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Who Killed Bambi?’라는 노래를 썼다면, 얼마 전 버버리로 데뷔 컬렉션을 치른 리카르도 티시는 스웨트셔츠에 담은 문구 ‘Why Did They Kill Bambi?’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왜 밤비를 죽였는데?’ 정도로 읽히는 이 문구는 티시가 펑크 정신이 태동한 위대한 영국의 유산에 보내는 경의이자, 유머러스한 재치를 섞은 대목이라 볼 수 있겠다. 버버리는 2019 S/S 컬렉션 ‘킹덤’을 공개하기 직전 ‘퍼 프리(Fur Free)’ 선언에 동참했다. 킹덤을 활보한 이 사랑스러운 동물은 Z세대에게 섬세하고 현대적으로 변신한 버버리의 새 여성상뿐만 아니라 세상에 지켜져야 하는 선의를 연상케 할 것이다. 영국의 역사와 진실성을 상징하는 밤비는 새롭게 선보이는 TB 백에도 자리를 틀었다. 브랜드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의 이니셜 TB를 잠금장치로 사용한 백은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몰트 브라운, 크림슨, 핑크, 허니 등 섬세하게 제련된 컬러 팔레트 또한 예사롭지 않다. 클래식하며 멋지고 럭셔리 하우스의 윤리적 가치를 전달하는 이 백은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