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명상으로 이겨낸다?

김소라

명상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어느 직장인의 3개월 명상 체험기.

우리는 일요일 저녁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서는 행복해질 수 없을까? 혹은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방법은? 나를 매일 괴롭히는 상사는 언제쯤 그만둘까? 하지만 그런 영화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세수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도 지옥철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때로는 단단한 마인드 컨트롤로도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코 끝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는 절박한 상태에 다다르자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악질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과 상담을 고민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뜻밖에도 명상원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강남 한복판에서 드물게 한적한 공원 근처에 있던 내 생애 첫 명상원.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가 진행되는 3개월 명상 입문 코스를 등록했다. 어느 땐 야근을 하다 다급하게 택시를 잡아 명상을 하고 오기도 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다. 그곳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저마다의 힘겨운 인생줄을 붙잡고 나오는 스무 명 남짓의 동지들이 있었다. 그들과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위로가 됐다. 명상 강의는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었다. 선생님은 처음엔 대부분 졸음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원래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면 결국 숙면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명상이란 생각과 감정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이며, 그 순간 자신의 의식이 현재에 완전하게 머무는 상태를 뜻한다. 어두운 조도, 신성하고 평화로운 싱잉볼 소리와 함께 현실로부터 완전히 단절되는 그 시간이 무척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일단은 휴대폰을 사물함에 가두고 2시간 만이라도 전자 기기와 멀어지는 순간이 좋았다. 크게 숨을 내쉬며 내뱉은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고자 했다. 생각을 완전히 멈춘다는 것은 물론 쉽지 만은 않았다. 아무리 비워내고 멀어지려 해도 계속해서 고민과 미움과 번뇌가 찾아왔다. 명상은 마치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듯 배움과 반복을 통해 완전한 상태에 닿을 수 있는 정신 훈련에 가까웠다.

강의 중 가장 와닿았던 말은 명상이란 결국 마치 내가 유체이탈하여 제3자가 되어 나 스스로를 바라보듯, 현 상황과 나 자신을 최대한 객관화 시키고, 감정을 배제한 채로 바라보는 방법이란 점이었다. 명상이 잘 되는 날엔 현재 내가 처한 문제들이 가벼워지기도 했다가, 별것이 아닌 것이 되기도 했다. 최대한 심플하고 담백해지고자 비워내고 또 비워냈다. 명상은 앉아서 하는 방법도 있고, 요가의 사바사나(송장) 자세처럼 릴랙스 상태로 편하게 누워 진행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코 고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각자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모인 그때의 공기와 감정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명상은 21세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이고 고고한 정신 훈련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미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멍을 때리거나 명상을 하면 안정감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호흡이 깊어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심신의 이완 상태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혈압을 낮추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유도하여 우리의 심신을 이롭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잠에 빠져들더라도, 꾸준히 계속해서 명상에 도전한다면 분명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삶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3개월간의 명상을 통해 나는 진정한 열반, 해탈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을 더 버티다 퇴사를 했다. 어쩌면 퇴사는 명상보다 더 강력한 펀치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시의 현실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마침내 큰 산을 하나 넘었다고 안도하는 순간 그 뒤에 예상치 못한 더 잔혹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출근하는 아침 지옥철에서, 때로는 점심시간 사무실 자리에 앉아, 혹은 잠들기 전 딱딱한 바닥에 누워 계속해서 명상을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꼭 자신만의 완전한 이완 상태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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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김소라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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