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리졸리 서점(Rizzoli Bookstore)이 없어져서 마음 아파했는데, 1년 만에 자리를 옮겨서 다시 돌아왔다. 이별한 줄 알았던 서점이란 이름의 낭만 귀환한다.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존 쿠삭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란 책 한 권에 운명을 건다. 그런 도시가 뉴욕일진대, 크리스마스에 서점에서 책을 사고 그 책이 뒤바뀌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일쯤이야. <폴링 인 러브>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의 사랑을 온갖 낭만적인 요소들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 또한 바로 그곳이 뉴욕, 그리고 리졸리 서점이었기 때문이다. 리졸리는 손때가 결이 된 나무 책장과 샹들리에, 좁은 통로, 책과 숨어 있기 좋은 2층, 18세기 라임스톤 빌딩 등 1964년에 문을 연 이래 뉴욕뿐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였으나, 5번가를 뒤덮은 명품 숍과 치솟는 세에 밀려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년여 뒤, 많은 이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리졸리가 자리를 옮겨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노매드 디스트릭트(NoMad District), 그것도 1896년에 지어진 세인트 제임스 빌딩에 들어선 새 리졸리는 리졸리의 시선으로 구비된 책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이탈리아를 느끼게 하는 천장 벽화나 바닥, 책을 고르는 일을 낭만으로 느끼게끔 하는 공간 배열 등도 지난 1년간의 리졸리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리졸리는 그건재함과 남다른 아름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오픈 쇼윈도를 안드레 레온 탤리의 진두지휘 아래 비비안 웨스트우드, 구찌, 마놀로 블라닉과 책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 에디터
- 황선우
- 글
- 이현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