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10월호 '고현정' 화보 &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In The Moment [고현정]

2021-09-20T18:08:24+00:002021.09.22|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고현정은 늘 ‘침묵하거나 돌직구를 날리거나’였다. 꽤 오래 기다린 그녀의 새 드라마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려는 지금, 궁금했던 고현정의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페이턴트 가죽 트렌치코트와 니하이 라이딩 부츠는 Bottega Veneta 제품.

고현정의 드라마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려 한다. 그녀가 새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지 꽤 됐다. 마주 앉아 인터뷰하길 기다렸다. 그사이 세상은 그녀의 셀피나 백상예술대상에 나타났을 때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었지만, 자아내는 게 많은 고현정의 얼굴을 그런 식으로만 감상하고 마는 건 조금 지루한 일이었다. 고현정은 CF 같은 삶을 전시하면서 대중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셀렙이 아니다. 작품과 캐릭터의 명성만 내세우며 그 뒤에서 은둔하는 타입도 아니다. 사람들이 하도 그녀의 뷰티 습관을 궁금해하자 여자의 겉과 속을 가꾸기 위한 자기 생각을 책 한 권에 힘껏 풀었고(<고현정의 결>), 여행자로서 도시를 탐색하는 유니크한 에세이를 쓰며 사이사이 예기치 못한 솔직한 말들을 끼워넣었다(<현정의 곁,>,<고현정의 여행, 여행>). 미스코리아 왕관을 써본 장군 같은 그녀는 늘 ‘침묵하거나 돌직구를 날리거나’ 였다. 우리는 이제 고현정이 호통을 쳐도, 고현정이 여신의 자태로 서 있어도 그 모든 게 바로 고현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 이름 자체로 드라마틱함을 지닌 여배우 중에서 이런 사례가 또 있을까? 고현정이 오랜만에 ‘확 당겼다’고 말한 JTBC <너를 닮은 사람>은 멜로, 치정, 미스터리의 요소가 버무려진 작품이다. 원작인 단편 소설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었고, 서사가 필요한 드라마는 소설과 또 다른 결로 완성되었을 것이다. 고현정은 가난했던 시절을 보낸 후 유복한 남편을 만나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린, 하지만 흘러간 젊은 날에 허망함을 느끼는 화가이자 에세이 작가 정희주 역을 맡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드라마 중에서 <모래시계>의 혜린이만큼 매력적인 여자는 없다. 신화적인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종종 그 명성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명에 시달리지만, 고현정에겐 다른 문제다. 캐릭터를 자기화하는 고현정은 그 배짱으로 작품의 흥행과 상관없이 매번 자기 인장만은 남기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고현정의 정수리를 여러 번 봤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뭐가 재밌는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웃곤 했다. 오랜만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녀는 나긋한 입술로 천천히 말하다가도, 연기나 사랑에 관해 얘기할 때면 말의 속도도 데시벨도 달라졌다.

총 0.299캐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케이스와 셀프와인딩 머캐니컬 무브먼트를 탑재한 프리마루나 워치는 Longines 제품. 검은색 실크 드레스는 Marques’ Almeida by Matchesfashion 제품.

나는 너와 인생의 아주 중요했던 한 시절을 함께 보냈다. 너와 헤어진 후 내 삶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퇴장시킴으로써 한 시절을 정리했다. 너도 그렇게 정리한 과거의 인물이며 내 삶에 다시 끼어들면 안 되는 존재였다. – 소설 <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스크래치를 방지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와 스틸 케이스, 붉은색 악어가죽 스트랩의 돌체비타 워치는 Longines 제품. 검은색 벨벳 오프숄더 니트 톱은 Altuzarra by Farfetch 제품.

지금 밤이 아주 깊은 시간이다. 평소 이 시간에 깨어 있나?

고현정 잘 때다. 보통 11시 반 좀 넘으면 쓰러져 잔다. 아침 6시쯤 눈뜨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피부가 좋은가?(웃음) 최근 ‘고현정도 반한 이 운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서 클릭해보니 ‘걷기’의 효과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다른 운동을 특별히 하기보다 그저 열심히 걷는다고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이 있나?

그렇다, ‘열심히’까지는 아니고 걷는다고. 예전에 <현정의 틈, 보일락말락>이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도 걷는 모습이 찍혀 나간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밖으로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걸어보자 싶었다. 방배동에서 청담동까지 걸으니 처음엔 3시간 정도, 나중에는 쉬지 않고 빠르게 걸으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더라. 요즘도 가끔 걷는다.

 

고현정이 몇 시간을 걸어 다니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보나?

요즘이야 마스크로 다들 얼굴 가리지만, 예전에 그냥 걸어 다녀도 사람들이 못 알아본 것 같다. 알아봤어도 ‘어 고현정이네’ 하고 지나간 걸 수도 있고.

자수 장식 터틀넥 드레스와 라이딩 부츠는 Bottega Veneta 제품.

10월 방영할 JTBC <너를 닮은 사람>의 티저가 공개된 후, 당신의 새 드라마에 관한 기대를 내비치는 반응이 많다. 나도 그 드라마가 너무 궁금하다. 작품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 대본을 처음 받았을 즈음에 당신은 어떤 상태였나?

몇 작품의 시놉시스가 들어와 있었다. ‘지금 저것들을 어떻게 다 읽나, 하지도 못할 건데’ 싶으면서도 스륵 한번 봤지. 이상하게 <너를 닮은 사람>만 눈에 확 들어왔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랜만에 들었다.

 

어떤 이유로 갑자기 확 당겼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어떻게 보면… 그리 바람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거든(웃음). 그냥 뭔가 마음에 들었다. 대본에 쓰인 첫 장면을 보고서 ‘이런 작품에 목이 마르다’고 느꼈다. ‘언제 다시 사랑 이야길 해보겠어?’ 싶기도 했고. 나중에 들어보니 주변에서는 내가 당시 들어와 있던 것 중 다른 작품을 선택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

 

원작 소설을 읽어봤겠지?

한 일주일 전에야 읽었다. 그러니까 드라마 촬영 끝날 때쯤. 배우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원작을 알면 어떤 부분에서 더 정확해지는 점도 있겠지만, ‘내가 이걸 좀 더 알고 있어’라고 생각할 때 위험한 것 같거든. 그저 주어진 대본에 충실하고 싶었다.

 

이 작품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나?

죄책감. 죄책감이라는 건 미리 느끼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야 느끼는 감정이니까, 과거에 관한 문제라는 뜻이고. 죄책감 외에 개인의 욕심, 어리석음 뭐 이런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나는 우리 드라마에서 행복을 찾아 떠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미 행복한데도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행복은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총 0.38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직사각형 케이스와 실버 ‘플린케’ 다이얼,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교체가 가능한 푸른색 악어가죽 스트랩의 돌체비타 워치는 Longines 제품. 짙은 벽돌색 튜브톱 드레스는 Bridalkong 제품.

예전에 어떤 감독은 캐스팅을 앞두고 배우에게 죄책감을 느껴본 경험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더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작품인데 배우가 그게 뭔지 감이 없으면 좋은 연기를 하기 힘들 거라고.

죄책감이 생긴다는 건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기고, 바로잡으려면 사과를 해야 한다. 중요한 건 그 사과에 합당한 양과 정도는 내가 아니라 사과를 받아줄 상대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 잘못이면 한 스무 번 사과하면 되겠지?’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상대가 ‘이제 그만하면 됐어’라고 해야 비로소 사과가 성립된다. 만약 ‘이제 충분한 거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잘못했어?’ 이렇게 나가는 순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적반하장의 순간인데.

우리 드라마는 그런 태도에서 생기는, 지우고 싶은 과거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할 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제목이 왜 ‘너를 닮은 사람’인지를 염두에 두고 봐주시면 어떤 미스터리와 숙제가 좀 풀리지 않을까 한다.

 

연기하고 사는 건 재밌나? 역할마다 다를까?

역할보다는 팀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작품은 여러 스태프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 연기하고 사는 게 재밌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을 못하겠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잖아. 어릴 때부터 쭉 했던 일이라 비교 대상이 없기도 하고.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걸 하게 된다.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하기에는 화장품 브랜드 ‘코이’도 만들었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띠케이’도 있다. 배우 생활 외 사업이라는 걸 해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지 않나?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상당히 재밌고 좋더라. 왜냐면 배우는 몸 자체가 상품이라서 나라는 사람의 꼴이 중요한데, 물건을 만드는 동안에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이 없다. 좋은 물건이 나 대신 세상에 나가면 되지. 그 점에 대한 희열이 있었다.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이의 인생을 대신 경험하면서 그 인생인 척하는 건데, 물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실제로 경험하는 일이라는 점도 좋았다.

원숄더 실크 드레스는 Marques’ Almeida by Matchesfashion, 부츠 중앙의 시스루 소재를 덧댄 니하이 부츠는 Gianvito Rossi 제품.

당신의 연기 인생은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다. 새삼 햇수를 세어보니 파트 2를 시작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대중이 고현정에 대해 좀 안다는 생각이 드나? 아니면 여전히 어떤 벽과 함께 가고 있는 느낌인가?

그전에 나부터 나에 대해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비교적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정반대다. 무리수 두는 게 취미이고, 무리수라는 걸 알고 나서도 우기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쭉 돌아보니 내가 너무 행복에 겨워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갑자기 자기반성의 시간인가?

반성, 하게 된다. 배우가 재기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연기 인생을 재기했고, 다시 연기를 시작한 이후 한동안 잘됐다. 그때는 미처 인지를 못했는데 어쩌면 그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긴 듯하다.

 

현재 자신에게 들어오는 일들이나 기회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나?

50대가 애매한 나이다. 엄마 역할을 하기에도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연하와 로맨스를 하기도 힘들고. 나이가 60세 정도 되면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편해질 것 같다.

 

당신이 30대 후반에 했던 인터뷰에서는 ‘50세 정도가 되면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한 거 아나?(웃음)

나는 이 나이면 여성성이 사라질 줄 알았다. 내 판단이 아니라 감독이나 작가님들의 판단으로는 아직 내게 여성성이라는 게 있다고 보시나 보다. 어쨌든 내가 혼자 살고 있고, 여느 50대와는 라이프스타일이 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 애매한 거다.

흰색 마더오브펄 다이얼과 블루 스틸 핸즈, 스테인리스 스틸과 18K 핑크 골드 크라운 오벌형 케이스의 심포네트 워치는 Longines 제품. 슬리브리스 베스트 재킷은 YCH 제품.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사랑받는다는 느낌과는 좀 다른가?

유명해지면 약간의 권력 비슷한 게 생겼다고 착각하게 된다. 나도 그 신인 시절을 즐겼지. 너무 재밌기도 했고. 그런데 이혼 후 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선덕여왕>의 미실을 할 즈음 좀 무서울 때가 있었다. 이제 나이도 들면 그 인기란 끝날 텐데 싶어서. 요즘엔 또 다른 무서움이 있다. 유튜브의 썸네일이나 인터넷 기사의 헤드라인만 보고서도 내용을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자극적인 것들에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는 노릇이라 더 무섭다.

 

당신에 대한 영상이나 옛날 자료도 더러 보나?

어쩌다 나에 대한 걸 마주치면 안 좋은 내용들뿐이라 내가 아주 깜짝깜짝 놀란다. ‘어, 여기서 내가 왜 나오지?’ 하면서. 초상권 문제가 될 것들이 많던데? 어쩜 좋은 게 하나도 없다니까?

 

그럴 리가? 나는 어젯밤 자기 전에도 ‘고현정 미모로 후배들 압살’, ‘고현정 연기 소오름’ 이런 것들 봤는데?

그런 거 나는 못 봤다, 봤으면 봤다고 하지.

언밸런스 커팅 슬리브리스 드레스와 구조적인 형태의 웨지 부티는 Givenchy 제품.

과거 당신의 인터뷰를 보면 청소년 시절부터 조금 심드렁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였다고 파악되는데, 어쩌면 당신의 심드렁함은 체력적인 요인 같다고도 생각했다. 고현정 안에는 뜨거운 에너지가 있지만 체력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한 거 아닐지.

맞다. 심드렁한 게 아니라 기운이 없을 때가 잦았을 뿐이다. 요즘 내 상태를 인지해보면 다시 그런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다소 캄해진 상태 말이다. 내 몸의 근육은 다 일해서 생긴 거다.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싶으면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거든.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은 이 생각을 밀어내지 말고 어디 끝까지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가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하고 시간을 보면 오후 5시고 그럴 때가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뭐 대부분 쓸데없는 생각 같다. 생각들에 짓눌릴 때가 있는 거지. 작품을 할 때면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서, 생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인생의 낙은 뭔가?

깨끗하게 잘 정리된 집을 보는 것. 뭐가 어디에 있는지 쫙 파악이 되고 깔끔한 상태에서 좀 행복감을 느낀다. 어지르는 일도 귀찮아서 아예 안 어지르고,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면봉으로 닦는다. 그런 거 재밌다.

 

면봉으로 구석의 먼지를 닦는다고? 심상치 않게 들리는데….

신발도 닦는다. 커튼은 고급스러운 것 말고 그냥 나일론 커튼 쓴다. 그래야 자주 세탁하기 좋으니까. 보통 이사할 때 집에 짐이 쌓여 있으면 정리할 엄두가 안 나곤 할 텐데, 나는 2시간 정도면 대충 정리를 마친다. 가구든 물건이든 서로 같이 있어야 할 것들끼리, 각자 자기 자리에 맞게. 집이 좀 넓어 보이려면 벽 한 면은 비워둬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생긴다. ‘저기다 뭘 두면 좋을까’ 하면서 웬만하면 이상한 건 그 자리에 안 두게 되지.

 

이 주제로 책 한 권 또 써 보면 어떨까? 집집마다 보편적인 인테리어 방식이라는 게 있는데, ‘저게 정답은 아닌데’ 싶은 것이 있나?

거실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게 소파다. 집에 왜 꼭 소파가 필요할까 싶다. 편안한 의자 몇 개에 커피 테이블 정도만 두고 라운지처럼 꾸며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소파를 들인 이상 소파 밑에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집 청소하다 한숨 쉬는 엄마들이 좋아할 법한 고현정이다.

우리 엄마도 내 이런 점 좋아하신다. 부모님 댁 이사했을 때 정리도 내가 해드렸다.

크림색 실크 블라우스는 Miss Gee Collection 제품.

외로움은 어떤가? 외로움 많이 타는 편인가?

전부터 말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까지는 괜찮다. 외로움은 유튜브만 들여다봐도 해결이 돼. 그런데 어느 순간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고독감을 느낄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나는 철저히 나 혼자구나’라고 느낄 때. 명상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가, 자기반성을 하고부터는 이렇게 다독인다. ‘이런 감정도 다 사치다, 네 정도가 무슨 고독 타령이니?’ ‘고독 가지고 겨루는 배틀이 있다면 너는 32강에도 못 나간다, 그냥 일이나 해라.’

 

당신의 외로움이나 고독은 사랑을 하면 좀 해결되는 종류일까?

사랑… 누구랑 하나? 하고 싶어도 할 대상이 정말 없다.

 

똑같은 말을 합창할 인구가 방방곡곡에 널려 있다. 그럼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하나?

나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불안전의 지대로 들어가게 된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쓸 일도 생기고.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불안전함보다는 고독이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지금 그 발언에서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는 머릿속 생각대로, 행동도 그에 맞게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저 사람 괜찮다’ 싶으면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간다. 나는 그렇게 할 줄 아는 사람인데! 문제는, 없어….

푸른색 선레이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인덱스, 문페이즈와 핸즈로 표시되는 날짜 링을 장착한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 마스터 컬렉션 워치는 Longines 제품. 슬릿이 깊게 파인 니트 드레스는 Safiyaa by Net-A-Porter, 패턴 장식 스틸레토 힐은 Jimmy Choo 제품.

당신이 그냥 여자가 아니라 ‘고현정’이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이가 많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나?

뭐 그렇기도 하다고 남들은 그러더라. 그런데 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사람을 조금이라도 겪어보고 나서 말을 해야지, 시작조차 못하는 이들은 고현정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사랑 같은 거 할 수 있을까?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티는 내야 한다. 고백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사랑이 오지 않는다 해도 그냥 나는 나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나?

그렇다.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건 ‘진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이 쉽게 또 올까?

 

앞으로 어떤 50대가 펼쳐지길 기대하나?

오늘처럼 최고의 스태프들에 둘러싸여 꾸미고, 사진도 찍고, 이런 생활을 어릴 때는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다. 그 특별함과 고마움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지금 같기만 하면 좋겠다.

 

사전 제작을 마친 드라마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지금 고현정의 상태는 어떠한가?

작품을 하고 나면 ‘나에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내 스태프들을 비롯해 그 모든 사람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감독님도 작가님도, 관련된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라 속으로 뭉클한 적도 있다. <너를 닮은 사람>이 방영을 시작하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작품과 별개로 사람이 남은 것 같아서 좀 행복하다. 앞으로 내 50대가 재미있으려고 이러나?

실버 ‘발리콘’ 다이얼에 페인팅 처리한 아리바이 숫자와 블루 스틸 핸즈,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에 갈색 악어가죽 스트랩을 조합한 마스터 컬렉션은 Longines 제품. 검은색 점프슈트는 Bridalkong, 스틸레토 힐은 JimmyChoo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