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3종이 드디어 출시됐다.
1887년 설립한 글렌피딕 증류소는 아직도 혁신에 목말라 있다. 웬만한 위스키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을 위스키 애호가가 눈독을 들일 만한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3종이 드디어 출시됐다. 새로운 위스키의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은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니콜 후앙(Nicole Huang)을 만났다.
글렌피딕 12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 몰트위스키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번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3종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해줄 수 있는가? 우선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젝트 XX’부터 말하겠다. ‘프로젝트 XX’는 으레 한 명의 몰트 마스터가 위스키를 증류하는 전통을 깨고 세계 각지의 위스키 전문가 20명이 글렌피딕 증류소로 모여 각자가 가장 선호하는 원액을 골라 배합한 위스키다. 전문가가 만든 위스키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XX’는 프로 정신이 투철한 화이트칼라에 비유하고 싶다. 자신만의 취향이 확실하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캐릭터를 가진 이들 말이다.
개인적으로 럼 오크통에서 피니싱 과정을 거친 ‘파이어 앤 케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열대 과일 향이 화사하게 감도는 기존 글렌피딕 위스키에 비해 스모키한 향이 강조된 위스키다. 처음 시음하면 강렬한 피트 향이 훅 끼치지만, 럼 오크통에서 숙성한 덕분에 잔향이 달콤하다. 사람에 빗대자면 ‘외강내유’에 가깝다. 다가가기 힘들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스위트’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맥주의 일종인 IPA 오크 통에서 숙성한 ‘IPA 익스페리먼트’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라고 표현하고 싶다. 평소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고, 늘 새로운 것을 소비하는 사람이랄까?
이런 좋은 위스키는 믹서 드링크를 섞지 않고 ‘니트’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한국에서는 위스키를 하이볼로 만들어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하이볼 레시피에 가장 적합한 위스키는 무엇인가? ‘IPA 익스페리먼트’로 하이볼을 만들면 좀 색다를 것 같다. 하이볼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면서 개운하게 입가심하는 용도로 많이 마시지만, ‘IPA 익스페리먼트’는 홉의 씁쓸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추운 날씨에는 자기 전 마시는 나이트 캡만 한 것도 없다. 당신의 나이트 캡은 무엇인가? 글렌피딕 15년. 나의 ‘올 타임 페이보릿’이다. 솔레라 시스템(피라미드 형태로 오크통을 쌓아 원액을 블렌딩하는 기법)으로 생산해 특유의 부드러움을 자랑하고 균형이 좋다. 자기 전에 한잔 들이켜면 노곤한 몸이 금세 부드럽게 풀리는 걸 느낄 수 있다.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포토그래퍼
- 최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