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는 Z세대의 새로운 표상들. 인종과 다양성을 초월한 새 시대의 패션 아이콘을 모아봤다.
잭 딜런 그레이저
배우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 속 이탈리아 미군 기지에 사는 10대 소년 프레이저의 대사다. “뎀나 바살리아 알아요?” “그는 베트멍 수석 디자이너인데, 지금은 발렌시아가 디자이너예요.” “전쟁의 기억을 가져다가 옷에 리얼리즘을…” 패션을 추앙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프레이저는 라프 시몬스, 꼼데가르송, 셀린느, 나이키, 베트멍 같은 브랜드와 빈티지를 혼합해 역사상 패션에 가 장 정통한 세대라는 Z세대의 전형적인 옷장(자유롭고 유동적이며 성별, 사이즈,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을 보여준다. 프레이저 역의 잭 딜런 그레이저는 감독 루카가 연결해준 19세의 천재 스타일리스트 마이크 더 룰러(Mike the Ruler)와의 통화를 통해 “패션이 독자적인 예술의 한 형태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이제 패션계의 안과 밖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커져버렸다”고 밝혔고, 유명 패션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며 패션계의 애정을 듬뿍 받는 꿈나무로 자라는 중이다.
레지 장 페이지
배우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히어로 레지 장 페이지는 1800년대 런던 사교계를 뒤흔드는 헤이스팅스 공작 역할을 아주 근사하게 수행했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조지 3세의 통치 아래 귀족 문화를 꽃피우던 리젠시 시대, 런던 사교계를 주름잡는 화려한 신사 패션과 레지 장 페이지의 강한 남성미가 만나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시대극에서 드문 흑인 귀족으로 인종과 시대를 초월한 완벽한 남자 주인공임을 증명했다는 평을 받았고, <브리저튼>은 시즌 2 제작을 확정했다. 한창 주가가 오른 레지 장 페이지는 차기 제임스 본드 역에도 거론이 되는 중이다.
토머스 브로디생스터
배우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드럼 치던 꼬마로 잘 알려진 토머스 브로디생스터가 <메이즈 러너>의 뉴트, <왕좌의 게임>의 조젠 리드를 거쳐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의 성공으로 성인 역할에 안착했다. 화려한 인기와 언변을 갖춘 체스 챔피언 베니 와츠 역은 그를 셀린느 옴므 캠페인으로까지 이끌었는데, ‘배우의 초상(Portrait of an Actor)’이라는 제목의 캠페인 속에서 더블브레스트 슈트에 챙이 넓은 모자, 보잉 선글라스, 간결한 주얼리를 매치한 대담하고 태연자 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가 셀린느 옴므 캠페인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와 에디 슬리먼과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두 사람은 V맨의 화보를 함께 촬영한 과거가 있다.
에반 모크
스케이터, 서퍼, 모델
<가십걸 리부트>의 출연진이 공개되었을 때, 에반 모크의 등장은 놀랍지 않았다. 그는 손톱에 색을 칠하는 남자 스케이터로 패션 신에 젠더 규범이 허물어졌음을 보여주는 Z세대의 표상이니까. 어린 시절 하와이에서 자연스레 스케이터와 서퍼로 자랐고, 직업만 봐도 알 수 있듯 패션계에서는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캘빈 클라인, 파코 라반 등의 캠페인 얼굴이었고, 프라다, 디올, 발망 같은 하우스의 프런트로에 자주 얼굴을 비췄으며,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남성복 데뷔 쇼의 런웨이를 걷기까지. 새로 돌아오는 <가십걸 리부트>의 제격인 얼굴로 첫 연기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바이며, 아직 작품 속에서 스케이터 역할인 정도만 알려진 상태다.
슬로타이
래퍼
영국 힙합 신의 가장 뜨거운 루키 슬로타이는 소도시인 노샘프턴 태생으로, BBC가 주목하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스켑타, 에이셉 라키 등과 작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라임(영국 흑인 음악의 한 장르)에 기반한 래퍼인데, 그만의 특징이라면 브렉시트, 테리사 메이 같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공격적이고 날 선 가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권위주의적 정서, 재치 있지만 원색적인 제스처, 초현실적인 비디오는 그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슈프림 × 스톤 아일랜드 협업 컬렉션의 모델로 등장하며 스트리트 패션계도 그를 주목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플레이보이 카티
래퍼
에이셉 라키의 후원에 힘입어 데뷔는 물론 차세대 ‘패션 킬라’로 손꼽히던 플레이보이 카티가 패션 왕좌에 한 발짝 가까워졌을까. 무명 시절부터 패션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과 오프 화이트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내던 그가 간간이 들려준 협업 소식 외에 가졌던 2년간의 공백기. 그러던 차 지난해 매튜 윌리엄스가 진두지휘하는 지방시 패밀리로의 합류 소식이 들려왔다. 정규 2집 발매와 더불어 먼저 공개된 것은 닉 나이트가 감독한 지방시 발음을 재미로 뭉갠 ‘Yhcnevigivenchyhcnevig’ 캠페인 영상 음악. 지방시 발음이 어렵다는 것에 착안한 위트 있는 음악은 물론 정식 캠페인에 합류하며 화려한 귀환을 선포했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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