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윙스다

W

눈을 감고 귀를 열어둡니다. 스윙스가 랩을 합니다. 스윙스가 말을 합니다. 당신은 그에게 빠져들게 돼 있습니다. 빠져듭니다… 하나, 둘, 셋, 레드 썬!

현란한 프린트 톱은 발렌티노 제품. 검정 바지와 하이톱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4일에 정규 7집 <Upgrade IV>를 발표했는데, 그 직후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다음 앨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창작욕이 솟구치는 때인가? 그동안 배가 고팠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딱이다. 물이 들어오고 있어 지금.

언젠가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음악인 생활을 머지 않아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여러 사업을 하고 변화를 겪으면서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지 깨달았나? 이도 저도 아닌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대표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면, 일로 엮인 주변 사람이 나에게 좋은 말만 많이 한다. 마치 <트루먼 쇼>의 상황처럼 모두가 나에게 가짜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옳은 걸 보지 못하고 속는 경우도 있었고. 아티스트들보다는 사업차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 그런 점을 느꼈다.

그래서, 레이블 외에 현재 당신의 사업 상황이 어떻게 되나? 이제 헬스장 ‘짐티피’ 4개 지점과 카페 하나만 남았다. 홍대에 있던 ‘피닉스 피자’는 정리하게 돼서 후련하다. 피자집을 해보니까 나는 피자를 좋아할 뿐이지 요식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더라. 맛있는 건 돈 주고 사 먹으면 된다.

마음먹은 건 일단 다 해보자는 주의인가? 그런 자세로 산 지 꽤 됐다. 실패보다 후회가 더 나쁘다. 한동안 음악에 정이 떨어졌는데, 음악을 안 하고 미워하며 지내다 보니 정화가 됐다.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그 사랑이 천천히 다시 오더라. 그래서 지금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됐으니까.

검정 가죽 재킷은 느와르 라르메스, 체인 네크리스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제품. 프린트 티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리보이에게 ‘네가 내 선배라 생각하고 지금 나에게 한 가지 일을 시켜본다면 뭘 시키겠니’ 했을 때 ‘프로듀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들었다. 기리보이의 그 말이 큰 역할을 했다. ‘형은 작곡, 프로듀싱을 해보라’고. 2년 전쯤 들은 말인데 미루고 있었다. 작곡을 하면서 음악이 훨씬 좋아졌다. 새로운 재미가 생긴 거지.

도전해보니 작곡이란 어떻든가? 음악을 하면 거기에 성격이 배어 나온다. 음악은 직관적이니까 들으면 딱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 많고 따뜻한 면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여전히 무언가에 애정이 있고 내 주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다는 걸 오랜 만에 확인했다. 주변 동생들도 그런다. 그동안 내가 사업하면서 너무 차가운 사람으로 변했나 싶었는데, 내 음악 듣고 보니 여전히 따뜻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처음 도전하는 일에 기리보이와 노창의 영향이 컸을까? 오랫동안 당신과 가까이서 작업한 이들이다. 내가 들어봐도 그 둘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노창은 일부러 이상하고 희한한 소리를 음악에 잘 넣는다. 기리보이는 ‘삐용’ 같은 귀여운 소리를 잘 넣고. 내 음악에는 그 두 소리가 다 섞여 있다. 그 둘의 음악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들었고, 그들이 내 옆에 있으니까 고스란히 영향을 받더라.

당신들 간에 정신적으로든 뭐든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모양이다. 엄청. 아주 많이.

그런데 스윙스가 올 초 레이블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하자 아티스트들이 안도의 기색을 비쳤다고 하던데. 좀 그런 면이 있었다. 이제는 애들이 날 더 편하게 바라본다.

저스트뮤직, 인디고뮤직, 그리고 위더플럭까지 이끌었다. 그들에게 그냥 IMJMWDP 대표 형이 아니라 보스였나?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이 생기면서 내가 차갑고 무서워졌다.

몇 달 전에 인터뷰한 기리보이가 당신에 대해 속 깊고 좋은 말을 많이 했다. 물론 좋다는 건지 안 좋다는 건지 불분명하긴 했는데… 저스트뮤직에 아티스트가 서너 명만 있을 때는 리드하기가 쉬웠다. 그런데 수가 늘어나니까 애들 대할 때 ‘야!’ 이런 식이 되더라. 자식이 부모한테 대들 때처럼 저희끼리 편 먹기도 하고. 그럼 나는 또 서운하고.

이제부터 레이블에 속한 아티스트 중 가장 형인 느낌 정도로 가는 건가? 그렇다, 오너이기도 하면서. 중요한 건 이제 정신적으로도 회사 운영 일에는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냥 너희들 마음대로 해, 너희 인생이야, 나는 그냥 너희들과 술 마시는 게 다야, 그리고 내가 너희보다 음악 더 잘할 거야!’ 이런 것. 사장이 되면 왠지 모르게 내 음악은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과 상황이 생기거든. 이제는 다르다. 내가 너희들 다 이겨버릴 거야.

그 마음으로 첫 셀프 프로듀싱 앨범을 만들었으니 동력이 대단했겠다. 17곡이나 담았다. 스스로 뿌듯한가? 살면서 지키기로 한 철칙이 있다.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될 만한 행동을 계속하자는 거다. 그래야 자존감이나 프라이드가 쌓인다. 앨범 낼 때도 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어려운 걸 해냈으니까 그런 내 자신이 더 좋아진다. 자존감 같은 건 어릴 때부터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텐데, 나는 많이 혼나면서 컸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사랑할 만한 일을 찾고 주문을 걸어야 했다.

오버사이즈 꽃무늬 패딩 베스트는 피어 오브 갓 by 미스터 포터, 티셔츠는 C.P.컴퍼니 제품.

부모님께 혼나고 살던 시절에는 스윙스가 지금 같지 않았나? 그때도 고집만은 정말 셌는데, 타고나길 강한 쪽은 아니었다. 만나던 여자친구가 자주 바람피우면서 나를 가지고 놀았다. 그때부터 달라졌다. 그 여자애가 싸움 잘하는 남자를 좋아했거든. 그래서 합기도를 배운 다음 각 학교 짱을 한 명씩 불러 상대했다. 거짓말 아니고 정말 만화처럼.

주먹과 자존감의 상관관계를 그 무렵 체득했나? 남자는 할아버지가 돼도 서로 어릴 때 누가 싸움 잘했냐 그런 얘기 하지 않을까? 싸우면서 하나씩 이겨가다 보니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를 더 믿게 됐지. 어느 순간 그 단단함이 안 깨지더라.

당신의 유튜브 채널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 ‘찐빱 같이 보이지 않는 방법’ ‘아티스트가 되는 방법’ 등의 토크 시리즈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면서 무릎 꿇을 뻔했다. ‘자기 암시’ 시리즈도 흥미로웠고. 그래? 재밌게 봤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유튜브를 많이 할수록 음악인 이미지는 없어지더라. 사업하고, 강연하고, 그런 모습이 더 많이 보이니까. 이제는 유튜브를 많이 안 하려고 한다.

계속 보고 싶은데? ‘아티스트가 되는 방법’ 강연을 들으니 당신은 아티스트란 타고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렇다. 물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좀 다르겠지만, 행복한 정도로만 뭔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부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 안 한다. 모든 인간은 다 독특하다. 저마다 다른 영혼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걸 열정을 담아 솔직하게 꺼내놓으면 스타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SNS로 인플루 언서가 된 사람들이 그 증거라고 생각한다. 빌리 조엘의 ‘Honesty’ 가사 알지? 솔직함이라는 건 참 외로운 단어라고. 왜냐면 다들 거짓말을 하거든. 그래서 솔직함은 럭셔리하다. 솔직한 예술은 돈이 돌아가게 만든다. 나는 사장을 하면서 럭셔리함을 잃어버렸지, 주변에서부터 나에게 솔직하게 굴지를 못했으니까(웃음).

이번 앨범 13번 트랙 ‘나는 (사회 기능이 가능한) 알콜 중독자다’는 아예 암시 문구만 읊는 트랙이다. ‘나는 강하다, 나는 아름답다, 나는 하고 싶은 건 다 한다, 돈은 아름다운 거야’ 같은 문구만 쭉 읽는. 20대 초반에 강박증이 심하고 좋지 않은 증상을 겪었다. 술을 기절할 때까지 먹곤 했다. 힘들어서 고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을 찾아갔는데, ‘셀프 토크’라는 개념이 쓰여 있는 의학 문서를 주셨다. 좋은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한 건 몇 년 전이다. 영어권에는 그냥 틀어놓기만 해도 좋은 자기 암시 콘텐츠가 많은데 한국에는 많지 않길래 직접 만들었다. 그거, 정말 도움 많이 된다.

자기 암시의 덕을 많이 봤나? 누구랑 다툴 필요도 없이 증거가 다 있지. 우리 사옥 있는 것, 1년 반 만에 짐티피 4개 지점 만든 것 등등. 물론 주장과 확신이 너무 센 건 내 장점이자 단 점이다. 그래서 되도록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걸 도와주는 게 명상이다. 위성이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그 위성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똑바로 하고 있는가 모니터링한다. 명상을 하면 사물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 중 명상 이야길 꺼낸 래퍼로는 김하온이 있었다. 김하온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이 우리 집 어딘가에 꽂혀 있는 책이라 놀랐는데… <리얼리티 트랜서핑> 말인가? 그거 내가 추천해서 그 친구가 읽은 거다. 그 책을 읽고 내 세계관이 바뀌었지.

인생이 달라졌다는 말을 김하온도 했다. 어려운 이야기 같아서 읽을 엄두가 안 났는데, 대체 무슨 책인가? 양자물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여느 동물이나 사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생각을 통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항상 돈을 생각하고, 돈을 사랑하고… 광기를 가지거나 너무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그걸 좇다 보면 무조건 나에게 오게 돼 있다는 말. 뭐 같은 것끼리 이끄는 유인력이라는 개념과 의식 수준을 높이는 법 등도 등장한다.

예전에 <시크릿>이라는 책이 히트를 쳤을 때, 가만히 누워서 소원만 비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리얼리티 트랜서핑>은 좀 더 과학적인 접근법이고, <시크릿>이 그 대중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과 행동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게 <리얼리티 트랜서핑>이 강조하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노력하는 일이 따라야 한다.

자기 암시는 정해진 규칙 없이 그냥 원하는 문구로 하면 되나? 현재진행형으로 얘기해야 한다. ‘나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것이다’가 아니고 ‘나는 만난다,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할 때 진심으로 그 말과 결부된 감정을 느끼면서 해야 효력이 있다. ‘나는 술을 먹지 않겠다’ 같은 식으로 하면 뇌는 ‘나’와 ‘술’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니 부정문이 아닌 긍정문으로.

흰색 재킷은 우영미, 티셔츠는 C.P.컴퍼니 제품.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네이버 오디오 쇼 NOW의 <Broken GPS>에서 박재범과 두 사람이 1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들었다. 서로 세 대도 비슷하고 여러 역할을 해내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잘 통하는 것 같더라. 당신과 박재범 정도의 세대, 그리고 90년 대생을 비롯한 어린 래퍼 세대와의 차이점이 있다는 걸 느끼나? 나와 재범 씨 세대는 증명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옛날에는 작은 무대, 그리고 힙합을 정말 사랑하는 소수의 팬과 평론가만 있었다. 뭐든 대중화되기 전의 마니악적인 성격을 가진 분야에서는 실력 위주로 평가받게 돼 있다. 그때는 발성도 좋아야 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그에 비해 경제적인 면 에서 어떻게 하면 뜨는지를 더 연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옷도 더 잘 입고, 세련되고. 작가나 피디 같은 면이 있달까?

힙합에서 단지 겉멋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때가 분명 있었다. 그때부터 랩 하던 사람들은 기본기 자체가 탄탄해서 아직도 안 무너지고 살아남은 거다. 이센스, 빈지노, 쌈디, 이런 사람들은 다른 래퍼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면 구분될 수밖에 없다. 딱 들으면 ‘뭐 저렇게 노련해? 발성은 왜 이리 짱짱해?’ 싶어서. 요새는 전체 평균은 높아졌는데 음악적으로 고만고만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릴 타치나 영비처럼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되는 애들이 나타나면 반갑고 좋다.

스윙스가 꼽는 한국 TOP 3 래퍼는? 우선 씨잼. 나는 6년 전 부터 씨잼을 톱 래퍼로 꼽았다. 그때 다들 의아해했지만, 씨잼은 유전자 자체가 달랐다. 왜 새끼 곰을 보면 그냥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얘는 좀만 더 크면 나 죽일 수도 있겠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래퍼들은 자기 안목이 결국 맞았다는 사실 같은 걸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사람 알아본 거지(웃음). 키스 에이프는 계속 잘해나갔다면 진짜가 됐을 텐데 좀 안타까운 면도 있고. 그리고 또 다른 래퍼로는 스윙스가…

스윙스는 빼고. 블랙넛도 제대로만 한다면. 내가 만든 언어 유희적 가사 스타일을 가져다 업그레이드시킨 천재다. 들어보면 언어로 어떻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나 싶을 거다.

스윙스는 다른 래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진지하게 묻는 건가? 최대한 겸손하게 말하겠다. 나만큼 한국에서 이 장르에 영향 끼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힙합 팬들은 알아도 그 외 사람들은 그걸 모를 수 있다. 안 겸손해도 되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말해볼까? 오케이. 우선, 래퍼들이 다 내 말투를 따라 한다. 경상도 전라도 방언이 있는 것처럼 나는 일종의 스윙스 방언을 만들었다. <쇼미더머니>라는 방송에 임하면서 마음 편하게 쌍욕을 한 게 내가 처음이다. 그다음으로 제시라는 인물이 있었지. 무슨 말이냐면 내가 2013년 <쇼미더머니> 2에 참가자로 나갔을 당시, 공연을 하거나 뭐만 하면 욕이 들어가서 피디랑 작가가 말렸다.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삐’ 소리가 30번은 들어가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그 ‘삐’ 소리가 지금에야 모두에게 익숙하다.

그래도 방송 녹화인데 카메라 앞에서 욕을 처음 시도하기 전에 살짝 움츠러들지는 않았나? 난 사전에 계획하고 나갔다. 내가 욕을 하든 무슨 소릴 하든 그 장면을 내보낼 줄 알았다. 왜냐면 내 무대가 쩔거든. 난 무대 체질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먹고 공연을 하면, 아무리 욕을 뱉어도 그걸 편집할 수가 없는 거다. 피디가 겁줘도 나는 그게 힙합이라고 밀고 나갔다. 욕을 많이 해서 힙합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하는 것 말이다. 그게 내 철학인데 왜 너희한테 맞춰줘야 해? 식이었다 나는.

스윙스가 한국 힙합에 영향 끼친 것 두 번째는? 래퍼들이 가사 쓰는 방식에 엄청, 엄청 큰 영향을 끼쳤지. 펀치라인이라는 걸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나로 인해 나타났다. 그건 모두가 아 는 사실이다. 스윙스가 한국 랩에서 가사 쓰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걸. ‘넌 타이거 제이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 같은 라인이 제일 알려진 2008년의 가사인데, 그런 중의적 표현이 그 때만 해도 한국에 없었다. 그런 문화 내가 만든 거야.

언어 하면 버벌진트가 떠오르는데 그는 어땠나? 아, 진태 형, 그 형 나랑 어릴 때부터 친한데 형은 나랑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버벌진트는 서정적인 가사를 너무나 똘똘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는, 감성적으로 쓸 줄 아는 천재고. 나는 언어 유희라는 개념을 랩 가사에 가져왔다. 그런 펀치라인과 말장난 때문에 내가 펀치라인 킹 소리를 들은 거다. 블랙넛이든 누구든 다 나를 보고 언어 유희적인 가사를 쓰는 거라고. 이게 나다, 내가 그냥 돈가스만이 아니라고. 오케이?

또 뭐가 있나? 공연하는 사람이 무대에 서면 일반적으로 ‘안녕하세요, 누구입니다’라고 하고 시작한다. 래퍼들마저도 그랬다. 지금은 그런 인사 따위 안 하고 ‘비트 주세요’라고 하지. 내가 무대에 오르면 이렇게 말하고 시작했다. ‘XX, 내가 바로 스윙스야!’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해했는 줄 아나?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당연하잖아. 다 내가 리스크를 걸고 한 덕분이다.

검정 트렌치코트는 D.GNAK, 시스루 후디는 더 스톨른 가먼트, 이너 티셔츠는 어콜드월,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당신이 <쇼미더머니>에 나와 무반주로 포효하는 랩을 하고, 거친 욕을 하고… 당시 놀라거나 카리스마를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던 게 기억난다. 당신 말대로 그 후 래퍼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다소 잊힌 듯하다. 믹스테이프라는 것도 나로 인해 유행했다. 나 이 얘기 밤새도록 할 수 있다. 쫄지 않고 자신감을 보여줬고, <쇼미더머니> 같은 데 나가서 그렇게 해도 사람이 멋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거다. 이건 레벨이 다른 영향인데 나는 내가 한 역할에 비해 5%도 인정을 못 받았다. 그게 힘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나만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 힘들어서 은퇴 생각도 한 거다.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 힙합 팬과 평론가 모두 내가 해낸 걸 없는 척, 모른 척했다. 지난 몇 년간 그랬다.

왜 그런다고 느꼈나? 그건 느낌이 아니고 엄연한 팩트다. 내가 은혜로운, 겸손한 태도로 굴지 않아서 그랬을 거다.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가 아니라 ‘내가 짱이야’ 이랬으니까. 그게 나인데 어떡하나? 뭐, 조금 노력하고 있다.

스윙스가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나? 누구에게서든 어느 한 면은 부러워할 게 있지. 여기 오는 길에 강남에서 ‘IAB’ 로고가 박힌 옷을 입은 여자를 봤다. 빈지노가 부러웠다. 빈지노는 래퍼도 세련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인물이다. 게다가 그 귀엽게 웃는 얼굴은 누가 ‘형, 저 팬이에요’ 하면 사람 좋게 받아줄 것만 같은 이미지도 풍긴다. 나도 짐티피 의류 라인을 만든 지 두 달 좀 안 됐다. 운동과 자기 계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철학이다. 그런데 나와 빈지노의 차이는, 누군가는 내 것을 보고 ‘으! 싫어!’ 할 수도 있다는 거지. 한편으로는 아까 그 여성과 옷을 보고 고맙다는 생각도 좀 들었다. 디자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다. ‘IAB’ 그리고 ‘귀여운 색깔’, 끝.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 미니멀리즘 역시 그들의 철학이고 이미지이지. 그런 철학과 이미지도 부럽다.

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래퍼 스윙스로 다시 돌아왔고, 피자 집은 접었지만 짐티피의 의류 라인을 론칭했고. 스윙스의 새 챕터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아끼는 동생들이자 속도 썩였던 IMJMWDP의 아티스트들에게 굵고 짧게 한마디 남긴다면? 너희들은 내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상상조차 못한다. 상상 조차 못할 테니까 아무리 화내고 울분을 토해봤자 아무 소용 없겠지. 외롭다. 그런데 내가 너희 나이 때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니까 너희들이 나보다 낫다. 그래,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존경 받는 형이 되어볼게. 그러니까 이제 행복하자 XX!

패션 에디터
이예진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곽기곤
스타일리스트
전진오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김부성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