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문화 기반의 브랜드, GmbH
디자이너 세르핫 이삭과 사진가 벤자민 알렉산더 허스비가 만든 브랜드, GmbH. 베를린 베이스의 클럽 문화와 테크노 음악, 언더 컬처, 스트리트 웨어를 접목한 쿨한 옷만이 브랜드의 전부는 아니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의 협업,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공동체적 삶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파리에서 들었다.
우리가 GmbH에 대해 아는 것?
1. 베를린 문화를 기반으로 테크니컬한 옷을 만든다.
2. 제냐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스테파노 필라티가 룩북에 등장했다.
3. 032C에 자주 태그되며 힙스터 크루로 눈에 띄었다.
4. 디자이너와 사진가 듀오로 이루어졌다.
5. 국내에서는 느닷없이 래퍼 로꼬와 우원재가 입어 연관 검색어에 등장한다.
젊고 쿨하고, 힙한 문화를 표현하는 단어 중 ‘베를린’은 프리 패스(Free–Pass)가 되는 몇 개의 키워드 중 하나다. GmbH 역시 마찬가지. 베를린을 베이스로 한 디자이너 세르핫 이식(Serhat Isik) 과 사진가 벤자민 알렉산더 허스비(Benjamin Alexander Huseby)가 2016년에 만들어 지금까지 6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베를린, 클럽, 테크닉 음악, 스트리트 웨어를 접목했으니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짐작할 만하다. 파리 남성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에 열린 쇼장과 백스테이지에서 만나고 나서 이틀 뒤 촬영을 위해 쇼룸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사진가와 디자이너, 둘의 만남이 궁금하다.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나? 벤자민이 작은 컬렉션을 기획하면서 나(세르 핫)와 만났는데, 영감의 시작이나 아이디어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되었다.
검색창에 GmbH를 입력하면 ‘유한회사’라는 뜻이 나온다.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는? 문자 그대로 ‘유한책임 회사’를 의미한다. 회사의 형태인 인(Inc) 또는 Ltd처럼, 다른 말로 하면 무엇이든 되거나 될 수 있음을 담은 이름이다. 우리는 컬렉션을 통해 말하는 주제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개인적인 것과는 관련 없는 이름을 지었다.
당신의 브랜드를 언급할 때 매번 스테파노 필라티가 등장한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친구다. 첫 룩북 촬영을 위해 요청한 친구 중 한 명일 뿐이다. 가끔 사업에 대해 조언해주는 것 외에 GmbH에 개입하지 않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베를린 감성과 클럽 문화는 무엇인가? 음악은 우리에게 생명줄이자 영감의 보고다. 클럽 활동을 하면서 자랐고, 서로를 포함해 놀라운 친구들을 수없이 만났다. 지금의 베를린은 너무 유명해져버렸다. 예전과 같은 작은 사회는 아니지만, 세상에 또 이런 지역도 없다고 생각한다. 반주류의 흐름, 반상업화적 흐름이 공존하며, 한편으로 더없이 정치적이다.
둘이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함께 연구하며 탐색한다. GmbH의 역할, 비전 등을 고민한다.
쓰고 남거나 방치된 원단,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 해본 적이 있는가? 전쟁과 오일을 제외하고 패션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산업이다. 우리는 버려진 원단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 섬유를 사용한다. 폴리에스테르나 양털 대신 유기농과 재생 면화, 양모로 대체하는 것처럼. 또 운송 과정을 줄이기 위해 원단 생산과 공장의 거리를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근로자를 존중하는 공장이나 공급 업체와의 협력도 우리에겐 중요하다. 아직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더 최선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에나멜 팬츠, 두 개로 나뉜 지퍼 팬츠, 워크 팬츠, 후리스, 테크니컬한 후디 집업 등 아이코닉한 아이템의 매력은 무엇일까? 커팅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었을 때 몸이 보호받는 듯한 느낌.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라.
파리에서 치른 쇼도 잘 봤다. 2019 F/W 시즌 ‘Rare Earth’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컬렉션을 구상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받는가? 지금 첨단 기술에 많이 쓰이는 ‘희토류 요소’에 대한 것이다. 시작은 우리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했다. 일단은 GmbH가 거주할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상상을 했다. 어슐러 르 귄 (Ursula Le Guin)의 공상 과학 서적이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무슬림 이민자인 우리에게 이주(Imigration)는 늘 중요한 문제다. 우리에게 마지막은 지구를 떠나는 일이다.
꼭 끼는 스판덱스 톱과 드레스 등에 등장한 쐐기풀은 어떤 연관이 있나? 시즌마다 이 식물을 상징처럼 사용해왔다. 힘과 영양이 있고, 인간의 문명을 따르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식물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이민자를 생각하는 것처럼.
가장 주목할 만한 키 룩은 무엇인가? 어깨끈이 달린 재킷과 코트.
쇼장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앉아 계시는 좌석이 눈에 띄었는데,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보니 당신들과 모델의 부모님이셨다. 포옹하고 사진 찍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리로 초대한 것인가? 그렇다. 항상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한다. 커뮤니티는 GmbH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다.
기존의 쇼에서 볼 수 없는 얼굴이 런웨이에 등장한다. 모델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나? 특히나 남성 모델은 체격이 모두 건장하다. 우리는 유행이나 소위 잘나가는 모델들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모델과 함께 일한다. 대부분은 전문 모델이 아니고 연극 무대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정한다. 서양인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전복하고 시선을 교정하고 싶었다.
첫 시즌부터 살펴보면, ‘Girls in Love’, ‘When a Thought Becomes You’, ‘My Beauty Offends you’까지 컬렉션의 콘셉트가 무척 낭만적이다. 음악에서 비롯했다. 모두 노래 제목이다.
즐겨 듣는 노래는? 요즘엔 Orbital의 ‘Science Friction’을 듣는다. 이번 컬렉션 피날레에 등장하기도 했다.
공식SNS(@gmbh_official)에서 더블유 화보에 실린 GmbH 팬츠가 태그된 사진을 봤다. 어떤 식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나? 글로벌 커뮤니티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사실 그 주제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 뿐이다.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Benjamin : 여전히 사진작가? 아니면 정원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Serhat : 고고학자!
베를린에서 가장 쿨하다고 생각하는 멋진 장소를 알려달라. 아,그 장소를 말해버리면 그곳이 더는 쿨한 장소가 아니라서 말이지….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김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