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성시대 – 아비무쌍

W

지금 웹툰은 한국에서 해외로,  콘텐츠의 원천에서 다양한 미디어로 뻗어 나가는 거대 산업의 중심이다. 웹툰만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 뒤편의 핵심 작가들은 누구일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양한 장르의 웹툰 작가 넷이 입을 열었다.  

<아비무쌍> 노경찬 

<아비무쌍>은 무협 장르에 가장의 무게와 육아를 결합한 신선한 작품이다. 주인공 이름은 ‘노가장’. 그는 자신이 얼마나 고수인지 모른다. 이야기가 흐를수록 훈련과 대결을 거쳐 각성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홀로 세 쌍둥이를 보살피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 뿐이다. 노경찬은 무협&판타지 장르의 웹소설과 웹툰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지명도 높은 이름이다. 웹소설 <지천명 아비무쌍>을 썼다. 이야기가 방대한 이 장르물의 특성상 작화 작업자는 따로 있지만, 스토리 작가로서 <아비무쌍>을 2017년부터 다음 웹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연재 중이다. 

<아비무쌍> 웹툰 일부. COURTESY OF KAKAO ENTERTAINMENT ⓒ이현석, 노경찬

<아비무쌍> 웹툰 일부. COURTESY OF KAKAO ENTERTAINMENT ⓒ이현석, 노경찬

<아비무쌍> 웹툰 일부. COURTESY OF KAKAO ENTERTAINMENT ⓒ이현석, 노경찬

<아비무쌍> 웹툰 일부. COURTESY OF KAKAO ENTERTAINMENT ⓒ이현석, 노경찬

당신을 표현하기 좋은 세 가지 단어는?

노경찬 첫째로는 작가. 그 밖에 ‘애들 아빠’, ‘먹고사는 게 중요한 가장’.

평소 어떤 미디어 콘텐츠를 즐겨 보나?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 독서를 가장 즐긴다. 소설을 좋아하고, 분야를 가리진 않는다. 그다음으로는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 역사, 과학, 여행 등 관심 분야들에 대해 짧은 시간에 유익한 내용을 얻기 좋은 플랫폼이다.

마감 기간의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돌아가나? 전에는 해외로 ‘집필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고 들었다.

구상한 내용을 다 집필할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않고 앉아 있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더니 13시간이 흐른 적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국적 분위기 덕인지 새롭게 루틴을 만들기도 좋고, 내 노동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었다.

<아비무쌍>의 이야기 설정이 독특하다. 그 어떤 경우라도 자기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정신이 무협의 고수와 맥을 같이한다고 봤나?

이 작품을 시작할 당시 첫째 아들이 돌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무협 작가로서 이 장르에 내가 느끼는 아빠의 심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가끔 스스로의 감정을 속일 때가 있지만, <아비무쌍>만큼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소설로 보는 무협과 웹툰으로 보는 무협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소설은 모든 걸 글자로 표현할 수 있지만, 웹툰에서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무공의 세세한 설정은 그림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글자에서 그림으로 변환했을 때 누락되는 부분은 없을지, 그런 감각에 대해 가장 자주 고민한다.

무협은 이야기의 가지가 많은 장르고, 소설 원작 웹툰은 스포일러될 확률이 상당한데. 그것을 약점이라고 여기나?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하나의 매체를 통해 보는 이들이 다수여서 스포일러 고민을 크게 해본 적은 없다. 웹툰과 웹소설을 함께 보는 독자에겐 오히려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 최초로 빠져든 콘텐츠는?

어릴 적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동화책, <바보 한스>. 무협 입문서는 <사조영웅전>. 그 책을 통해 무협이라는 장르가 가진 세계 관의 묘미와 즐거움을 깨달았다.

무협물은 마블 유니버스만큼이나 방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만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 두루 걸쳐 리메이크되는 고전도 탄생한다. 훌륭한 무협 스토리에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뭘까?

신인 시절엔 ‘재밌을 것 같은 특정 소재’에 집중해 글을 썼다면, 기성 작가가 된 이후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로 글을 썼다. 무협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정도를 걷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쓸 것. 이게 작가로서의 내 철학이다.

웹툰과 웹소설이 콘텐츠 IP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대가 변화무쌍하니, 이 시장에서 뭐든 예측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다만 중요한 건 콘텐츠이고, 본질로서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특징일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글을 계속 써야 한다’는 심플 하면서도 중요한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의 철학과 고민을 담은 원고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무협 장르가 여러 2차 창작을 낳을 원천 스토리로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무협은 시리즈와 연대기의 매력이 강한 장르다. 시리즈와 연대기의 장점은 명확하다. ‘가’라는 작품이 성공하면 ‘나’라는 작품을 시작할 때 관심을 끌기 쉽다는 것. 세계관이 완성되고 시리즈물이 계속 나오면, 그 전의 모든 작품이 받은 관심을 업어온다. 반대로, 신작이 잘되면 그 영향으로 구작도 함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무협물이 성공할 경우 그 위력과 파급력은 매우 크다.

훌륭한 무협에는 철학과 진리가 담겨 있다. 평생 본 무협 작품들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면?

가끔 불경이나 도경을 소재로 취하는 작품은 문장들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이 두 가지를 가장 좋아한다. ‘모든 것에 정성을 다하라.’(<중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숫타니파타).

피처 에디터
권은경, 전여울
사진
COURTESY OF KAKAO ENTERTAINMENT ⓒ이현석, 노경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