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레가시의(Our Legacy) 유산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축적한 무수한 레퍼런스는 풍부한 기억과 경험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창 조한다. 한섬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 내 첫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서울을 찾은 CEO 리카르도스 클라렌(Richardos Klarén)과 설립자 요쿰 할린(Jockum Hallin)을 만나 아워레가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W Korea> 서울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아시아 지역 내 첫 번째 매장을 서울에 오픈하다니, 기쁜 소식이다.
리카르도스 클라렌 (Richardos Klaren, 이하 RK) 나 역시 흥미롭고 활기찬 도시에 아워레가시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천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고. 처음인 만큼 매장 곳곳을 세심히 살폈을 것 같다.
RK 그렇다. 무엇보다 머물고 싶은 곳이었으면 했다. 온실이 있는 정원을 상상하며 곳곳에 식물과 꽃을 배치했고, 공간 일부를 반투명 소재의 벽으로 감쌌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곳, 언제든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기를 원해서다. 우리의 스토어가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을 할 거라 믿는다.
서울에 오픈할 첫 번째 매장을 기대하며 스웨덴의 아워레가시와 워크숍 쇼룸을 구글맵으로 살폈다. 어떤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RK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건축가 아르호브 프리크(Arrhov Frick)와 함께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것. 우리는 각각 스웨덴과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했고, 1980년대에 제작된 오래된 스툴과 젊은 신진 디자이너의 의자를 함께 배치하는 식의 작업을 이어갔다.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믹스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아워레가시의 모든 것은 티셔츠에서 비롯되었다.
요쿰 할린(Jockum Hallin, 이하 JH) 티셔츠만큼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아이템이 있을까. 지금은 유기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말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패션 디자인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티셔츠 위에 그래픽이나 프린팅을 더하는 식으로 온갖 실험을 벌이며 패션 공부를 했다. 시즌을 거듭하며 티셔츠에서 남성 셔츠, 팬츠, 니트웨어로 확장해갔고, 토털 브랜드로서의 방향성 역시 설정할 수 있었다. 티셔츠는 우리에게 선생님이자 방향키였던 셈이다.
아워레가시가 애정하는 또 다른 아이템은 데님이다.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JH 티셔츠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시간과 경험이 압축되어 있다는 점. 특히 디지털 프린트 데님은 우리만의 디자인 언어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데님이라니, 놀랍지 않나!
최근 공개된 캠페인도 흥미롭게 봤다. 아워레가시의 모델들은 정말 멋지다. 옷을 보여주려고 존재하는 모델이라기보다 고유의 캐릭터를 가진 한 사람의 모습이랄까. 모델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까?
JH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뿐이다. 정형화된 미의 기준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을 거다. 평범해 보이지만 어떤 부분에서 반전이 느껴지는 모델에게 시선이 간다.
평소 아워레가시 컬렉션을 보며 스타일링 영감을 자주 얻는다. 남성 모델에게 시그너처 아이템인 니트 카디건과 롱 셔츠, 그리고 니삭스, 보 장식 뮬을 입히는가 하면, 청바지의 벨트 고리에 벨트를 걸지 않고 착용한다든지, 질감과 컬러가 서로 다른 팬츠와 랩스커트를 함께 연출하는 등 독창적인 스타일링은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아워레가시가 룩에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듣고 싶다.
RK 우리의 옷은 편하고 입기 쉽다. 그러다 보니 매 시즌, 옷을 입는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편이다. “이번 컬렉션은 정형화된 비즈니스 룩을 비틀고 변형하되 본래의 용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다소 틀을 벗어난 스타일을 만들고자 했다. 권위적인 옷차림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바꿔보고 싶었달까. 턱시도 재킷에 카고 팬츠, 랩 킬트, 힐을 매치하면 어떨까?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새로운 유니폼을 꿈꾸며 넥타이 없이 넥타이 클립을 착용하고, 과장된 비율의 은행원 셔츠나, 톤다운된 턱시도, 과하게 염색한 니트웨어를 활용했다.” 캠페인 촬영과 스타일링 디렉션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나잉(Christopher Nying)의 말로 답을 대신한다.
아워레가시 컬렉션과 함께 워크숍(Work Shop)도 만날 수 있다고.
RK 그렇다. 반가운 소식이길 바란다. 서울의 첫 매장 오픈을 기념해 업사이클 프로그램의 서울 익스클루시브 티셔츠를 준비했다.
업사이클과 리사이클 외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워크숍을 운영한다. 워크숍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JH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업(Work)과 매장(Shop)이 합쳐진 개념이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이자 크래프트 아틀리에, 리테일 플랫폼이자 스토어인 것. Craft, Deadstock, Samples, Kids, Legasy, Objects, Reference를 포함한 총 9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아워레가시가 영향을 받은 당대 디자이너들의 아카이브 피스부터, 브랜드의 스태프와 고객이 내놓은 아워레가시 빈티지 제품, 샘플, 재고, 그리고 이를 활용한 리사이클과 업사이클 제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아워레가시가 큐레이팅한 가구, 세라믹 등 다양한 오브제도 선보인다. 당신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흥미로운 한국 브랜드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RK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한국 시장에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다. 각 도시를 거점으로 아워레가시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만큼 눈을 크게 뜨고 서울의 창작자들을 살피고 있다.
워크숍 인스타그램 계정(@ourlegacyworkshop)의 프로필 문구가 재밌다. ‘_ is one thing better than another.” 무슨 뜻인가?
JH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비싼 것과 합리적인 것, 아워레가시와 워크숍 컬렉션…. 모든 단어를 대입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단어 순서를 바꿔볼 수 있는 이 문장은 사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살다 보면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유산도 마찬가지로 유연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스토어 오픈을 무사히 잘 마쳤다. 이후 서울에서의 일정은?
RK 곧 무이(Mue) 청담 플래그십에서 팝업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Self Titled 2008-2022>는 브랜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변천사를 담은 일종의 사진 기록물이다.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앞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아워레가시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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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에디터
- 김현지
- 사진
- 박종원, COURTESY OF OUR LEG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