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어떻게 모으는 건가요?

김소라

취향과 소비의 시대, 어느 날 문득 ‘현타’가 왔다. 도대체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첫 직장에 다녔던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돈이 없다는 것이다. 약 10년 이상 동안 꽤 괜찮은 이직과 성공적인 연봉 협상을 타진시켜왔는데도 말이다. 원인에 대한 해답은 사실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저축보다 소비 및 지출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직장 이외의 투잡, 쓰리잡까지 수많은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어왔다. 그러나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나의 통장은 그저 월급이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정거장에 가까웠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요즘엔 마치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플라스틱 투명 상자에 그날 쓴 영수증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영수증을 하나하나 넘겨 보고 있자면, 크고 작은 돈이 모여 정말이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우울한 기분을 타파하기 위해 시킨 내추럴 와인 1병 8만 원, 호기심으로 주문한 칵테일 1잔 2만 5 천원, 다리가 아파서 혹은 날씨가 추워서 탄 택시비 2만 5천원, 세일 찬스를 통해 싸게 구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원피스 7만원 등등(지면을 다 채워도 모자라기에 이하 생략).

앞선 돈들이 이유가 비교적 명확하게 있었다면, 당최 이유를 모르게 새어나간 돈도 있다. 분명 더치패이를 하기로 했으나, 내가 선결제를 하는 바람에 돌려 받지 못한 친구와의 저녁 식사 이용 4만원, 의무감에 챙긴 회사 동료의 선물 비용 3만원, 굳이 필요하진 않았으나 여행지에서  충동 구매한 기념품 2만원 등등.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 지출이 모이면 모일수록, 통장은 그렇게 ‘텅장’이 되고야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흔히 ‘시발비용’이라 불리는 분노로 인한 소비는 최악의 수준에 속한다. 적은 액수라도 필요치 않은 지출은 무서울 정도로 습관이 되고, 그런 행동 양상이 고착화될수록 저축하고 아끼는 삶과는 점점 더 멀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무절제한 소비는 노후에 대한 불안함과 지금 발 디디고 있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도록 만들었다. 문득 “더 이상은 이렇게는 못살아!” 강렬한 반성과 후회와 변화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서점에서 좀처럼 읽지 않는 구역인 재테크, 저축, 경제/경영 섹션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부자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컨트롤하고 계획적으로 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됐다. 경제적인 관점 안에서 똑 부러진 삶을 살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이다. “돈을 감정적으로 다루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책표지의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진정한 경제독립을 이루려면 금융문맹의 늪에서 벗어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으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경제독립을 위한 여정 10단계를 설파한다.

1단계, 자신의 자산과 부채 현황표를 만들어라, 2단계 수입, 지출 현황를 만들어라, 3단계 부채를 줄여라, 4단계 매일 1만 원씩 여유자금을 만들어 투자해라 등등 총 10단계까지 이어진다. 특히 1단계 과정에서는 신용카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 주택담보대출 등등 보유한 부채를 기입하라고 한다. 2단계에서는 내 순자산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나는 어떤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선 안된다는 가장 단순한 불변의 진리다. 이때 평소 자신의 외식비가 과도하진 않은지, 자신의 지출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일지 한번 계산해 보라고 말한다.

또한 지출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지출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러한 수입과 지출 현황표 작성은 결국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만약 당신이 돈을 모을 마음을 굳건하게 먹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출이 수입보다 크면 안 된다.

무엇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위에서 말한 다짐을 강렬한 의지로 실천해 내는 것이다. 취향과 소비가 곧 자신 스스로를 증명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으며, 그 행복의 지속력 또한 오래간다. 저자는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부자는 누구다 될 수 있다.”고 약간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하는 사실은 그런 일은 언제나 천천히 이루어질 뿐이다. 평소 자신도 모르게 별거 아닌 일에 큰돈을 써오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우리 모두의 인생과 통장을 재점검해보길 바란다.

사회 초년생에게 전하는 연봉 협상의 기술

직장 내 괴롭힘을 명상으로 이겨낸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소라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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