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를 놀라게 한 방송 사고들
상암동에서 경위서 쓰는 소리가 논현동까지 들린다. 연이은 방송 사고로 한동안 검색어가 뜨거웠다. 한 예능은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조작한 로고가 사용되고, 어떤 드라마는 CG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이 방송됐다. 심지어 녹화분 편성이라 대중들의 뭇매는 더 매서웠다. 신중하지 못했던 걸까. 너무 급하게 만드느라 놓쳤던 걸까. 피로가 누적돼서 일까. 방송 업무 특성상 작업 기간이 길다. 주 78시간을 넘게 근무하거나 새벽까지 일하고 쪽잠을 자는 경우가 대부분. 근무 환경에서 오는 피로감이 이런 실수를 야기했다는 견해도 많다.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 훗날 인공지능이 발전한다면 경험하지 못할 해프닝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일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길 바라며 최근 발생했던 방송 사고들을 모아봤다.
SBS <빅이슈> CG사고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드라마. 3월 21일,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에서는 화면 오류가 10분 넘게 지속됐다. 방송 3주 만에 대형사고다. 먼저 CG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화면이 등장하고 “카메라에 캐논 지워주시고 스틸 잡힐 때 사진 찍히는 효과 넣어주세요.”, “창 좀 어둡게”,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다 지워주세요” 등의 작업 요청 자막이 그대로 나왔다. 병실 장면에서는 텔레비전에 덧씌울 화면이 그대로 편집되지 않아 따로 놀기도 했다. 이후 화면 조정 장면이 나오면서 다시 정상적으로 전개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음향 싱크가 맞지 않았다. 역대급 방송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제작진은 곧바로 공식 사과를 발표했고 VOD 서비스도 일시 중단했다. 현재 <빅이슈> 11, 12회분은 재편집 작업 중이다.
KBS1 <2018 TV는 사랑을 싣고>
3월 22일 방송에서 일간베스트가 조작한 로고가 삽입됐다. 출연자로 남재현이 등장했는데 ‘서울대 입학, 연세대 졸업’이라는 재미있는 이력을 설명하던 찰나였다. 이때 사용된 서울대학교 로고가 정식 로고가 아닌 일베가 조작한 것이었던 것.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질타가 쏟아지자 제작진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한 이미지를 사용해 벌어진 일이다. 로고를 사용한 담당자는 태도나 언행으로 볼 때 일베 회원으로 의심할 정황이 없다. 시스템을 숙지시키지 못한 제작진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tvN <화유기>
2017년 12월 방영된 드라마 <화유기>에서도 <빅이슈>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 2회차에 발생하여 더 논란이 됐다. CG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이 송출된 것. 배우가 매달린 와이어를 CG 작업으로 없앴어야 했는데 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급기야 ‘화유기는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기고 방송을 조기 중단했다. 정말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tvN은 “컴퓨터그래픽 작업 지연으로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당시 단 2회 만에 발생한 방송사고. 당시 30분 방송, 30분 광고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SBS <펀치>
2015년 드라마 <펀치> 마지막 회에서도 사단이 났다. 워낙 대작이고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마지막 회 방송 말미에 튀는 소리가 나고 화면이 멈추는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한 것. 이 끊김 현상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시청자들의 긴장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토리부터 연기력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겨 아쉬움을 더했다. 제작진은 바로 편집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행히 현재 VOD 서비스로 볼 수 있는 <펀치>는 편집 작업이 완료된 완성본이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SBS. KBS, tvN 방송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