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꾼들이 왔어요.” 스트레이 키즈의 강렬한 음악 세계는 퍼포먼스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스트레이 키즈를 네 글자로 하면 퍼포먼스’. 스트레이 키즈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유튜브 영상에 달린 이 댓글에 반박할 수 없을 거다. 중독성 강한 음악에 딱 맞춘 고난도 안무와 파워풀한 군무, 애드리브를 치고 받는 탄탄한 라이브 실력, 파격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무대 연출. 스트레이 키즈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음악 세계를 바로 눈앞에 화려하고 화끈하게 펼쳐 보이는 데 정평이 나 있다. 이를 무기로 K-팝 열풍의 중심에 선 스트레이 키즈가 곧 새 미니 앨범 ‘맥시던트(MAXIDENT)’를 발표한다. 지금껏 선보여온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스트레이 키즈의 이전 무대들을 충분히 보고 즐기면, 답이 나온다.
‘소리꾼’ + ‘TOP’ + ‘WOLFGANG’ at 제36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神메뉴’와 ‘Back Door’에 맞춰 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커다란 부채를 휘날리며 베스트 퍼포먼스 수상의 자격을 뚜렷하게 증명한 2021년 골든디스크 어워즈 무대도 특별히 인상적이지만, 올해 골든디스크 어워즈 무대는 그야말로 큰 잔치 같아 보고 또 보게 된다. 8분이 넘게 ‘소리꾼’, ‘TOP’, ‘WOLFGANG’ 공연이 화끈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광활한 스케일의 무대를 밀도 있게 채우는 스트레이 키즈의 에너지가 불꽃 축제처럼 번쩍번쩍 터진다. 야수 같은 강렬함을 포효하듯 밀어붙이는 ‘WOLFGANG’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쉬이 꺼지지 않는 쾌감과 여운을 남긴 것도 꽤나 멋지다.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퍼포먼스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변함없이 확인할 수 있는 무대. 과연 ‘K-퍼포머 대장주’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신뚜두뚜두’ at <킹덤 : 레전더리 워>
<킹덤 : 레전더리 워>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스트레이 키즈의 경연 무대들 중에서 ‘신뚜두뚜두’는 가장 기발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데드풀>을 오마주한 오프닝에서 필릭스는 “오늘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아”라고 내레이션을 하는데, 이는 일종의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그 직후 스트레이 키즈는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밑그림 삼아 작정하고 일을 벌이고 무대 위에서 활개를 친다. 대형 전기밥솥 모형, 카툰 모티브의 영상, 지하철 세트를 활용한 다이내믹한 동선, 레이저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퍼포먼스 그리고 탱크 장난감이 거대한 탱크로 바뀌는 참신한 연출까지. 이 모든 아이디어를 하나의 무대로 승화시켜, 거침없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두 눈 크게 뜨고 봐야겠다”, “진짜 신기하다. 무대가” <킹덤 : 레전더리 워>에 참가한 경쟁 그룹들의 순수한 리액션은 어떤 평가보다 더 와 닿는다. 만약 스트레이 키즈에게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준다면 어떤 무대가 나올까? 기분 좋은 물음표가 떴다.
‘소리꾼’ at 2021 SBS 가요대전
‘소리꾼’이 ‘크리스마스’라는 콘셉트와 만났을 때 나올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결과물. ‘소리꾼’ 무대들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멋진데, 크리스마스에 방송된 가요대전 무대는 기존과 다르게 폼 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잘 만든 스핀오프 작품이랄까. 연말의 흥겨운 기운에 맞춰 편곡, 무대 구성, 퍼포먼스, 의상, 소품을 짠 결과,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파티 버전의 ‘소리꾼’ 무대가 완성됐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나오는 그림책처럼 스윙감 넘치는 군무, 캐롤 사운드, 브라스 기반의 재지한 편곡, 솔로 탭댄스, <오징어 게임>에서 차용한 퍼포먼스 등이 한시도 쉬지 않고 와르르 쏟아지는데, 센스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한다.
‘Dionysus’ at 2020 KBS 가요대축제
선곡에서 확실한 패기가 느껴진다. 연말 메인 이벤트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방탄소년단(BTS)의 ‘Dionysus’ 커버를 선보였다. 원곡은 쉼없이 전개되는 고난도 안무와 동선이 특징. 잘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는 무대를 스트레이 키즈는 자신들이 잘하던 걸 극대화해 돌파했다. 핏이 딱 맞는 화이트 제복 차림으로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흐트러짐 없이 하나의 그림처럼 소화해 강렬한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원곡 무대와 나란히 비교하는 대신, 따로 놓고 봤을 때 그 자체로 빼어난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스트레이 키즈는 이 무대를 선보이고 2년이 채 안 되어 방탄소년단이 정점을 찍은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Dionysus’를 통해 스트레이 키즈는 패기가 아니라 포부를 드러낸 것임이 분명하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