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W 오트 쿠튀르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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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극소수의 전유물이던 오트 쿠튀르는 이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며 더욱 트렌디하고 민주적인 것이 되었다. 많은 쿠튀리에들이 과거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밀레니얼 세대의 모니터로 코앞까지 전하는 초현대적인 2022 F/W 오트 쿠튀르 풍경.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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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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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르 디스토피아 

검정 네오프렌으로 만든 오트쿠튀르 룩과 페이스 가림막을 쓴 모델들은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나타난 휴머노이드 같았다. 뎀나의 패션 멀티버스, 디스토피아, 그리고 발렌시아가 쿠튀르의 상징적인 원단 가자르를 네오프렌으로 치환한 가자르 군단. 그가 지난 시즌 아주 삭막하고 절제한 하우스의 정수만을 담은 쿠튀르로 극찬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그의 디자이너로서 패션 지위를 격상시킨 스트리트 웨어의 오트쿠튀르 버전을 메시업해 하우스의 유산을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쇼를 선보인 것이다. 후반부 니콜 키드먼, 두아 리파, 벨라 하디드 등의 셀럽 군단의 화려하고 극적인 피날레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킴 카다시안의 몸을 덮는 게 무엇인지, 발렌시아가 팬타 부츠가 무엇인지 아는, 쇼장 밖에 진을 친 쿨키드들은 뎀나의 쇼에 다시 한번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JEAN PAUL GAULTIER

러브레터 

“이 쇼는 장 폴에게 보내는 공개적인 러브레터입니다.” 장 폴 고티에 쿠튀르 쇼의 세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대된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쇼가 발표된 직후 소감을 말했다. 루스테잉은 장 폴 고티에가 만든 패션 역사의 많은 챕터에서 어린 시절부터 크나큰 영감을 받았다며, 깡통에 넣었던 고티에의 아이코닉한 르 말레 향수나 1992amfAR 갈라쇼에서 가슴이 드러나는 마돈나의 앙상블 등 고티에의 상징을 재해석해 양장사의 줄자로 만든 옷, 하트 모양 핀 쿠션 몸체, 코르셋 핑크 맨투맨 같은 혁신적인 옷을 선보였다. 고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시대를 앞서간 디자이너로, 동료 디자이너가 포괄성, 다양성, 이진법과 성별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의 업적을 2022년에 복기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적절했다. 

ALEXIS MABILLE

JEAN PAUL GAULTIER

GIAMBATTISTA VALLI

VIKTOR & ROLF

셔츠의 변신 

클래식의 아이콘 셔츠의 호화로운 변신. 테일, 리본 장식, 드레스로 변신한 셔츠가 쿠튀르에 성대하게 입성했다. 

THREEASFOUR MAISON MARGIELA

THREEASFOUR MAISON MARGIELA

VIKTOR & ROLF

VIKTOR & ROLF

극장 전 

쿠튀르 기간 동안 관람한 두 편의 멋진 퍼포먼스. 팬데믹 이전의 런웨이 방식으로 돌아가기 주저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는 영국 극단 ‘Imitating the Dog’와 손잡고 연극 무대를 바로 패션 필름으로 송출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빅터앤롤프 쇼는 칼라가 모델의 어깨 위에 떠 있는 듯한 오버사이즈 룩을 연출한 전반부와 그것이 셔링으로 무너지는 후반부로 나뉘었는데, 그 가운데 이 네덜란드 듀오가 직접 무대로 나서 옷을 조작하는 감동적인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ARMANI PRIVE

VALENTINO

FENDI

FENDI

GIAMBATTISGIAMBATTISTA VALLITA VALLI

ALEXANDRE VAUTHIER

메시! 메시! 

시스루 메시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것 같든, 더 과감한 크기의 메시든 대거 등장한 메시는 쿠튀르에 시원하고 명랑한 무드를 주입했다. 

SCHIAPARELLI

SCHIAPARELLI

SCHIAPARELLI

기묘한 정원 

손으로 칠하고 정제한 비단으로 만든 해바라기, 장미, 라벤더 꽃잎, 가죽에 놓인 놀라운 자수, 밀밭처럼 보이는 스테판 존스의 거대한 타조 깃털 모자, 금색 포도 다발 귀고리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스키아파렐리의 초현실주의적 오브제들. 이는 디자이너이자 사교계 명사 카롤린 로엠(Carolyne Roehm)의 <꽃에 대한 열정>이라는 양장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천재 쿠튀리에 다니엘 로즈베리는 자신이 패션과 사랑에 빠졌던 순수한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런웨이에 재현했다. 

JEAN PAUL GAULTIER

THREEASFOUR

IRIS VAN HERPEN

오프 더 그리드 

하이테크가 쿠튀르의 화신으로 탄생한 순간. 

VALENTINO

ARMANI PRIVE

SCHIAPARELLI

IRIS VAN HERPEN

JEAN PAUL GAULTIER

명장면 

패션의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오트쿠튀르가 선사한 감동적인 장면들. 메종 최초의 쿠튀르 스토어가 있었던 스페인 계단을 점령한 발렌티노, 3D 프린트를 가장 먼저 실험한 이리스 판 헤르펀의 15주년, 그윽하고 관능적인 등장을 보여준 스키아파렐리, 베테랑 쿠튀리에와 포즈를 취한 아르마니 프리베의 피날레, 장 폴 고티에 쿠튀르의 게스트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고티에의 아카이브를 훌륭하게 해석한 쇼. 

CHANEL

FENDI

BALMAIN

BALMAIN

BALMAIN

다이아몬드와 쿠튀르 

쿠튀르와 주얼리라는 더할 나위 없는 조합. 펜디 최초의 하이 주얼리 ‘플라부스’ 컬렉션은 옐로 다이아몬드로 FF 모노그램을 표현해 하우스의 헤리티지에 경의를 표했고, 샤넬은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럭션 ‘비쥬 드 디아망’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1932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쿠튀르 룩에 스타일링했다. 발망은 루스테잉의 합류 10주년을 맞아 70년대 처음 사용된 발망의 역사적인 미로 무늬와 엠블럼을 모티프로 한 파인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VALENTINO

ELIE SAAB

BALENCIAGA

BALENCIAGA

GIAM BATTISTAVALLI

ALEXANDRE VAUTIER

날아오르는 새 

그저 메카닉한 3D로 대체할 수 없는 것.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깃털의 섬세한 질감에 한껏 매혹된 듯하다. 

BALENCIAGA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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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IAPARELLI

SCHIAPARELLI

패션 놀이터 

레디투웨어 쇼보다 훨씬 재밌는 옷차림의 셀러브리티를 만날 수 있는 오트쿠튀르 프런트로의 낮과 밤. 

VALENTINO

SCHIAPARELLI

ELIE SAAB

IRIS VAN HERPEN

라비앙 로즈 

섬세한 장인들의 손길로 런웨이가 정원이 되었다. 드레이핑 기술이 피운 아름다운 꽃들.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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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르 스토어 

쿠튀르 스토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 쿠튀르 스토어로 낙점된 10 애비뉴 조지 생크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1937년 살롱과 아틀리에를 오픈한 하우스의 역사적 장소로 지난해부터 복귀한 쿠튀르를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기존 인테리어를 보존하며 현대적으로 복원한 쿠튀르 스토어에는 10 애비뉴 조지 생크(10 Avenue George V)의 라벨이 붙은 단독 상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사가 설계한 쿠튀르 페이스 실드, 뱅앤올룹슨 스피커 백, 미니어처 도자기 조각상, 발렌시아가 캔들 등 독점적인 오브젝트 라인을 만날 수 있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GETTYIMAGES KOREA, COURTESY OF ARMANI PRIVE, BALMAIN, BALENCIAGA, GERMAN LARKIN(패션 놀이터), CHANEL, FENDI,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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