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세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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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의 맛을 즐기기 위해 굳이 멀리까지 날아가는 수고는 그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프랑스와 태국의 맛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르꽁뜨와
멋지게 차려입고 우아한 자세로 격식 있게 맛보는 프랑스 요리는 잠시 잊을 것.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라 해서 혹시가짜가 아닌가 의심하지도 말 것. 이곳은 예약 없이 불쑥 들러도 충분히 편안한, 코스 요리 없이 단품 메뉴만 선보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백반집이자 술집 르꽁뜨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르꽁뜨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쉽게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리, 닭, 달걀프라이, 에멘탈 치즈, 홈메이드 감자튀김을 쓱쓱 비벼 먹는 르꽁뜨와 샐러드의 푸짐한 양에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고, 오리 가슴살을 오븐에서 구울 때 나오는 기름으로 즉석에서 산딸기 향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는 오리 가슴살 구이에선 소스 하나도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고집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 정성과 시간, 그리고 맛과 양에 비하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이니, 이번에야말로 프랑스 요리라는 녀석과 부쩍 친근해질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 휴무, 이태원역 2번 출구 방향으로 걷다가 두 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스파이시 테이블’ 아래.

툭툭누들타이
연남동의 작은 태국 요리 식당 툭툭누들타이가 얼마 전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훅하고 끼쳐오는 덥고 진한 태국의 향, 태국의 어느 거리에서나 만날 법한 소박한 분위기도 고스란히 따라온 모양이었다. 우선 우유의 부드러움이 더해진 쌉싸래한 타이아이스티를 쭉 하고 들이켠 후, 얌소스와 태국 고추를 넣어 매콤 달콤 시큼 짭조름하기까지 한 오이 당면 샐러드를 후루룩 넘기며 열기를 식힌다. 그다음엔 강한 불에 캐슈넛, 채소, 칠리소스, 그리고 닭고기를 볶아낸 닭고기 캐슈넛 볶음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일 차례. 태국 맥주 하면 흔히 ‘싱하’를 떠올리지만, 태국인이 싱하보다 즐겨 마신다는 맥주 ‘창’도 괜찮은 선택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태국의 맛과 향을 제대로 훔치고 싶다면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매콤 새콤하게 무쳐낸 랍무, 농축된 살라미를 맛보는 듯한 타이식 소시지에도 도전해볼 것.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동안 일상의 즐거움이 한 뼘정도 커질 테니 말이다. 월요일 휴무, 연남동 수협은행 맞은편.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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