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riela Hearst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가브리엘라 허스트 2023 F/W 컬렉션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란? 우루과이 출신의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이에 대한 답을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의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상설 전시를 보고 난 후 찾아냈다. 아일랜드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아일린 그레이는 1920년대 모더니스트 운동을 개척한 인물로 르 코르뷔지에가 모더니즘의 아버지라면 아일린 그레이는 모더니즘의 어머니라고 불린다(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장하고 있던 아일린 그레이의 의자는 2009년 2,800만 달러에 판매되어 20세기 가구 경매 기록을 세우기도).

90세 넘는 나이까지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아일린 그레이의 열정과 호기심, 예술적인 성실성은 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무한한 영감을 줬다. 시대를 앞서간 뮤즈의 행보를 따른 2023 FW 가브리엘라 허스트 컬렉션은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확신에 찬 인상. 담백한 블랙과 화이트의 슈트, 코트, 팬츠가 오프닝을 열었고 이어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시그니처인 지속 가능한 리사이클 캐시미어와 부드러운 나파 가죽 소재가 군더더기 없이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레더를 컷 아웃 기법으로 디자인한 더스터(Duster)와 스커트, 울 드레스, 쇼퍼백은 아일린 그레이의 초창기 작품인 ‘브릭 스크린(Brick Screen, 1923년)’를 연상케했고, 메탈 소재의 백이나 컷 아웃 드레스 사이로 엿보이는 메탈 디테일은 자연스럽게 아일린 그레이의 대표적인 작품인 E-1027 테이블을 떠오르게 했다. 한편, 톤 다운된 레드와 옐로 컬러 블록 프린트는 아일린 그레이가 직조 공방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고 알려진 러그를 떠오르게 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이번 시즌에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컬렉션에 적용했다. 여성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마노스 델 우르과이(Manos del Uruguay)와 꾸준히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핸드메이드로 니트 스웨터와 드레스를 제작했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런웨이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의 건축 스튜디오 ‘탈레 데 아키텍트라(Taller de Arquitectura, RBTA)’에서 만든 것인데 이는 재고 소재를 재활용하여 만들었으며 쇼가 끝난 이후에는 뉴욕의 공립학교 및 예술 기관과 재활용을 연계하는 ‘머티리얼스 포 아트(Materials for the Arts)’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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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Gabriela Hea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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