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최소라와 뮤지션 트로이 시반의 더블유 3월호 커버 화보
A Whole New Desire
패션계의 높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은 톱모델 최소라(Sora Choi). 슈퍼모델을 꿈꾸던 한 소녀는 담대함과 열망으로 그녀만의 성역을 견고하게 쌓아 올렸다.
A Whole New Hope
부드럽고 당당한 목소리로 청춘을 노래하는 뮤지션 트로이 시반(Troye Sivan). 그는 팝 신이나 할리우드 안에서만 논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다.
트로이 시반, 1995년생. 유튜브 스타, 뮤지션, 그리고 영화배우. 노래 부르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하던 꼬마는 ‘카일리 제너 메이크업 따라 하기’, ‘핼러윈 코스튬 아이디어’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고운 얼굴에 또박또박 말도 잘하는 트로이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어느 날 유튜브에 올린 8분짜리 영상 때문이다. “오늘은 2013년 8월 7일이고, 내가 너희들에게 커밍아웃 하려는 이유는 바로 오늘 가족들에게 내가 게이라는 걸 밝혔기 때문이야.” 자기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선언하듯, ‘2013년 8월 7일’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 트로이는 이후 유니버설 같은 거대 스튜디오와 계약하는 뮤지션이 됐다. 그는 이제 자기 정체성, 사랑 등을 말이 아닌 멜로디에 실었다. 감성 짙은 이야기가 ‘Youth’라는 곡을 비롯해 ‘Wild’, ‘Fools’, ‘Talk Me Down’으로 이어지는 뮤직비디오 3부작에 묘사되며 그를 스타덤에 올렸다. 이쯤 되면 글로벌한 차세대 슈퍼스타를 매의 눈으로 감별하는 한국의 우수 인력들이 진작 트로이 시반을 점찍었을 만하다. 드디어 오는 4월, 이 젊은 스타의 단독 내한 공연이 열린다. 가만히 앉아 기다릴 줄 모르는 <더블유 코리아>는 LA로 가 이 아름다운 청년을 화보에 담았다. 차갑고 파워풀한 에너지를 가진 톱모델 최소라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힘을 지닌 트로이 시반의 랑데부에 한 가지 기류로 정의하기 힘든 이미지가 완성됐다. 친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일찍부터 선한 영향력을 체득한 트로이. 그는 팝 신이나 할리우드 안에서만 논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다.
오늘 하루 어떤 일정이 있나? 별다른 일은 없다. 올해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요즘엔 운동 위주로 내 시간이 돌아간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쉬려고. 내일은 그래미 시상식이 있는 날이라 여기저기 파티에 가겠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당신의 최근 출연작 <보이 이레이즈드(Boy Erased)>의 한국 개봉일이 아직 미정이다. 목사의 아들이 게이라는 이유로 ‘전환 치료’라는 치료 프로그램을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이 관객에게 안겨줄 수 있는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내가 <보이 이레이즈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영화가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인간을 대한다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손가락질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손을 잡고 각자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이끈다. 이건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왜냐면 어느 한쪽을 악마로 규정하는 순간 스스로도 고립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관객이 어느 입장을 가진 사람이든 상관없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는 명백히 비효율적이고, 위험하고, 부도덕하다는 결론 말이다.
외국에서 영화를 본 어느 블로거의 후기를 봤다. 목사 부부의 대화 중 니콜 키드먼이 조엘 애저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 당신도, 나도.”라고 감정에 북받쳐 외치면서 아들을 붙잡고 나갈 때, 객석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니콜은 엄청난 열연을 했다. 물론 부모가 자식을 그런 치료 프로그램에 보낼 때는 그게 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옳다고 믿고, 아이를 돕고 싶어서. 니콜은 남편과 그녀가 믿는 신을 존중하며 살지만, 극 중에서 남편도 신도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그 상태에 이르면 관객은 더는 니콜에게 나쁜 감정을 갖지 않고,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이 영화는 용서,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 지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누군가 자각할 수 있다는 것, 잘못된 일을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성취가 있다면 뭘까?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어리거나 나이든 이들이 나에게 와서 내가 그들의 커밍아웃 과정에 도움이 됐다는 말을 한다는 점. 그들은 커밍아웃을 한 그 순간에 대해 말하지만, 그게 인생 전체를 흔드는 순간이라는 걸 내가 경험으로 안다. 내가 그 엄청난 일의 일부가 되고, 그들을 고무시켰다는 사실은 오래 지속되는 울림이다.
당신이 유튜버로 유명해진 후 뮤지션으로 앨범을 내고, 영화도 찍는다는 점 역시 자랑스러운 성취일 것이다. 앨범들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첫 앨범을 만들 때, 나는 앨범 제작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신선한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겪어보니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더라. 수많은 좌절과 의심과 추측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사운드가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가는 방법도 몰랐다. 그런데 두 번째 앨범에서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됐다. 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쳤고, A에서 B로 가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싶은지를 다 알고 있었다. 그 수월함 덕분에 꿈의 앨범을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에게 성공한다는 건 어떤 모습을 뜻하나?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꽤 개인적이다. 만들고 싶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자유를 갖고, 그것이 주목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삶 같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찍고 싶은 영화만 찍는데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인다면, 그런 사치를 누린다면 그게 성공 같다. 나는 운이 좋아서 이미 성공에 가 닿은 기분이다.
트로이 시반의 인생을 함께 구성해가는 사람들은 성공과 어떤 관계가 있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면 그 모든 성취와 성공이 다 무의미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밀어주고, 나를 믿어주고, 내가 잘될 때는 함께 기뻐하지만, 잘되지 못해도 내게 실망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 중 누군가에게 당신이 체득한 바를 바탕으로 조언해준다면? 나의 여동생 세이지! <더블유 코리아> 독자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세이지는 최근 여성 위생용품 구독 서비스 회사를 시작했다. 기부도 한다. 여동생이 참 자랑스럽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이지, 네가 그 일을 마음이 절로 우러나서 한다는 게 분명하고, 사람들은 ‘진짜’를 알아보기 마련이야. 너의 직감을 믿고, 너 스스로에게 물어봐.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계속 그 길로만 나아가렴.”
2016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로 한국에서 첫 공연을했다. 그때 공연 후 트위터에 “방금 말 그대로 인생의 중심축이 될 만한,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어. 눈물이 날 것 같아”로 시작하는 멘션을 남겼는데 기억하나? 물론. 내가 또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백스테이지에 있는데 공연 관계자가 자기 폰을 들고 와서는 좀 전에 찍은 영상이라며 보여준 일이다. 문을 열자마자 관중이 떼로 몰려드는 영상. 나는 무슨 비욘세 공연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수 많은 관중이 ‘트로이! 트로이!’를 외치는 거다. 무대로 올라갔더니 글쎄 사람들이 내 타이틀곡 말고도 앨범에 실린 곡을 다 알고 있더라. 내가 프레디 머큐리가 된 기분이었다.
4월 27일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단독 내한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한국 팬들에게 뭐 신나는 이야기 들려줄 건 없나? 내 역대 공연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티켓도 금방 많이 팔렸다던데? 지난번에 한국에서 공연한 기억을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잊지 못한다! 살면서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 정말, 신께 맹세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서울에서의 공연이 아주 기대된다. 다시 한국에 가게 되어서 진짜 신난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BILLY KIDD @WALTERSCHUPFER MANAGEMENT
- 스타일리스트
- WOO LEE
- 모델
- 최소라 @YG KPLUS, TROYE SIVAN
- 헤어
- DENNIS GOTS @THEWALLGROUP
- 메이크업
- KATHY JEUNG @FORWARDARTISTS
- 세트
- ARIANA NAKATA @WALTERSCHUPFER MANAGEMENT
- 디지털 오퍼레이터
- JAMES GOETHALS
- 캐스팅 디렉터
- DAVID 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