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라이벌이었던 스키아파렐리는 누구?

황기애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충격을 선사했던 사자머리 드레스는 누가 만들었나.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2023 S/S Schiaparelli

지난 주 막을 내린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단연 가장 많이 화제가 되었던 사자 머리를 달고 나온 쇼, 스키아파렐리.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이 컬렉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의 설명에 따르며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사자, 표범, 늑대머리를 페이크 퍼로 만들어 드레스와 코트에 접목시켰다고 한다. 이는 각각 정욕, 교만, 탐욕을 의미하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 그리고 자연의 영광을 기념한다고. 표범 드레스는 샬롬 할로우가, 사자 드레스는 이리나 샤크, 늑대머리 코트는 나오미 캠벨이 입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단테의 신곡, 지옥을 표현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룩들과 평범함을 벗어난 독창적인 실루엣, 조개 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은 룩들, 순수한 찬양과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피스들이 가득했다. 이렇듯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브랜드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것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엘자 스키아파렐리

치마 바지를 처음으로 선보였던 스키아파렐리가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있는 모습 .(오른쪽)

1927년 마치 리본이 달린 듯한 트롱프뢰유 스웨터를 선보이며 패션계에 데뷔한 엘자 스키아파렐리. 이탈리아 상류층 출신의 그녀는 철학을 공부한 지성인으로 뉴욕과 런던을 거쳐 파리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스키아파렐리’ 레이블을 만들며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첫 컬렉션부터 당시 귀족 여성들과 헐리우드 배우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성공적인 시작을 한 그녀는 패션을 예술의 한 장르로 다루었다. 당시 초현실주의를 이끌던 살바토르 달리, 마르셸 뒤샹, 장 콕토와 같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한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는데, 지금은 흔하디 흔한 콜라보레이션을 최초로 시작한 디자이너라는 주장도 있다. 상식을 벗어난 그녀의 옷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이는 당시 함께 파리 패션계를 이끌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코코 샤넬이 추구하던 실용적인 패션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그리고 1954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평범함을 거부하던 쿠튀르에는 결국 살롱의 운영을 접는다. 사실, 그녀가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패션만을 지향했던 건 아니다. 쿠튀르 패션에 실용적인 지퍼를 사용한 첫 번째 쿠튀르에 중 한명으로 기록되었으며. 인조와 합성 섬유의 개발과 사용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컬러의 사용에 있어서도 과감했다. 스키아파렐리가 선보인 쇼킹 핑크는 지금껏 그녀를 대표하는 컬러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금속, 플라스틱 등의 손쉽고 특이한 재료들을 의복과 액세서리에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스키아파렐리의 전통성을 잇는 소재가 되고 있다.

다니엘 로즈베리

2021 S/S 오트 쿠튀르

2021 S/S 오트 쿠튀르

2021 S/S 오트 쿠튀르

2021 S/S 오트 쿠튀르

2021 F/W 오트 쿠튀르

2021 F/W 오트 쿠튀르

2021 F/W 오트 쿠튀르

2021 F/W 오트 쿠튀르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스스로 문을 닫은 지 60년, 2014년 이탈리아의 한 재력가에 의해 스키아파렐리의 쿠튀르 스튜디오가 다시 열렸다. 마르코 잔니니, 베르트 가이온을 거쳐 2019년, 톰 브라운에서 10년의 경력을 쌓은 그늘에 가려져 있던 아웃사이더, 다니엘 로즈베리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발탁되었다. 그는 메종의 위대한 유산을 그대로 반복하기 보다는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지녔던 패션에 대한 철학 그리고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물려받아 그의 방식으로 새로운 스키아파렐리를 탄생시켰다. 새롭지만 지극히도 엘자 스키아파렐리를 닮은 그의 컬렉션은 그야말로 성공이었다.

레이디 가가, 2021

벨라 하디드, 2021

매기 질렌할, 2022

도자캣, 2022

테일러 러셀, 2022

캐리 멀리건, 2022

양자경, 2023

도자캣, 2023

그 성공을 증명하듯 셀렙들이 앞다투어 레드 카펫에서 그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으며, 2021년에는 레이디 가가가 조 바이든 대통렴 취임식에 황금빛 비둘기가 달린 블랙 & 레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남기기도 했다.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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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이렇게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디자이너가 만든 웨딩 드레스를 어떨까? 다니엘 로즈베리는 작년 봄, 그의 누나를 위해 단 하나뿐인 드레스를 만들었다. 2021년 봄 컬렉션의 디테일을 빌려, 화이트 튜브 드레스에 마치 웃는 얼굴을 한 듯한 골드 메탈 장식들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드레스는 로우 웨이스트로 허리를 강조하고 밑단을 풍성하게 만들어 여느 웨딩 드레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그가 누가인가? 초현실주의의 대가 스키아파렐리의 디렉터는 절제된 디테일의 드레스에 함께 매치할 선글라스겸 가면을 만들었다. 마치 식물이 자라나듯 덤불 형태의 골드 메탈 안경에 아래로 진주가 세팅된 장식들이 주렁 주렁 달린 피스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초현실주의의 승계자다운 결과물이었다.

프리랜서 에디터
황기애
사진
James Cochrane, Getty Images, Splashnews.com,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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