종 칵테일, 위스키 등 수많은 술의 맛과 향, 그리고 그것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연구한다. 그리고 그런 방대한 술 가운데 누군가의 취향에 딱 맞는 종류를 추천해 주는 전문가들이다. 당신이 평소에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최근 가장 맛있게 마신 술은 무엇인지 마음을 열고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수록 바텐더는 더욱 섬세하게 술을 추천해 줄 수 있다.

연말연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혼자 기꺼이 바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침묵, 고독의 시간을 견뎌 낼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엔 그랬다. 맛있는 술을 마시는 건 좋은데, 친구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던 그 여백을 도대체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여기서도 바텐더들의 능력이 발휘된다. 혼자 온 손님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거리로 자연스럽게 그날의 안부를 묻거나 마시고 있는 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테니까. 약간의 열린 마음만 있다면 이제 혼자서 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출발선에 선 것이다.

만약 어떤 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바를 추천하고 싶다. 이 바에는 위에서 언급한 전문적인 지식과 칵테일 메이킹, 사려 깊은 접객 능력을 갖춘 훌륭한 바텐더들이 당신을 편안하게 혼술의 세계로 안내할 테니까.

청담동에 위치한 보이드(서울 강남구 선릉로148길 52-5 지하1층)

보이드(@void_bar)

믹솔로지(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8길 18)

믹솔로지(@themixology)

제스트(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5길 26 하늘빌딩 1층)

제스트(@zest.seoul)

논현동에 위치한 장생건강원(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3)

장생건강원(@bar_jangsaeng)

임바이브(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3-9 지하1층)

임바이브(@bar.imbibe)

역삼동에 위치한 만타(서울 강남구 테헤란로37길 13-6 1층)

만타(@bar_manta)

그리고 한남동에 위치한 바스왈로(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38 1층)까지.

바스왈로(@bar.swallow)

바도 사람과 비슷해서 당신과 더 잘 맞는 곳이 있을 수 있다. 혹은 그날의 기분과 심리 상태에 따라 바를 골라 호핑을 즐겨도 좋다. 텐션을 조금 높이고 싶은 날 생각나는 바가 있다면, 반대로 울적한 날 유독 그립고 보고 싶은 바가 있을 테니까. 바에서 혼술의 재미를 발견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더 자유롭게 오롯이 홀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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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김소라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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