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온통 ‘연기’ 생각뿐인 김영광과 일 이야기를 했다.큰 기복 없이 10여 년간 롱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년 만에 <더블유>와 다시 만난다. 영화 <너의 결혼식> 개봉을 앞둔 시기였는데, 기억나나?
김영광 물론이다. 빈티지 숍이었나? 가발을 붙여서 긴 머리를 연출하고 다양한 색감의 옷을 입으며 재미있게 촬영한 기억이 난다. <더블유>는 매년 가을 열리는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파티 때도 만나고 자주 촬영해 서 친숙하다.
최근 영화 개봉이나 드라마 제작 일정이 바뀌고 밀리는 상황이 지속됐다. 김영광에게도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여유가 생겼다는 것. 덕분에 운동도 하고 다음 작품을 더 길게 준비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 ‘집돌이’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외출을 못해서 답답하지도 않고. 늘 운동하고 집. 여느 때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크랭크업한 영화 <미션 파서블(가제)> 개봉 일정도 미뤄질까? 올해 안에 개봉한다고 들었다. 아직 제목도 가제인데 그대로 갈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감독님만 알고 있다(웃음).
김영광이 맡은 흥신소 사장 우수한. 어떤 역할인가? ‘특공대 출신의 흥신소 사장’이라는 설정이다. 특공대 출신인데 뭔가 살짝 부족한 캐릭터. 파리만 날리던 흥신소에 ‘이거 한몫 챙길 수 있겠는데?’ 싶은 의뢰가 들어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코미디 액션 영화라 기억에 남을 애드리브나 코믹한 상황도 더러 벌어졌을 듯하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다. 상대역인 이선빈 씨도 웃기는 캐릭터거든. 서현철 선배님은 <라디오 스타>에 나왔듯 워낙 재미있으신 분이고. 촬영할 때 감독님이 원하는 버전, 그리고 배우가 마음껏 애드리브하는 버전 두 가지로 찍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았다.
액션은 본인이 직접 소화했나? 후반부에 단검 액션 장면이 있다. 물론 고무로 된 안전 칼을 사용했는데 그것도 찌르고 때리면 아프더라. 사흘 동안 촬영했는데 끝나고 보니 상대 배우와 내 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스턴트 배우분이 있었지만 촬영하다 보니 키도 안 맞고 욕심이 생겨서 대부분 직접 연기했다. 대신 현장에서 액션 연기를 많이 지도해주셨다.
곧 촬영을 시작하는 KBS 드라마 <안녕? 나야!> 이야기도 해보자. 제과업체 회장의 차남. 기존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재벌 2세와는 다른 역할이라고 들었다. 리미티드 에디션에 빠져 있는 철부지인데 마음만은 늘 진심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그런 인물이다. 아직 대본이 안 나와서 나도 아는 게 별로 없다(웃음).
첫 촬영은 언제부터 들어가나? 아직 안 정해졌다. 첫 미팅으로 최강희 선배님만 한 번 뵌 게 전부다(웃음). 다음 주에 다른 배우들을 만나기로 했고 그 후에 다같이 대본 리딩을 하면서 점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너의 결혼식>으로 영화부문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데뷔 10여 년 차에 받은 신인상. 감회가 새로웠을 텐데. 신인상은 데뷔 연수와는 관계가 없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상 받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덕분에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내 인생에 상은 없을 줄 알았거든(웃음).
배우 인생에 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상을 향해서 가고 싶진 않다는 의미다. 성실하게 꾸준히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정말 좋더라.
김영광이 소름 끼치는 악역을 맡는다면 어떨까? 예전에 드라마 <파수꾼>에서의 장도한은 악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인물에 가까웠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기회가 된다면 재미있는 악역, 독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주변에서 그러더라. 이렇게 밝게 웃는 사람이 악역이면 더 무서울 것 같다고(웃음).
재미있고 독특한 악역이라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 해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역할. 악역이라고 해서 “다 죽일 거야!” 이런 건 아니니까. 그 사람만의 스토리가 있고 작품이 끝나고 생각해보면 밉지 않은 그런 인물.
영화 <너의 결혼식>과 드라마 <아홉수 소년> 등에 비친 김영광의 순애보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하하. 부담스럽다. 내가 짝사랑만 할 것 같은 이미지인가(웃음)?
실제로 연애할 때도 짝사랑, 일편단심 스타일? 글쎄, 연애를 안 한지 오래됐다. 어렸을 때는 ‘올인’이었다. 그렇다고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하는 편이다.
연애를 못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바빠서, 주변에 마음 가는 사람이 없어서, 생각이 없어서. 김영광은 어느 쪽인가? 지금은 ‘생각이 없어서’에 가깝다. 일이 훨씬 더 좋다. 혼자 있을 때보다 일이 없을 때 지루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요즘은 ‘빨리 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모델 생활을 하다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여 년인데, 슬럼프 없이 꾸준히 활동한 편이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아직까지 심한 슬럼프가 온 적은 없다. 단,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왜 나는 저기 출 연하지 못했을까?’,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타입이다. 배우로서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고 나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타짜>, <비밀의 숲> 하면 조승우 선배님이 딱 떠오르는 것처럼.
최근에 탐났던 작품이 있나? 영화 <사냥의 시간>. 정말 재미있게 봤다. 공개 후 호불호가 갈렸던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장르의 작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출연한 배우들이 비슷한 또래고 우리 세대가 좋아할 요소가 가득하다. 배우와 감독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면서 촬영했을 생각을 하니까 부럽더라.
<사냥의 시간> 마지막에 이제훈이 내레이션을 하며 다음 편을 암시하면서 끝난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혹시…? 그렇게 끝난 거 아닌가? ‘나쁜 짓 하면 다 죽는다’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기며 열린 결말로 끝난 줄 알았는데(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참여하고 싶다.
나쁜 기사나 스캔들 없이 무난하게 배우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우여곡절의 순간이나 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늘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잘하고 있나?’ 고민하다가도 또 어떤 장면에서는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연기라는 게 뭔지 조금씩 알겠는데 그러다가 또 어려워지고. 물론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그럴 때는 감독님의 “컷!” 소리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던데. 맞다. 감독님이 시원하게 “컷! 좋아! 됐어! 오케이!” 하면 무척 뿌듯하다. 근데 힘없이 “컷…” 하면 ‘내가 뭘 잘못했지?’ 싶다(웃음). 감독님께 찾아가서 “마음에 안 드세요? 다시 할까요?” 하면 “아, 아니야, 아니야.” 힘없이 대답하는데 그땐 정말 답답하다.
한 번 더 촬영하자고 조르면 되지. 애교도 부리면서. 현장이 워낙 바쁘니까 그게 어렵다는 걸 잘 안다(웃음). 내 욕심 때문에 촬영 전체를 미룰 수도 없는 법이고. 그날은 ‘대체 어떤 부분이 문제였지?’ 종일 이 생각만 든다.
생각보다 소심한 면이 있군. 모든 배우가 다 그럴걸(웃음)?
어렸을 때 동네 만화방 사장을 꿈꿨을 정도로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인터뷰를 봤다. 요즘도 꾸준히 보고 있나? 지금도 꾸준히 보고 모으고 있다. <슬램덩크>는 소장판까지 다 가지고 있고, <아키라>, <아스트로보이>, <호문쿨루스>, <더 파이팅>, <원피스> 등 아직 비닐을 벗기지 않은 것도 많다.
오, 래핑 보관을 한다는 건 진짜 마니아라는 이야기인데. 지인도 함부로 만질 수 없다. <슬램덩크> 소장판 비닐은 뜯어도 내가 먼저 뜯을 거다(웃음).
웹툰이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시대다. 실사화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이익수 작가의 <새끼손가락>. 남자 주인공이 어릴 때 사고를 쳐서 한 소녀가 식물인간이 된다. 출소 후에 새 출발을 다짐하고 매일 그 소녀를 찾아간다. 그사이에 친구들은 깡패가 돼서 같이 일하자고 협박하고. 영화 <해바라기>와 비슷한 내용이다. 다신 없을 수작이지.
유튜브에서 김영광이 즐겨 보는 콘텐츠가 궁금하다. 고기 굽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그래서 ‘육식맨’, ‘밥굽남’을 좋아하고, 게임 콘텐츠도 많이 보는 편이다.
대체 고기 굽는 영상의 매력은 뭐지? 시간이 잘 간다(웃음). 나도 왠지 저렇게 구울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래서 구매한 제품도 꽤 있다. 쉽지 않더라. 고기 굽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김영광에게서 야망이 보인다더라. 짧고 굵은 것, 가늘고 길게 가는 것. 어떤 인생이 본인 스타일인가? 나는 굵고 길게 가고 싶은데(웃음).
역시 야망이 있군. 내가? 그래. 나 야망 있다(웃음)! 살다 보면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굵어지는 게 사람이더라. 나는 배우니까 작품 수가 쌓이고 내공이 쌓이겠지.
철학적이네. 김영광의 인생. 내가 일흔이 되어서도 계속 연기하고 있으면 난 그걸로 됐다. 그게 굵고 긴 거겠지.
지면에 실리지 않은 B컷 공개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최진우
- 글
-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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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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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