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월 12일부터 3월 11일까지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숨 가쁘게 이어진 2015 F/W 패션위크. 올겨울 지구상의 거리를 수놓을 트렌드부터 컬렉션 기간 SNS 세상을 뒤흔든 핫 이슈. 보는 재미가 있는 스트리트 신에 이르기까지, 4대 도시로 날아간 더블유 에디터들의 2015 F/W 패션위크 리포트!
TREND
본디 폭풍의 눈은 고요한 법이다. 이번 밀라노 컬렉션은 여느 시즌에 비해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였다.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도 많이 줄었고,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옷보다는 ‘레디투웨어’, 즉 평소 입을 수 있는 옷에 입각한 현실적인 스타일이 대세였다. 하지만 각도를 조금만 비틀어보면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다가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구찌는 특유의 글래머러스 룩에서 벗어나 트렌디한 럭셔리 하우스로서의 새출발을 맞이했고, 에밀리오 푸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피터 던다스도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로베르토 카발리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MSGM, 오주르 르주르, 스텔라 쟝, 필로소피 디 로렌초 세라피니 등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약진은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가바나와 펜디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절묘한 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프라다와 모스키노의 극과 극 판타지까지 어우러진 이번 밀라노 컬렉션은 어느 시즌보다 훌륭한 결과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 화면 조정 시간
최근 몇 시즌간 밀라노 컬렉션을 살펴보면, 다른 도시에 비해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워낙 텍스타일에 앞선 이탈리아다 보니, 프린트가 화려한 것이야 당연했지만 이처럼 독자적인 컬러 노선을 걷는 것도 밀라노로서는 드문 일. 특히 이탈리아 구성주의 미술 사조를 보는 듯, 다양한 색이 수직과 수평으로 나누어져 직선적인 컬러 블록이 캣워크 위에 자주 올랐다. 세로로 긴 스트라이프로 시작한 마르코 드 빈센초, 좌우를 아예 분리해버린 MSGM, TV의 화면조정시간을 연상시키는 미니 드레스를 선보인 오주르 르주르까지, 밀라노는 지금 픽셀 블록 전성 시대.
2 네오 모즈
이번 봄/여름 시즌 전 세계를 강타한 70년대 보헤미안-히피의 흔적은 밀라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틈새를 비집고 다시 60년대, 모즈룩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다. 1년 전 생로랑을 시작으로 한 번 폭풍처럼 지나간 록적인 무드의 60년대가 아니라 조금 더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버전이다. 트라페즈 라인의 미니 드레스, 코트 드레스 등을 여러 브랜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았는데, 베르사체나 프라다에서 볼 수 있듯 밝은 캔디 컬러에 섞어 표현한 것이 특징.
3 벨벳 골드마인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재라고 하면 누구나 퍼, 포근한 울, 솜이나 다운이 충전된 패딩 등을 떠올릴 텐데, 이번 시즌 밀라노에서 디자이너들이 대거 밀고 있는 가장 핫한 소재는 바로 벨벳. 겨울의 따뜻하고 웅장한 장식미를 표현하는 데 가장 알맞은 소재로 다양한 색상의 벨벳을 레이저 커팅하여 무늬를 만드는 방식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벨벳 특유의 광택감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일조했다.
HOT ISSUE
SNS를 들썩인 패션위크의 명장면.
1 밀라노를 접수했다
밀라노를 빛낸 깜짝 신데렐라는? 먼저 구찌의 오프닝을 장식한 리아 파블로바를 소개한다. 밀라노에서는 구찌 익스클루시브로 단 한 차례 캣워크에 올랐을 뿐이지만 오프닝 룩 사진이 쇼 기간 내내 돌고 돌았고, 파리에서는 드리스 반 노튼, 랑방, 디올, 셀린, 발렌시아가, 미우미우까지 접수했다. 다음으로 신인 모델 찍는 최고의 예언자인 미우치아 프라다의 눈에 들어 프라다 익스클루시브로 데뷔한 리네이지 몬테로를 들 수 있다. 곱슬머리와 넓은 코, 깨끗하고 탄력 있는 피부 등 꾸미지 않은 흑인 소녀 특유의 아름다움이 패션계를 사로잡아 프라다에 선 이후 지방시, 셀린, 루이 비통, 스텔라 매카트니 등 파리의 파워 하우스 쇼에 캐스팅 1순위였다.
2 아유 레디 투 베어?
이제 그만 지겨워질 법도 한데, 제레미 스콧 효과는 여전하다. 스콧이 모스키노의 디렉터가 된 이후 직접 밀라노에서 쇼를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미디어로 접한 것 이상으로 뜨거웠다. 팬들이 모스키노 쇼 당일에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쇼가 끝난 후 곧바로 판매되는 캡슐 컬렉션인데, 맥도날드 시리즈와 바비 인형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테디 베어가 모티브. 쇼 다음 날부터 객석에 선물로 놓인 아이폰 케이스는 물론이고 크로스백, 스웨트 셔츠, 귀고리에 이르기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곰으로 도배한 ‘웅녀’들이 밀라노에 여럿 등장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스콧이 피날레에 입고 나온 ‘레디 투 베어’ 티셔츠는 일주일 만에 전 세계 완판!
3 BEATS by D&G
돌체&가바나 쇼 직후, 이 무대의 이모저모를 전하기 위한 SNS 플레이로 모든 포스트가 거의 도배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돌체&가바나의 ‘엄마’ 컬렉션에는 볼거리가 풍부했다는 말. 아이들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개발한 소재는 물론이고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의 모습을 담은 가방 등 아이템 하나하나도 흥미로웠다. ‘엄마’ 테마는 아니지만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액세서리 중 하나는 온갖 엠브로이더리로 장식한 거대한 헤드폰! 가죽과 퍼 소재로 만들어 혹한기에 유용하고도 스타일리시한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헤드폰계의 강자, 비츠 바이 닥터 드레를 위협하는 신테크놀로지 패션이 바로 이것이다.
4 모던 타임즈
발리의 프레젠테이션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적잖이 놀랐다. 형형색색의 컬러와 장식적인 힐의 디자인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진기한 모양새였기 때문. 발리는 이번 시즌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필름 미학과 60년대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레젠테이션 장 중앙에 위치한 이미지 월에는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웨스 앤더슨 감독 등 6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의 이미지가 스크랩되어 있었다. 올가을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발리를 만나볼 수 있을 듯.
BACK STAGE
백스테이지에서 이런 일이!
1 따스한 봄기운마저 느껴질 만큼 로맨틱함으로 가득했던 필로소피의 사랑스러운 여인들.
2 퓨처리즘과 클래식, 그러면서도 로맨틱함이 동시에 느껴졌던 프라다의 모델들.
3 쇼가 끝난 후 피날레 그래피티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톱모델들과 제레미 스캇
4 큼지막한 털방울이 달린 펜디의 빅 백을 어찌할 줄 모르는 린지 윅슨.
STREET
다소 침체된 분위기의밀라노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준 패션 피플들의 쇼장 밖 패션쇼.
1 패턴 오버올과 빨간색 캣츠아이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준 에디터 줄리아 사르 자무아.
2 올 봄 유독 눈에 띄는 투명 의상과 강렬한 컬러 액세서리.
3 안나 델로루소의 커스터마이징 펜디 피카부 백.
4 뼛속까지 힙합 스웨거 모델 빈스 왈튼의 재치 있는 포즈
5 핑크색 폼 장식으로 동화같은 룩을 연출한 패션피플
- 에디터
- 최유경,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