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에 <아시아호텔아트페어>가 12회째 행사를 개최한다. 분위기는 더욱 친밀해졌고, 전시 내용은 한결 충실해졌다.
서재에 두고 호젓하게 감상하고자 그림을 구입하는 일은 더이상 특별한 사치가 아니다.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컬렉팅에 입문하는 애호가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년에 두 번, 서울과 홍콩에서 치러지는 <아시아호텔아트페어(이하 AHAF)>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도드라지는 사례다. 8월 22일부터 24일까지로 확정된 올해의 행사는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주최측은 인접한 롯데백화점과 협력해 에비뉴엘 전관 및 롯데갤러리에서도 이미 7월부터 AHAF 특별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타이완의 디자인 그룹 스테이리얼와 일본의 3D 아티스트 마츠에다 유키의 개인전이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본 행사에서 소개될 작가들의 면면이 아닐까 싶다.
표갤리리는 한국의 두 거장, 김창열과 이우환의 작업을 객실 안으로 옮겨놓는다. 김창열이 치밀하게 묘사한 물방울 회화는 단순한 사실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넉넉한 철학적 사유까지 담아낸다. 또한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베르사유 궁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진행 중이기도 한 이우환은 최소한의 표현으로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다. 이화익 갤러리에서도 힘있게 시선을 붙들 작가들을 불러모았다. 작은 초상을 퍼즐처럼 배열해 또 다른 누군가의 초상을 구현하는 김동유의 회화는 유명인의 대중적 이미지에 입체적인 의미를 더한다. 강렬한 원색 배경과 무채색의 식물을 대비시키는 박상미의 정물화는 쓸쓸한 자화상처럼 보는 이들을 움직인다. 한편 고티에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뮤직 비디오에 참여한 멀티미디어 작가 엠마 핵과 환상적이면서도 불편한 풍경을 완성해내는 케이트 쇼의 작품은 캣 스트리트 갤러리가 준비했다. 이 외에 313 아트 프로젝트, 금산 갤러리를 비롯해 70여 갤러리 600여 명의 작가가 총 4000점에 달하는 작품으로 약 80개의 롯데호텔 객실을 다채롭게 채울 것이다.
AHAF는 입장권을 판매해 관람객을 유치하던 기존 방식을 작년부터 포기했다. 대신 초청 고객들에게만 전시 공간을 공개함으로써, 진정한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서 행사의 성격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기존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초보 컬렉터들에게 믿음직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안락한 일탈을 제공하는 호텔에서 더욱 특별한 자극을 얻고 싶다면 8월의 체크인을 계획해둘 것.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