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금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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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문장과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담긴 새 책 4권.

<노래하는 페미니즘> 박준우 | 한길사

페미니즘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 순간. 팝 음악 역사 속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중요한 책이 나왔다.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 비욘세를 비롯해 재즈 신의 여성 연주자, 최초의 블랙 팝 페미니스트 재닛 잭슨 등 세기적인 여성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기점이 된 앨범과 가사를 촘촘하게 분석한다. 음악 평론가 박준우는 인종, 젠더, 퀴어, 몸 등을 주제로 팝 음악과 페미니즘 연대기를 총 31장 챕터에 담았다. 저자는 어떤 작품이든 “전복적으로 해석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팝 페미니즘에 대해 풍성한 담론을 생산해내는 책이다.

<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 창비

슬픔과 우울, 무기력은 언제나 느닷없이 찾아온다. 구정인 작가의 첫 만화책인 <기분이 없는 기분>은 아버지의 고독사를 겪은 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며 힘들어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건 주인공이 겪는 미묘한 기분의 변화이다. 실체가 없는 감정,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주변의 어긋난 시선이 교차하며 저항할 수 없는 우울은 거대한 막이 되어버린다.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잃고 잘해오던 일을 할 수 없으며, 기분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용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시의 인기척> 이규리 | 난다

이규리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가 오랜 시간 천천히 캐낸 언어의 정원이 책으로 탄생했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먹먹한 마음으로 때로는 벅찬 감정으로 깊은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어떻게 보면 시였다가, 달리 보면 약속이었다가, 다시 보면 당신에게만 속삭이는 비밀 같은 글들.” 여백 가득한 종이 속에서 유의미한 활자와 독대할 수 있는 적막한 고독을 선사한다. 시리즈로 함께 출간된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를 번갈아 가며 읽어도 좋겠다.

<아무튼, 술> 김혼비 | 제철소

작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로 주목받았던 김혼비 작가의 본격적인 주(酒)류 에세이. 애주가라면 무릎을 탁 치고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그득하다. ‘술 마시고 힘을 낸다는 것’, ‘술배는 따로 있다’, ‘술로만 열리는 말들’ 등 목차만 읽어도 단전부터 깊은 공감이 우러나온다. 숙취, 주사, 금주, 소맥, 와인 등 술에 관한 사소하지만 한구석이 찡해지는 일상 속 에피소드를 마치 한 편의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그려낸 김혼비식 글쓰기 매력에 또 한 번 빠질 수밖에 없다.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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