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여름 – 아울렛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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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사이먼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은 그냥 패션 아울렛이 아니다.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까지는 84km.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이하 시흥 아울렛)까지의 거리는 딱 절반이다. 서울 사람 기준으로 교외 아울렛 나들이가 하루를 충분히 투자해야 하는 일임을 감안할 때, 시흥은 거리상 부담이 훨씬 적다. 4월 초 오픈한 시흥 아울렛에 들어서면 먼저 전 공간에 울리는 스패니시 기타 음악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흥이 바다와 인접한 만큼, 건물 양식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스페인 북동부 지역 카다케스라는 해안가 마을과 비슷하게 꾸렸다고. 대형 아울렛에 도착해 신발끈 메고 입구로 향할 때면 어디선가 ‘요이 땅!’ 신호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낭만적인 음악이 이 비장한 태세를 조금 가라앉혀준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의 다른 지점과 비교해 첫인상에서 다른 점은 건물 높이다. 여주의 공간이 낮고 넓다면, 시흥은 3층과 2층짜리 쇼핑몰이 구비구비 이어진다. 그래서 성벽 안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물론 아울렛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관심 가는 브랜드가 얼마나 충실하게 포진해 있느냐다. 이곳에는 편집숍인 분더샵, 쿤, 엘본더스타일을 포함해 코치, 마이클 코어스, 아르마니, 띠어리, 산드로 등 95개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 외에 32개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가 건물 2층의 긴 길을 따라 쭉 자리 잡았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의 인기 있는 스포츠 브랜드는 대형 매장 안에 전 상품군이 구비되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조금만 둘러보면 금세 알아챌 수 있는 건 시흥 아울렛이 다양한 취향과 세대를 아우르도록 구성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소니, 그리고 일룸, 휘슬러, 템퍼와 같은 생활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속도나 취향이 맞지 않는 동행자가 있을 경우 쇼핑 제1법칙은 망설이지 말고 각자의 노선을 가야 한다는 것. 기다림이 필요하다면 북스 리브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키덜트 족이라면 마블 스토어에서 놀 수 있다. 쇼핑하는 동안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몰리스펫숍, 쇼핑하는 김에 장도 볼 수 있는 노브랜드, 분수대와 미끄럼틀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 카페 테라스 석에 앉아 가만히 바라봐도 좋은 센트럴 가든이 있으니, 이곳은 패션 아울렛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풍부한 대형 복합 쇼핑몰에 가깝다.

여느 국내 아울렛과 비교할 때 시흥 아울렛의 큰 특징은 바로 식당이 모여 있는 ‘테이스트 빌리지’다. 개인적으로, 교외 아울렛을 찾을 때면 ‘뭐 하나라도 사야 한다’는 목표 의식과 ‘아이템이 얼마나 잘 구비돼 있는지 조사한다’는 직업 의식에 사로잡혀 매장 직원들이 퇴근할 때쯤 나란히 문을 나서곤 한다. 쇼핑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이때 맛있는 먹거리가 있다면 총알 장전한 것처럼 든든하다. 봉피양, 속초중앙시장 해물짬뽕, 아이엠어버거, 몬스터브레드, 도쿄밀크치즈팩토리, 맥주와 생과일 주스를 파는 펍 B204 등 다양한 F&B는 에너지 떨어진 시점에 기운 낼 목적 이상으로 호사스럽다. 만약 살펴보고픈 특정 브랜드나 쇼핑의 주제가 명확히 있다면 그 조건을 충족하는 아울렛에 가야 한다. 뭘 살지 모르겠지만 아울렛 쇼핑을 하고 싶을 때, 그리고 쇼핑을 메인으로 삼아 교외 나들이를 하고 싶을 때는 시흥 아울렛이 웬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장할 것이다.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LEE CHA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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