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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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향한 열망은 누군가를 들뜨게 한다. 한껏 상기된 모습으로 나타난 앤디&뎁, 아니 뎁(DEBB)의 디자이너 윤원정도 그랬다. 그녀가 올가을 새롭게 선보이는 뎁, 그리고 또 다른 시도를 통해 ‘자유’를 이야기하는 디자이너 윤원정을 만났다.

왼쪽 |  디자이너 윤원정이 손꼽은 2011 가을/겨울 시즌, 뎁의 메인 룩들. 오른쪽 |  앤디&뎁의 세컨드 브랜드, 뎁의 론칭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윤원정.

왼쪽 | 디자이너 윤원정이 손꼽은 2011 가을/겨울 시즌, 뎁의 메인 룩들.

오른쪽 | 앤디&뎁의 세컨드 브랜드, 뎁의 론칭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윤원정.

2008년부터 앤디&뎁의 뉴욕 컬렉션을 치르고, 지난해 남성복 라인을 추가했다. 그리고 올가을 세컨드 브랜드 ‘뎁’을 론칭하기까지 이러한 도전의 계기가 된 것은 무엇인가?
윤원정 단지 브랜드의 규모를 확장해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다른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뎁을 론칭하게 된 계기는 앤디&뎁의 쇼를 위해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면서였다. 뉴요커의 옷차림을 보며 정제된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한 앤디&뎁에서 좀 더 나아간, 자유로운 감성의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뉴욕 쇼의 스타일링을 맡은 티나 차이가 앤디&뎁의 튜닉 셔츠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는 좀 더 캐주얼한 무드의 가격대가 낮은 아이템들로 뉴요커들에게 친숙하게 먼저 다가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조언에 또 다른 나를 찾는 기분으로 뎁을 론칭한 것이다.

그러면 준비 기간 동안 가장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 기존의 앤디&뎁과 브랜드의 색깔을 다르게 풀어간다는 부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같은 디자이너가 진행하는 브랜드로서 뎁의 감성이 앤디&뎁과 아주 다를 수는 없다. 그래서 파트너인 디자이너 김석원 이사와 함께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부분을 스스로 명확하게 구분하고자 고심했다. 우리 둘 사이에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되어야 다른 이들도 설득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앤디&뎁의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뎁의 등장을 신선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내가 떠올린 뎁의 이미지들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주요하게 해나갔다.

뎁은 디자이너 윤원정의 영어 이름인 Debbie의 Debb이기도 하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정체성은 어떤 것인가?
앤디&뎁의 세컨드 브랜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옷일까를 생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교계에 입문한 숙녀들을 지칭하는 ‘데뷰탕트(Debutante)’란 단어를 접했고, 그 애칭이 ‘뎁(Deb)’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뎁을 떠올리며 뉴욕의 바니스 뉴욕 백화점 앞에서 마주친 현대적인 여성들의 모습에서 자극을 받았는데, 고급스럽고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취향이 느껴지는 20대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21세기 데뷰탕트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재기 발랄한 면이 강조된 뎁의 뮤즈가 데뷰탕트지만, 데뷰탕트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도 입을 수 있는 옷이기를 바라며 디자인을 구상했다.

그렇다면 앤디&뎁과 비교했을 때, 뎁에 더해진 부분과 덜어낸 부분은 무엇인가?
덜어낸 것은 무게감, 더해진 요소는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드레스다운 된 자유로운 느낌이다. 앤디&뎁은 빳빳한 소재로 똑 떨어지는 실루엣을 주로 연출한 반면, 뎁은 한층 유연한 실루엣에 워싱 등의 캐주얼한 요소와 과감하게 강조된 색감을 더했다.

자유로운 느낌을 담았다고 했는데, 뎁을 통한 ‘자유로움’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우리의 삶은 늘 포멀한 자리만 있는 게 아니기에 뎁을 통해 일상의 다양한 모습을 포괄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캐주얼한 자리라도 좀 더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옷,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옷 말이다.

뎁의 첫 시즌을 통해 선보인 의상들 중에서 주요 룩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뎁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프레피 룩이 얼마나 자유롭고, 재미있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한 부분을 잘 보여준 의상 중 하나는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이다. 남색에 올리브빛의 줄무늬를 넣었고, 미니 코트를 어깨에 걸쳐 연출했다. 그리고 밀리터리 포켓이 특징인 재킷과 튜닉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러플이 층층이 장식된 미니 드레스 등에 티셔츠와 레깅스로 좀 더 자유로운 믹스 매치를 시도했다. 나아가 ‘햄튼 시크’라고 이름 붙인 얇은 패딩을 덧댄 미니 드레스와 데님 셔츠의 매치는 스포티브한 느낌을 주고, 깃털 장식이 돋보이는 드레스와 시퀸이 가득 달린 드레스 등은 클럽 룩으로도 잘 어울린다.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뎁을 뉴요커들에게도 소개할 예정인가?
물론이다. 뎁이 잘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뉴욕에서 얻었기 때문에 조만간 뎁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정립하고 난 뒤 뉴욕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지금은 뎁에 집중할 때이기에 앤디&뎁 뉴욕 쇼는 잠시 쉬며 브랜드의 전환점을 가져오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를 책임지고 총괄해야 하는 역할이 힘들지는 않나?
전혀.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더불어 앤디&뎁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고(웃음).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GONG JUNG SIK, COURTESY OF DE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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